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4.27 11:08
수정 : 2010.04.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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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승의 중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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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승의 중동이야기-아프간 경유 송유관 사업(2)
1996년 2월 브리다스와 탈레반 임시정부는 아프간 경유 송유관 사업의 예비계약에 서명했다. 이에 미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브리다스를 압박하면서 유노칼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3월 토마스 사이먼스(Thomas Simos; 1996-98 역임) 주 파키스탄 미국대사(1996-98 역임)는 베나지르 부토(Benazir Bhutto) 파키스탄 수상에게 브리다스 대신 유노칼의 독점권을 요구했다. 또한 미국은 파키스탄 정보부(ISI)를 통해 탈레반을 직접적으로 지원했다. 그러한 지원은 탈레반이 1996년 9월 26일 카불을 장악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1996년 8월 유노칼은 델타 오일(사우디아라비아), 가즈프롬(러시아) 및 투르크멘로스가즈(Turkmenrosgaz; 투르크메니스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송유관 협정을 체결하면서 브리다스를 압박했다. 하지만 유노칼과 브리다스의 대립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이후 역전되었다. 11월 탈레반은 브리다스와 송유관 협정을 체결했다. 다음 달 파키스탄 외무 장관은 카불을 방문하여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오마르를 만나 유노칼과의 협력관계를 요구했지만 탈레반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고 결국 그의 방문은 실패로 끝났다.
1997년에 들어와서 브리다스는 재정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해 8월 브리다스의 주식 60%가 아모코(Amoco)에 매각되었다. 아모코는 팬 아메리칸 에너지(Pan American Energy Corporation)의 형성을 주도했다. 브리다스 인수전의 입찰자들은 미국의 아모코와 유니온 텍사스 석유회사(Union Texas Petroleum), 프랑스의 토탈(Total), 셸(Royal Dutch Shell), 스페인의 엔데사(Endesa), 그리고 스페인의 렙솔(Repsol)과 미국의 모빌(Mobil)이 참여한 컨소시엄이었다.
브리다스는 아모코에게 탐나는 인수대상이었으며, 전직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당시 아모코의 고문이었다. 아모코가 브리다스를 인수한 후, 브리다스의 승계 회사 팬 아메리칸 에너지는 탈레반과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협상했다. 하지만 그러한 협상의 역학은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다. 범아메리카 에너지는 시카고에 본사를 둔 모기업 아모코를 위해 협상을 하고 있었다.
1998년 8월 브리티쉬 페트로리움(BP)과 아모코의 합병은 아프간 송유관 사업에서 새로운 상황이 되었다. 브리다스-유노칼의 경쟁관계는 유노칼과 BP-Amoco의 대립구도로 변화되었다. BP-Amoco는 그루지아와 터키를 통과하는 바쿠(Baku)-세이한(Ceyan) 송유관을 포함하여 카스피 해에서 나오는 서향 송유관 경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BP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브리다스를 인수함으로써 동향과 서향 송유관 협상에서 직접적인 지분을 획득했다. 유노칼은 BP에게 “경쟁자”인 동시에 컨소시엄 “파트너”이기도 하다. 즉, BP는 유노칼이 상당한 지분을 가진 서향 송유관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브리다스가 BP-Amoco에게 인수된 상황에서 아프간을 경유하는 송유관이 BP의 동의 또는 참여 없이 진행될 수 없었다.
또한 영국과 미국의 석유 이익의 통합으로 이루어진 BP와 Amoco의 합병은 영국정부와 미국 정부의 정치적 관계가 더욱 긴밀하게 발전하는데 기여했다. 미국과 영국의 석유 이해관계자들의 합병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미국의 무조건적인 동맹국이 되었다.
1998년 8월7일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고 미국은 폭탄 테러의 배후로 알 카에다를 지목했다. 8월 20일 미국은 테러조직 소탕을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 파크티아주 자와르 지역에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훈련 캠프에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유노칼은 탈레반과의 공식적인 협상 중단을 발표했고 탈레반과 유노칼의 밀월기간은 끝나고 말았다. 1997년 아모코의 브리다스 인수와 뒤이은 1998년 8월 BP-Amoco 합병이 유노칼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 게임은 진행되고 있다.
1998년 10월 5일 텍사스 법원은 투르크메니스탄 가스 지대의 개발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브리다스가 유노칼에 제기한 150억 달러 소송을 기각했다. 텍사스 법원은 이 소송을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재판소가 맡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것은 실제로 1년 전 브리다스를 인수한 BP-Amoco에게 불리한 내용이었지만 카스피 해의 컨소시엄 파트너인 유노칼과 BP-Amoco 사이에는 상호간 양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직 국가안보담당 보좌관(민주당 정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아모코의 고문으로 활동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전직 국무장관(공화당 정부) 헨리 키신저는 유노칼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었다. BP-Amoco의 브리다스 인수는 모든 개연성을 놓고 볼 때, BP가 무엇보다 유노칼과 합의한 상태에서 향후 송유관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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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승 교수는 1998년 이란 테헤란국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9-2000년 하버드대학교 중동연구센터(Center for Middle Eastern Studies)에서 초빙학자로 있었다. 2001-2003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연구교수로 일했고 2003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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