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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3 11:54 수정 : 2008.05.13 11:54

[창간20돌기념 연중기획] 진보·개혁에 따져묻다 -교육(하)
“평준화·교육 다양성 두토끼 잡을 돌파구”
“한국 현실과 안맞아…일부 실험은 해볼만”

40년 간 변함없이 평준화 제도 유지, 천재와 학습장애 학생이 한데 어울리는 교실, 그러면서도 유연성있고 개별화된 맞춤 교육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주관하는 국제학력평가(피사)에서 1위를 뽐내는 국가. 핀란드 공교육 제도는 진보·개혁 진영의 평준화 원칙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한국적 토양에선 현실성 없는 일시적 유행으로 그칠 것인가.

‘교육 토론회-세션2’에서 홍종학 경원대 교수와 이범 곰티브이·교육방송 강사는 핀란드 모델이 평준화와 교육 다양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모델이라며, 적극적인 도입을 주창했다. 반면, 정유성 서강대 교수 등은 핀란드 모델의 우수성은 인정하면서도, 한국 현실에 적합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스타강사’로 잘 알려져 있는 이범 강사는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은 지향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핀란드 교육의 핵심인 △책임교육 △맞춤교육 △창의력 교육 등 세가지 원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임 교육은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성취를 하도록 교사가 적극적으로 끌어주고 돌봐주는 것을 말한다. 특히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의 최저학력을 보장하려는 교사의 노력이 중요하다. 핀란드의 경우, 진도를 따라가기 버거운 학생들은 특수교사들과 상의해 1대 1 보강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상향 평준화’가 가능하다.

맞춤교육은 획일적 교육과 대비되는, 1대1 교육을 말한다. 핀란드의 종합학교에선 같은 학년, 같은 교실에서도 학생별로 학습목표가 다르며, 학업성취도에 따라 나이에 상관없이 ‘월반’을 할 수 있는 무학년제로 운영한다. 이범 강사는 “숙제라는 제도만으로도 맞춤형으로 잘 운용하면 공교육의 주도권을 상당 부분 학교로 옮겨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암기식·객관식에 찌든 한국 학생들과 달리, 핀란드에선 자기 주도형 창의력·탐구 학습이 이뤄진다.

홍 교수는 각각 서로 다른 재능과 능력을 가진 학생이 한 한급에서 한데 어울리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세계 첨단기업에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예술가를 자꾸 고용한다”며 “그런 면에서 모두가 어울려 교육받는 핀란드 모델은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연구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정유성 교수는 “몬테소리를 포함해 대안교육의 최첨단 이론은 다 들어봤고 실험도 다 해봤는데 안됐다”고 지적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차별없이 살 수 있고, 복지 시스템이 잘 발달돼 교육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짐이 적은 핀란드 모델이 우리 사회에 먹히겠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 교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한두개 학교 단위에서라도 한번 실험을 해볼 필요는 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총선에서 경기 고양시 덕양갑에 출마한 심상정 의원(진보신당)은 진보 진영에선 처음으로 핀란드 교육 모델인 ‘자율형 공립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주목을 끌었다. 우수 교사를 초청해 교과편성의 자율권 등을 주고, 대신 맞춤·책임 교육제를 실시하는 공립 중·고등학교를 각각 2개씩 시범적으로 세우겠다는 거였다.

심 의원 쪽에선 총선 개표결과를 근거로 ‘자율형 공립학교’라는 공약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몰표 지역이었던 중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심 의원이 우세했거나, 근소한 차로 뒤졌기 때문이다. 심 의원은 “유권자들의 실용적 욕구를 일정하게 충족시키면서 그런 것을 매개로 우리 힘으로 교육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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