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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7 19:30 수정 : 2007.12.10 14:35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요즘 바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제각각 도라산으로, 구로디지털단지로 쫓아다니고 있다. 전형적인 이벤트 중심 선거운동이다. 그런 행사는 텔레비전 뉴스의 한 장면, 신문 정치면의 한 구석을 장식할 수 있을 뿐이다. 별 감동이 없다.

이번 대선은 어차피 이른바 ‘범여권’에 불리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정치 분석가들은, 범여권이 후보와 정책에서 한나라당과 비교해 확실한 ‘차별성’과 ‘창조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정동영·문국현 두 사람에게는 그런 차별성과 창조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치열한 성찰과 고민의 흔적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왜 정동영’을, ‘왜 문국현’을 찍어야 하는지 유권자들에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만에 하나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정동영·문국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에게 기회가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창조한국당 안에서도 이런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타개책은 무엇일까? 최근 양쪽 진영 사이에 물밑으로 진행되는 연립정부 구성 방안을 둘러싸고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두 사람에게 단 한 번의 마지막 기회가 올 수 있다.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이명박 후보가 무너져야 한다. 둘째, 자력으로 지금보다 지지율을 꽤 올려야 한다. 셋째, 이회창 후보가 완주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을 전제로, 두 사람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다면 선거를 선거답게 치러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공학적이지만,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림자 내각’도 언뜻 비친다.

“두 사람만으로는 약하다. 개혁 진영의 ‘거물’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정동영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면, ‘정동영 대통령, 손학규 총리, 문국현 경제 부총리, 정운찬 교육 부총리’ 조합이 있을 수 있다. 문국현 후보가 되면, ‘문국현 대통령, 손학규 총리, 정동영 통일 부총리, 정운찬 교육 부총리’ 조합이 된다. 단일후보가 되는 사람은 나머지 사람들의 5년 임기와 권한 위임을 약속하는 정치적 각서를 써야 한다.”

두 후보에 더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국정의 조정자’로 활용하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게는 ‘교육’을 통째로 맡기자는 얘기다. 결국, ‘외교·안보 정동영, 경제 문국현, 교육 정운찬, 국정 손학규’의 이른바 ‘드림팀’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권력을 몇 사람이 나눠서 행사하는 집단지도 체제를 짜자는 것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무기는 강한 리더십이다. 양극화에 지친 유권자들은 메시아를 기대하고 있다. 메시아는 독선적일 수밖에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바로 그런 강한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다. 독선의 반대되는 정치적 개념은 ‘통합’, ‘연합’, ‘연립’이다. 민주개혁 진영이 이명박 후보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후보 단일화를 중심축으로 하는 연립정부 구성 방안은 ‘전례’도 있다고 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는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김종필 자민련 후보와 ‘디제이피 연합’을 했다. ‘전라도’를 싫어하던 서울 사람들도 전라도와 충청도가 나눠 먹겠다고 하니까, 믿어줬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도 연합의 정신이 기반이 됐다.”

이런 아이디어를 말하는 사람들은 후보들이 새겨들어야 한다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부총리면 어떤가.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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