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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지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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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보행권을 되찾자’ ④ 독자들 공감대 확산
서울 토박이 배우 오지혜씨“인도 비좁은 길에 차 쌩쌩 전원생활 선택 후회되기도” 서울 토박이인 배우 오지혜(39·사진)씨가 경기 양평군 용문산 근처 산골 마을로 이사를 온 건 지난해 이맘 때다. 더 이상 도시의 텁텁한 공기가 그를 짜증나게 만드는 일은 없게 됐다. 아침에 상쾌한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실 때마다 전원 생활의 행복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사 온 지 한달도 채 안돼 생각지 못한 어려움에 부닥쳤다. 시골길을 여유롭게 걷고 싶어도 마땅히 걸을 만한 길이 없다니! 인도는 좁았고, 차들은 무섭게 달렸다. 집 앞 공중목욕탕을 갈 때도 차를 몰고 나서야 할 정도다. 7살짜리 딸을 데리고 산책길로 가기 위해 집 앞 다리를 건널 때면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앞에서 진땀을 빼야 한다. “〈여성시대〉란 라디오 프로그램을 임시로 진행할 때였어요. 생방송 도중 강석우씨가 ‘공기 좋은 데 이사 갔으니 걷는 운동 많이 하겠어요’라고 묻길래 ‘공기는 좋은데 차도뿐이라 차로 십분 거리인 용문산 산책길까지 나와야 걸을 수 있어요’라고 답했죠. 그랬더니 강씨가 ‘그럼 뭐하러 갔어요, 거긴?’이라고 되묻는데, 순간 말문이 턱 막히더군요. 시골에 걸을 길이 없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거죠.” 요즘 들어 오씨는 남편인 영화감독 이영은(37)씨에게 “건강 지키려고 이렇게 매일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뼈있는 농담’을 늘어놓곤 한다. 보다 못한 오씨는 ‘보행권을 되찾자’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다며 현장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자신의 사연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요즘 오씨가 시골의 보행 현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짜증’보다 ‘분노’에 가깝다. “23년 전 경기 용인 국도변에서 초등학생이었던 제 사촌동생이 학교에 가다 트럭에 치여 숨졌어요. 그때도 어떻게 학교 근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너무 슬펐는데 지금 역시 별로 좋아진 게 없는 것 같아 더 화가 납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인도 만들기는 커녕 경찰 단속만” “점자블록 끊긴 곳도” 독자들 제보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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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발 사진들. 사진 왼쪽 인도가 없는 서울 남부순환로 가리봉오거리~시흥인터체인지, 사진 중앙 인도에 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선 서울 문래동 한국전력 영등포지점 앞길, 사진 오른쪽 버스정류장이 인도 전체를 차지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까지 끊긴 관악구 낙성대 인근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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