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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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없는 성장’ 왜 구직자 눈높이 탓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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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8 14:44
수정 : 2008.05.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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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에 따져묻다] 3. 청년실업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족), 엔지족(No Graduation족·졸업 유예족),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족), 토폐인(토익공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
20대 취업난을 대변하는 신조어들은 ‘청년 백수’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참여정부는 지난 5년 간 100여개에 이르는 청년실업 대책을 내놨다. 예산도 해마다 수천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안정적 일자리를 원하는 20대들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른바 ‘백수’로 지낸 20대의 수는 지난 해 무려 109만명에 달했다. 공식 실업자는 30만6천명이었지만,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그냥 쉬는 사람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진보·개혁 진영에 따져묻다’의 네 번째 주제로 청년실업을 택했다. 사회 진입의 문턱에서 날개가 꺾여 좌절하고 있는 20대 청년들에게만 온전한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지난 2일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에서 시민패널들은 △미스매치 해소를 위주로 한 청년실업정책 △기업 규제를 통한 청년층 일자리 확대방안 등의 현실성과 구체성을 따져물었다. 그러나 4시간에 걸쳐 진지하게 진행된 토론회에도 불구하고, 흡족한 대안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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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60번 내고 면접은 딱 5번… 눈도 안높은데 뭐가 잘못됐나 취업삼수생 김상섭씨 사연
지난 2005년 광주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김상섭(29)씨. 졸업한 지 만 3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청년실업자’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한창 일할 나이인 그가 하루 중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은 대학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김씨는 온종일 토익공부에 매달린다. 기업이 원하는 좀더 나은 ‘스펙’(학력·학점·토익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다.
취업 준비에 올인하느라 ‘알바’도 그만둔 그는 늘 생활비에 쪼들린다. 차비를 아끼려 자전거족이 됐고, 저녁 식사 값을 절약하기 위해 해가 지면 집에서 공부를 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끈은 ‘스터디 모임’이다. 김씨의 컴퓨터에는 각기 다른 입사지원서 파일만 30개 가량 저장돼 있다. 실제로 입사지원을 한 것은 저장된 파일보다 두 배 가량 많다. 그나마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기업은 고작 다섯 군데뿐이었다. 취업에 실패할수록, 그는 출구 없는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지방대 졸업자라는 꼬리표가 걸림돌이 된 것인지, 아니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에서 벗어나 있는 건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 졸업 직후엔 한 달에 80만원을 받으며 1년간 계약직 사원으로도 일해 봤지만, 정작 취업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김씨가 고액 연봉의 일자리만 노렸던 것도 아니다. 눈높이를 낮춰 보라는 어른들의 충고에 하향지원도 해봤고, 전공과는 무관한 영업직도 지원해 봤다. 그래도 자신을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최근 들어 그의 구직활동은 뜸해졌다.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좀더 나은 직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오기가 발동하고 있는 것이다.
“20대는 지금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에서 살고 있는 심경인데, 과연 정책 입안자들도 그런 절박한 마음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토론회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진보·개혁 진영은 찌든 김상섭의 얼굴에 웃음을 돌려줄 수 있는 것일까.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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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이하 우) 김상섭씨의 이런 고민을 비단 개인의 특수한 문제로 돌려선 안될 것 같다. 진보·개혁 진영을 대표해 나온 전문가 패널께서 시민 패널들이 공감할수있는 명쾌한 답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진보·개혁에 따져묻다]청년실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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