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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2 09:04 수정 : 2007.12.12 09:30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신당 패배 기정사실 속 한때 이회창쪽 접촉도
“떨어질 때 잘못하면 뼈 부러져…정치도 비슷”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요즘 바쁘다. 현장 유세, 규탄 집회, 텔레비전 토론에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손학규 이해찬 김근태 강금실 추미애 등 선거대책위원장들도 개미처럼 열심히 현장을 다닌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신당 내부에서는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좀처럼 내놓고 말을 하진 않지만, 현실을 보지 못할 정도로 우둔하진 않다. 패배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일 검찰의 수사 발표 뒤다. 정동영 후보의 막판 전략은 이명박 후보의 붕괴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 개혁 성향 수도권 유권자들의 결집 등 모든 시나리오는 이명박 후보가 흔들려야 가능한 일이었다.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 쪽도 마찬가지다. 후보는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다니지만, 주변에서는 상황 판단과 전략 수립의 실패를 자인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몇 사람을 만나서 속내를 들어 보았다.

“유도에서는 낙법이 가장 중요하다. 떨어질 때 잘못하면 뼈가 부러진다. 정치도 비슷하다.”

신당의 한 관계자는 “30% 선까지 따라 붙은 상태에서 져야 한다”고 했다. 그 이하면 사실상 궤멸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떨어지는 것일까? 이른바 평화민주개혁 세력의 깃발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깃발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햇볕정책’이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은 이 두 가지로 압축된다.


검찰의 수사 발표 뒤,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 쪽의 은밀한 접촉이 있었다. 정동영 후보 쪽에서는 ‘반부패 연대’를 고리로, 검찰 수사에 대한 규탄집회에 후보들이 연사로 나서는 그림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 쪽에서는 ‘후보 단일화’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정동영 후보 쪽은 “없었던 일로 하자”고 거절했다. 신당 내부에서도 이회창과의 후보 단일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안된다. 우리는 ‘집권에 환장한 사람들’이 아니다. 정치를 안하면 안했지, 그건 못한다”고 정리했다.

그래서, 대선에서 ‘멋지게’ 진 뒤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정동영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으로선 내년 4월 총선도 어렵다. 우리에게는 ‘노무현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러워 있다. 대선패배 책임론도 피해갈 수 없다. 국민들은 이명박 일꾼 밀어주기에 동의할 것이다. 수도권에서 참패가 예상된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부터 평화민주개혁 세력, 진보개혁 세력이 조금씩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2012년 봄 총선을 잘 치르면, 그 힘을 발판으로 2012년 12월 대선에 다시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런 기회가 공짜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진보개혁 세력이 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새로운 정책노선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정책노선은 ‘제3의 길’일 수도 있고, ‘질적 성장’일 수도 있다고 했다.

문국현 후보 쪽 관계자는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났다. 국가는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 국민들은 각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됐다. 진보개혁 세력은 이 부분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

‘인물’을 찾아내고 기르는 일도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중심제에서는 결국 ‘후보’가 있어야 한다. 올 대선의 교훈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에는 ‘차차기’를 노리는 박근혜, 정몽준, 오세훈, 김문수 등이 있다. 여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여권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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