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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1 10:00 수정 : 2008.01.02 15:41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외과

[기고]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외과

옛 소련 붕괴 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과감하게 이념의 종언을 고했지만 이념은 아직도 건재하고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으면서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정치가 안정된 서구 국가들에서는 약 20년 주기로 시계의 추처럼 이념적 변동이 이뤄진다.

제2차 세계대전 뒤 1950년대 말까지는 보수로 답하는 응답자가 많았고 이후 1970년대까지는 진보라는 시민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다시 1980~1990년대까지 보수란 응답이 많아졌다. 경제가 좋을 때는 분배를 선호하고 오일 쇼크등 경제위기가 닥치면 성장을 옹호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이념의 추는 운동하는 것

2000년대엔 세계적으로 이념적 혼재 현상이 두드러진다. 남미에선 1970년대 친미·보수정권이 집권했다가 2000년대 브라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에서 좌파정부가 등장했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 지지율이 95%까지 치달았지만 올 대선에선 공화당 승리를 점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유럽을 보면, 스위스와 스웨덴에서 최근 (극)우파가 집권했다. 몇 년 사이 프랑스와 독일은 보수정당, 영국은 노동당이 정부를 운영 중이다. 최근 세계적 흐름은 보수와 진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아직 이념의 경쟁이나 변동이 낯설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탓이다. 1987년 민주주의 이행 뒤에도 이념의 추가 진보의 최정점에 도달한 것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이었다.

한국사회가 보수화됐다는 2007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중도의 증가가 엿보일뿐 보수의 증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겨레〉가 벌인 2004년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평균적 이념 위치가 2.92였는데 2007년 대선 뒤에는 3.16으로 나타났다. 평균점인 3(중도)을 중심으로 매우 좁은 폭을 보이며 이동하는 것이다.

그간 한국사회 보수화의 징표로 20대와 30대가 거론되었다. 그러나 〈한겨레〉의 2007년 대선 뒤 여론조사에서도 과거와 변함없이 젊은 세대일수록 더 진보적이라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검증되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29살 이하(2.95)와 30대(2.96)의 평균적 이념 위치는 여전히 왼쪽에 있었다. 2004년 여론조사의 20대(2.66)와 30대(2.73)보다는 오른쪽으로 이동했지만 변동폭은 다른 연령대에 비하여 넓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리고 젊은 세대일수록 미래의 대안정당으로 진보정당을 꼽는 경향도 통계적으로 검증되었다.

세계는 지금 ‘이념 혼재’

앞으로 한국의 이념적 지형도 변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주의가 공고화하고 경제가 발전한 국가에서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과거에는 이념의 변동에 개혁이나 민주화 같은 정치적인 변수가 작용했다면 앞으로는 점차 성장이나 분배와 같은 경제적인 변수가 작동할 것이다. 이런 한국의 이념적 변동은 오히려 세계적인 추세로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난 3년여만에 평균적 이념위치가 2.92에서 3.16으로 이동한 것이 한국사회의 보수화를 알리는 신호일지, 아니면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과 개혁세력에 대한 일시적 피로감의 반영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한겨레 관련기사]

▶ 한국사회, ‘진보적 가치’ 여전히 선호
▶ 경제엔 ‘보수’ 사회엔 ‘진보’…좌→우 약간 이동
▶ 20대 보수화? 56%가 “재벌규제 강화”
▶ ‘나는 보수’ 64%가 “풍요보다 복지가 낫다”
▶ [기고] 중도층 증가 사실이지만 보수화 신호인지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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