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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8 12:27 수정 : 2008.05.30 09:54

지난 2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진보ㆍ개혁에 따져묻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채창균, 김성희, 김성환, 우석훈, 주덕한, 김선명수, 안미영, 김상섭씨.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진보개혁에 따져묻다] 3. 청년실업
참여정부도 탁상에만 의존 성과 못내
20대 실업정책 선거때만 반짝하고 끝나

“(정치권에서) 과연 의지가 있었나 싶다. 늘 선거 한 달을 앞두고 전화 연락이 오는데, 공약은 다 만들어놓고 사진만 찍으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어떤 후보는 어처구니없게도 자기네 당에서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고 내건 핵심공약조차 모르고 있더라.”

주덕한 백수연대 대표가 이번 토론에서 전문가 패널을 향해 내뱉은 ‘일침’은 ‘청년실업’ 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다. 청년실업 대책을 포함해, 20대를 위한 정책은 사실상 방치돼 왔다.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공약은 재탕·삼탕인 경우가 많은데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 패널들도 모두 이런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먼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지지를 덜 받는 보수진영에선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진보·개혁 진영도 청년실업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보수 진영은 제쳐두고라도, 진보·개혁 진영이 근본적인 청년실업 대책의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선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한데, 대기업에선 더이상 나오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에서 괜찮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진보·개혁 진영이 어떤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왔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관료들의 탁상행정도 큰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주덕한 대표는 “소위 개혁적 정부로 꼽힌 참여정부에서도 청년실업 정책은 관료들에게만 맡겼기 때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노동부가 벌인 대부분의 정책들은 지난 10년 동안 별반 바뀐 게 없을 정도로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참여정부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청년실업 대책 성과와 과제’ 보고서를 보면, “약 100여개에 이르는 사업이 포함돼 백화점식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나와 있다. 주된 대상이 청년층이 아닌 경우도 일부 포함됐고, 사업간 유사·중복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참여정부 스스로도 이런 문제를 자인한 셈이다.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두 진보정당들도 ‘현실적이고 정교한 대안의 부재’라는 비판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내놓은 ‘기업 의무고용제 도입’과 ‘실업부조 도입’ 등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공약들도 이미 2004년 처음 제기된 뒤 별다른 진전이 없다. 진보정당의 청년실업 공약 마련에 깊숙이 개입한 바 있는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진보 진영의 정책적 대안 제시 능력에 한계가 있다”며 “당장 쟁점으로 떠오른 현안들에 대한 연구에도 급급한 상황이라 청년실업 대책은 연구가 본격화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물론 정부나 정치권, ‘세력’을 탓할 일만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낸 김성환씨는 “정책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유인은 ‘힘’과 ‘표’에 의해 만들어진다”며 “386세대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것처럼, 20대도 자신들의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 정책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적극 나섰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종의 ‘20대 책임론’인 셈이다.

그러나 20대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 하더라도 정권이나 정책 당사자들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토론에 참석했던 취업준비생 안미영씨는 “당장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어야 하는 현실에 매일 수밖에 없는데, 취업 걱정이 덜했던 386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나 정치권이 20대가 모여 있는 공간에 들어와서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는 적극성을 보일 수도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3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김상섭씨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았다. “개인은 취업을 못해 부끄럽고, 사회도 청년실업률이 높아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가 본질적 문제 해결보다는 실업률 낮추기에만 급급한 면피적 발상을 키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관공서에 가서 취업 준비 중이라고 하면, ‘아, 무직이세요?’라고 바로 받아친다”며 “이런 말을 들으면 순간 나 스스로도 부끄럽다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진다”고 고백했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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