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교수(중앙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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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민심 읽기 (중) 대선 민심, 톺아보기 지난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역대 대선 가운데 최저였다. 3명 중 2명만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이명박 후보가 절반 가까이 표를 얻어 전체 유권자 3명중 1명꼴의 지지로 당선됐다. 오래 전부터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지난 대선은 역대 대선에서 가장 싱거운 선거였다. 유권자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이다. 한 부류는 이념적인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적 이념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다른 부류는 실익을 고려해 투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념보다 실질적인 이익을 더 중시하는 유권자들이다. 지난 선거에서는 실질적인 이익을 고려해 과거에 지지했던 정당과는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 가운데 그런 유권자들이 많았다. 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 가운데 정동영 후보를 찍은 경우는 27.3%에 불과했다. 43.9%가 이명박 후보, 8%가 문국현 후보를 선택했다. 이번에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1/3 정도가 과거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이었다. 반면,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 가운데 76%가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고, 10.2%만이 다시 이회창 후보에게 투표했다. 전체적으로 보수 후보의 득표율은 86.2%나 됐다. 이명박 후보 지지층은 크게 전통적인 보수층과 실질적 이익을 기대하며 투표한 유권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각각 전체 유권자의 2/9와 1/9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지지 이유는 무엇이었고,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노무현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은 경제침체와 부동산 가격 폭등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을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사회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를 꼽았다. 거시경제 지표는 좋았지만,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의 체감경기는 대단히 나빴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자영업자, 노동자, 농민과 주부들이 대거 이명박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이 후보에게 거는 기대도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 집값 안정, 일자리 안정, 복지강화 등 모두 민생문제들이다. 이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은 4가지 사안에서 기대가 유난히 컸고, 이는 대부분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나 미흡한 정책과 관련이 있다.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자들의 기대는 막연한 이념적 내용보다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의 기대를 조기에 충족시키지 못할 때, 실망도 클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딜레마는 정당의 이념과 지지자들의 요구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초기에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이명박 정부의 미래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다. 신광영 교수(중앙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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