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1.13 10:15
수정 : 2009.11.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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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승의 중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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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승의 중동이야기] 석유의 국제정치학
석유는 검은 황금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자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에너지원이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당시 헨리 키신저는 “석유를 장악하면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또한 석유왕 록펠러는 석유를 악마의 눈물이라고 불렀다. 이는 석유를 둘러싼 전쟁과 갈등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석유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세계 패권의 원천이다. 19세기 영국은 석탄경제, 20세기 미국은 석유경제로 세계의 패권을 장악했다. 따라서 오늘날 석유의 패권은 권력 그 자체이다.
미국의 에너지 전략은 페르시아 만에서 카스피 해로 연결되고 있다. 페르시아 만은 세계원유매장량의 2/3 이상, 카스피 해는 1/5 이상이 매장되어 있어 ‘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중동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중동은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을 총칭하는 지리적 개념이다. 즉 중동의 범위는 동쪽으로는 이란의 서아시아 대륙, 서쪽으로는 모로코에 이르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북의 지역, 북쪽으로는 터키 그리고 남쪽으로는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수단과 이집트에 이르는 지역이다. 중동이란 용어는 특수한 지리적 개념이다. 이 용어는 유럽을 기준으로 가까운 쪽을 근동, 먼 쪽을 중동이라고 지칭하면서 등장했다. 근동은 지중해에서 페르시아 만까지를 의미하며 중동은 페르시아 만에서 동남아시아까지를 지칭했다. 이 용어는 1902년 미 해군 제독 알프레드 마한(Alfred Mahan)이 처음으로 페르시아만 지역을 중동으로 지칭한 데서 비롯되었다. 알프레드 마한은 페르시아 만을 중심으로 아라비아 반도와 인도 사이를 중동으로 지칭하면서 최초로 구체적인 지역범위를 설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이 이집트에 중동 사령부를 설치했고 이 사령부는 수에즈 운하 동쪽의 전쟁 업무와 관련되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은 보편화된 명칭이 되었다. 그 결과 과거의 근동이 오늘날의 중동이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동은 정치적인 의미를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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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뽑아올린 석유는 송유관을 통해 알제 항구까지 수송된 뒤 거대한 유조선에 실려 주로 유럽으로 수출된다. 알제리국영석유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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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에 들어와서 미국의 에너지 전략이 페르시아 만에서 카스피 해로 연결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포함하는 확대된 중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분쟁의 중심지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아제르바이잔을 포함시키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 해의 자원을 지중해로 보내는 중요한 국가이다. 2005년 5월 카스피 해에서 지중해로 연결되는 BTC(바쿠~트빌리시~세이한) 송유관 공사가 개통되었다. 이것은 아제르바이잔 해역의 카스피 해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그루지야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의 항구인 세이한까지 나른다는 것이다.
카스피 해는 ‘제2의 페르시아 만’이라고 부른다. 카스피 해는 중국과 인도 등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서 아시아의 중요한 자원의 보고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카스피 해는 유라시아의 통로이기도 하다. 워싱턴 허드슨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윌리암 오돔 미 육군 예비역 중장은 1997년 [중앙아시아와 남부 코카서스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남부 코카서스와 중앙아시아 지역은 미국이 유동적인 페르시아 만 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에 충분할 정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미국의 외교 정책과 국제 공조는 남부 코카서스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민주주의 구축, 자유 시장 정책, 인권, 지역경제 통합 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독립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카스피 해를 둘러싼 개입과 갈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중국, 터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스피 해는 과거 페르시아 만을 둘러싼 갈등구조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의 실크로드 전략법은 동쪽, 남쪽, 북쪽에서 오는 정치적, 경제적 압력에 취약한 지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의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러시아(북쪽) 뿐만 아니라 중국(동쪽)과 이란, 이라크(남쪽)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실크로드 전략법의 성공적인 실행은 광대한 석유 및 가스 매장량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석유회사들을 위한 송유관 경로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를 통해 미국의 에너지 패권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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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승 교수는 1998년 이란 테헤란국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9-2000년 하버드대학교 중동연구센터(Center for Middle Eastern Studies)에서 초빙학자로 있었다. 2001-2003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연구교수로 일했고 2003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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