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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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보면, 스위스와 스웨덴에서 최근 (극)우파가 집권했다. 몇 년 사이 프랑스와 독일은 보수정당, 영국은 노동당이 정부를 운영 중이다. 최근 세계적 흐름은 보수와 진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아직 이념의 경쟁이나 변동이 낯설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탓이다. 1987년 민주주의 이행 뒤에도 이념의 추가 진보의 최정점에 도달한 것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이었다. 한국사회가 보수화됐다는 2007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중도의 증가가 엿보일뿐 보수의 증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겨레〉가 벌인 2004년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평균적 이념 위치가 2.92였는데 2007년 대선 뒤에는 3.16으로 나타났다. 평균점인 3(중도)을 중심으로 매우 좁은 폭을 보이며 이동하는 것이다. 그간 한국사회 보수화의 징표로 20대와 30대가 거론되었다. 그러나 〈한겨레〉의 2007년 대선 뒤 여론조사에서도 과거와 변함없이 젊은 세대일수록 더 진보적이라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검증되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29살 이하(2.95)와 30대(2.96)의 평균적 이념 위치는 여전히 왼쪽에 있었다. 2004년 여론조사의 20대(2.66)와 30대(2.73)보다는 오른쪽으로 이동했지만 변동폭은 다른 연령대에 비하여 넓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리고 젊은 세대일수록 미래의 대안정당으로 진보정당을 꼽는 경향도 통계적으로 검증되었다. 세계는 지금 ‘이념 혼재’ 앞으로 한국의 이념적 지형도 변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주의가 공고화하고 경제가 발전한 국가에서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과거에는 이념의 변동에 개혁이나 민주화 같은 정치적인 변수가 작용했다면 앞으로는 점차 성장이나 분배와 같은 경제적인 변수가 작동할 것이다. 이런 한국의 이념적 변동은 오히려 세계적인 추세로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난 3년여만에 평균적 이념위치가 2.92에서 3.16으로 이동한 것이 한국사회의 보수화를 알리는 신호일지, 아니면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과 개혁세력에 대한 일시적 피로감의 반영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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