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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승의 중동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와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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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영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1994년에 상영된 코케르 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국내에 1997년 개봉되었고,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이란영화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는 제47회 칸 경쟁부문 진출작이자 제67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작품이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양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너무 지루하다” “마지막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4분은 20일에 걸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90년대 최고의 라스트 씬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두고 흔히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길 위의 시인이라고 부르고, 그의 영화를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언급한다.
이 영화는 소박한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라는 매우 단순한 주제를 바탕으로 삶의 현실과 욕망 사이의 이분법적 구도를 초월하는 내용이다. 또한 이 영화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라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벌어지는 영화속 가상의 영화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이란 유학 시절에 봤고 그것도 세 번이나 보았다. 세 차례에 걸쳐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영화 제목이 ‘올리브 나무 사이로’인데 올리브 나무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에서 보여주는 모든 나무들이 올리브 나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올리브 나무는 평화와 풍요의 상징이다. 이는 구약성경과 관련되어 있다. “저녁때에 비둘기가 그에게로 돌아왔는데 그 입에 올리브(감람나무) 새 잎사귀가 있는지라 이에 노아가 땅에 물이 줄어든 줄을 알았으며” (창세기 8:11) 동물로는 비둘기, 식물로는 올리브가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올리브 나무는 척박한 자연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고 지중해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약 90% 정도 분포되어 있다. 이란에서는 카스피해 연안 지역에서 경작되고 있고 기원전 3천년경부터 올리브 나무를 재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20일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란의 설날 노루즈를 맞이하여 양국 간의 건설적인 관계를 추구하자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외신들은 “올리브 나뭇가지를 꺼내들었다”라는 제목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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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북부에 있는 올리브 나무숲. 사진 제공 유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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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외부적 요인
영화 속의 외부적 요인은 바로 지진이다. 이란은 지진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지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1990년 6월 21일 북서부 길란 주와 잔잔 주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 7.4의 강진으로 5만여 명이 사망했고 북부지역 대부분이 파손되었다. 2003년 12월 26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Kerman) 주에 발생한 리히터 규모 6.3의 강력한 지진으로 2천년전 사산조(224-652)의 유적 아르게 밤(Arg-e Bam)이 붕괴되어 폐허로 변했고 약 5만여 명이 사망했다. 아르게 밤은 세계 최대의 진흙 성채이고 사막 한가운데 대추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고대 도시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약 70%가 사라져 버렸다. 예기치 못한 지진 사태는 매우 충격적이고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들의 가족과 마을 그리고 그들의 삶.
이 영화에서는 지진이라는 외부적 요인을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늘날 이란의 현실은 영화 속의 지진처럼 매우 충격적이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존재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것은 현실이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세인과 타헤레는 지진이라는 비극적인 재앙 속에서 슬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호세인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랑하는 연인 타헤레에게 사랑을 간청하며 그녀를 따라 벌판을 가로질러 간다.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며 먼 거리에서 우리는 의기양양하게 카메라를 향해 달려오는 호세인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위협은 지진처럼 또 다른 재앙이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은 친미국가에서 반미국가로 전환되었다. 서구 언론들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이란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고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국가이다. 이란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4위이고 천연 가스매장량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이다. 더 나아가 이란은 러시아에게 가스 OPEC을 제안했고 만약 이 기구가 창설되면 세계에너지 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란은 세계 에너지 생명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호르무즈 해협을 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공급의 1/5을 차지하는 중요한 수송로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50 km, 최대 수심이 190 m이고 해협의 중간에 위치한 섬 3개에 이란은 해상공격용 대포와 미사일을 배치해 놓았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대항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론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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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 사진 제공 유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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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03년 중반 티란트(TIRANNT: Theatre Iran Near Term: 가까운 시기 내에 이란 전역에 대한 군사작전)를 입안했다. 2004년 6월 당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미 전략사령부에게 전세계 군사작전 계획인 ‘콘플랜(CONPLAN) 8022’에 대한 실행여부를 준비시켰다. 콘플랜은 저강도 군사작전을 의미한다. 미국의 CIA는 과거 소련 점령의 아프간 반군을 지원한 것처럼 이란의 반체제운동을 통해 내전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서쪽에서는 쿠르드족, 북서쪽에서는 아제리족, 남동쪽에는 발루치족의 종족단체를 통해 이란과 저강도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정밀 타격, 소규모 공격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이란의 핵시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공격목표는 나탄즈, 에스파한, 아라크, 부쉐르에 있는 핵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이슬람혁명수비대에 대한 제한된 공습으로 공격목표를 변경했다.
또한 미국은 이란을 제재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엔을 활용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이제까지 세 차례에 걸쳐서 이란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2006년 12월 제1737호(비군사적 제재)에서 자산동결 대상은 이란의 주요 기업 10개와 개인 12명이었다. 2007년 3월 1747호(비군사적 추가 제재)에서는 개인, 단체, 기관 28곳을 자산 동결 대상으로 추가시켰다. 2008년 3월3일 1803호 유엔 제3차 결의안은 앞선 두 차례 결의안의 내용을 보완·강화한 것이다. 처음으로 민간 및 군용으로 함께 쓰일 수 있는 물품 교역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이란의 경제활동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2009년 2월 2일 이란 국영프레스 TV는 오미드 인공위성이 위성 운반용 로켓 사피르-2호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2005년 10월 러시아 로켓에 실어 인공위성 시나-1호를 발사한 적이 있지만 자체 개발한 로켓을 이용해 위성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는 서구의 지속적인 경제제재 그리고 우주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기술과 부품 조달의 어려움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공위성 발사 기술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개발 가능성을 의미한다. 유럽 남동부 지역이 이란 미사일의 사정권에 포함되고 향후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란의 첫 인공위성 발사는 중동의 정세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것이고 중동의 군사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란은 4월 9일 이란 핵의 날을 맞이하여 핵연료 생산공장을 가동하면서 핵 개발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선언했다. 이번 사건은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7자 회담 개최 제안 이후 나타났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 8일 주요 6개국 회담에 이란을 초청했고 미국은 기존의 입장과 달리 이란과의 직접 대화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이란에 대한 화해 제스쳐를 보여주었다. 반면에 이란은 미국의 이란정권교체 시나리오의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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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전 사산조(224-652) 시대의 아름다운 고대 도시였던 ‘아르게 밤’은 세계 최대의 진흙 성채로 사막 한가운데 대추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2003년 12월26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Kerman) 주에 발생한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으로 5만여명의 사망자를 내며, 폐허로 변했다. 사진 제공 유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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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과 영웅주의
할리우드 영화 속의 영웅은 미국식 영웅을 상징하고 있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그리고 배드맨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 속의 영웅은 전세계를 무대로 수많은 악당들을 물리치면서 세상을 구해내고 있고 세계의 정의는 미국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슈퍼맨, 배드맨 그리고 스파이더맨 가운데 누가 진정한 영웅일까? 슈퍼맨은 태어나면서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항상 위기 상황에서 지구를 구해내지만 크립토나이트라는 돌맹이를 무서워한다. 스파이더맨은 우연한 기회에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항상 여자 문제로 고민한다. 배트맨은 기존의 할리우드 영웅과는 달리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혹독한 훈련으로 무술을 연마했지만 웨인 그룹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최첨단 과학 장비가 없으면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다. 그들은 영화 속의 영웅이자 환상 속의 영웅이고 현실 속의 영웅은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 만들기는 단순히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우리들의 소망이기도 한다. 이제까지 인류의 역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해 왔다. 신들의 역사, 왕들의 역사 그리고 이제는 영웅들의 역사. 그럼 진정한 영웅은 과연 누구일까?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에서는 영웅과 영웅주의가 강조되었다. 이슬람혁명의 지도자인 호메이니를 영웅으로 만들었고 더 나아가 그를 이맘이라고 부르고 있다. 시아파에서 이맘은 제1대 이맘 알리의 자손을 의미하고 신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호메이니는 진정한 이맘이 아니지만 영웅주의를 부각시키기 위한 이맘으로 추종하고 있다. 이란은 이란-이라크 전쟁을 ‘강요된 전쟁’(Imposed War)이라고 규정하지만 ‘성스러운 전쟁’(Holy War)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참여를 주장하면서 새로운 영웅 만들기를 시도했다.
호세인은 순수하고 겸손한 가치를 가진 평범한 젊은이에 불과하다. 그는 단순하지만 사랑하는 타헤레와 결혼하겠다는 강한 열정을 가졌다. 호세인의 사회계급에 대한 입장, 소박한 낙관주의 그리고 정직함은 이란의 현실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호세인의 얘기는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가 글을 모르니까 아내만은 교육도 받고... 둘 중 하나는 글을 알아야 자식들 공부를 돌봐주죠. 둘 다 글을 모르면 무슨 희망으로 살아가겠어요. 만약 지주는 지주끼리, 부자는 부자끼리, 무식한 사람은 무식한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면 아무 것도 안 될 거예요. 글을 아는 사람은 무식한 사람과 결혼하고, 부자는 가난한 사람과 집없는 사람은 지주와 결혼하면 모든 사람이 서로 도우며 살 수 있잖아요.”
감독은 어렵고 복잡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사랑을 간직하면서 그것을 성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닌 호세인을 시골풍의 영웅으로 규정한다. 꿈과 희망을 간직하고 그것을 성취하겠다는 평범한 소시민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 바로 우리 자신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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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승 교수는 1998년 이란 테헤란국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9-2000년 하버드대학교 중동연구센터(Center for Middle Eastern Studies)에서 초빙학자로 있었다. 2001-2003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연구교수로 일했고 2003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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