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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7 20:59 수정 : 2008.02.17 21:09

△문정인(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버려서는 안될 것-참여정부의 공

[연중기획] 다시 그리고 함께 / 새로운 모색을 위하여
제2부 성찰 (다시보는 참여정부 5년) - (7) 에필로그- 5년의 공과

일관된 포용정책 ‘한반도 전쟁 먹구름’ 거둬냈다 - 한반도 평화정착

한반도 전쟁의 암운이 많이 걷혔고, 남북한 간에 평화공존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런 점은 평양에 가보면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북의 엘리트들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전반적으로 남쪽은 적이 아니지 않냐는 인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 정도 교류협력이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

일관성 있는 대북 포용정책이 이런 가시적 결과를 가져왔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고 북한 내부에서도 선군정치가 대두되면서 주변환경이 어려웠지만 참여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대북 포용정책을 전개했다. 물론 참여정부 들어 이상적인 대북 원칙 때문에 대북송금 특검을 도입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지만 흐름 자체는 그렇게 갔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도 북한이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는 모든 교류를 정상적으로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어느 정부든 국민정서를 완전히 무시하는 정책은 힘들기 때문이다.

한미 관계를 보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뿌리는 같지만 주어진 환경과 얻으려는 정책적 목표는 차이가 있었다. 노 대통령은 좀더 자율적인 동맹과 자주적인 국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김 전 대통령은 미국과 의존적 동맹 안에서 자율성을 찾으려고 했다.

버려서는 안될 것-참여정부의 공

기록관리·정보공개 토대 닦아 - 투명성 강화


△경건(서울시립대 법학과 교수)
참여정부는 기록관리와 정보공개 분야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업적을 남겼다. 정보통신 인프라를 활용한 ‘열린정부 시스템’은 정보를 집적해 사용자인 국민들이 공공기관의 정보를 편리하게 검색·열람하도록 한 것이다. 또 국정에 관한 세세한 기록을 모두 남기도록 업무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기록의 생산·보존·공개 시스템도 체계화했다. 기록관리와 정보공개 강화는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는 가장 기초적 토대이다. 참여정부가 어렵게 구축한 이런 시스템이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의 투명성 강화는 단지 ‘참여’나 ‘민주’의 가치를 강조한 참여정부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의 효율성·공정성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에서도 결코 후퇴할 수 없는 기본적 가치다. 정부의 성격이나 정권이 추구하는 가치와 무관한 민주주의 발전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얌전한 과거청산’ 제한적 성공 - 과거청산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참여정부에서 그래도 점수를 줄만한 분야가 과거사 청산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이다. 조작간첩 사건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과거사위원회와 진실과 화해 위원회 등 국가기관이 보고서를 통해 이전에는 피해자들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했던 일들을 국가의 잘못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한계도 있었다. 과거 ‘살인무기’로 쓰였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채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했던 것과,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함으로써 제대로 진실을 밝히기 어려웠던 점이다. 한마디로 ‘얌전한’ 과거청산이었던 셈이다. 과거청산 문제는 절대로 죽은 이슈가 아니다. 앞으로는 참여정부에서 펴낸 보고서를 바탕으로 시민사회,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적 권위 상실 ‘금기’ 없애 - 탈권위

△신광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는 역설적으로 정치적 권위의 상실을 통한 금기 해체 현상이다.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댓글문화는 그 자체가 찌꺼지 문화와 가깝지만 그것이 권력자들의 권위를 해체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이제 어떤 대통령도 과거와 같은 금기를 통해서 권위를 행사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10년의 또 다른 성과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변한 것이다.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성공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대단히 높아졌다. 그리고 이것은 중국과의 수교와 남북관계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됐다.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권 행사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적일 수 있었던 요인도 경제력의 증대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래한다. 만약 중국과의 관계가 과거와 같았다면, 한국이 남북문제에서 역량을 발휘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서구식 복지국가 초기 단계 진입 - 복지 투자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정부가 실패했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 10년동안 서구적 의미에서 복지국가 초기단계까지 진입시킨 긍정적 측면이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사회보험의 틀을 확실히 잡아놨다면 참여정부에서는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정한 진보를 이뤄놨다. 전반적으로 지난 10년동안 복지국가로 진입하는 데 굉장히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최근 10년 동안 복지 팽창 수준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다. 대만이 우리 보다 좀 낮은 수준이다. 할 수 있는 만큼 잘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한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다. 복지국가 지지율이 높은 나라는 중산층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이 많은데 우리는 중산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복지예산이 확대됐어도 실제로는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연금, 의료보험, 보육 등이 그랬다. 경제 양극화, 인구고령화 팽창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깨끗한 선거’ 정치개혁 다져 - 정치개혁

△이준한(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업적 가운데 하나로 정치개혁을 꼽을 수 있다. 선거 공영제를 확대해 돈 안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의 기틀을 다졌고 능력있는 정치신인들이 정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노 대통령이 2002년 대선 출마 때 도입한 상향식 국민경선도 총선과 지방선거로까지 확산되면서 정당 민주화의 초석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참여정부의 이런 정치개혁을 10대 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매년 초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하는 ‘정치적 자유’ 영역에 대한 평가에서도 1987년 이후 2점을 받아오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4년 비로소 최고점인 1점을 받았다. 반면 ‘시민적 자유’는 1992년 이후 계속 2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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