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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0 14:08 수정 : 2007.11.10 14:08

10년전 ‘DJ 비자금’ 때와 다르면서도 ‘수혜자’는 일치
이회창쪽 발언 자제하지만…사석에선 “BBK가 변수”

역사에는 가끔 ‘데자뷰’(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일)가 나타난다.

1997년 대선을 앞둔 10월7일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이 ‘김대중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6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해 왔다는 내용이었다. ‘피 튀기는’ 진실 공방이 이어졌고, 대선의 향배는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김대중 후보가 낙마하면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는 상황이었다. 김태정 검찰총장은 2주일 뒤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 유보’를 발표했다. 검찰 실세들은 “수사를 하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뒤 이번에는 ‘김경준 사건’(비비케이 사건)이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사건으로 떠올랐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낙마’할 수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9일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그러지 않겠지만 검찰이 정치공작적 태도를 보인다면 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민란’이란 단어가 또 나왔다.

이명박 후보가 ‘낙마’하면 그 혜택은 먼저 이회창 후보에게 돌아간다. 10년 전과 전혀 다르면서도 ‘수혜자’는 일치하는 기묘한 상황이다. 이회창 후보 쪽 인사들은 공개 발언을 자제하지만 사석에선 “비비케이가 변수”라고 말한다. 물론 판이 흔들리면 정동영 후보도 덕을 볼 수 있다. 신당 사람들은 김경준씨 귀국을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명확한 태도 표명을 미루는 까닭은 김경준씨 귀국의 파장을 지켜보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룰까? 김경준씨는 이달 중순께 귀국한다. 대통령 후보 등록일은 11월25~26일이고, 선거일은 12월19일이다. 검찰 수뇌부 교체 시기도 겹친다. 정상명 총장은 11월23일로 임기가 만료된다. 신임 총장은 대선 후보 등록 이틀째인 26일 취임할 예정이다. 절묘하다.


김경준 이달 중순 입국…검찰 “간단치가 않다” 엄살
‘이명박 후보 연루 의혹’ 국민 여론은 “진실 밝혀야”

결국 ‘시간’이 문제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신속 수사 방침을 밝히고 있다. 수사팀도 미리 짜두었다. 그런데 검찰 안팎의 기류를 살펴보면 복잡하다. 검찰의 논리는 이렇다.

“검찰은 진상규명 기관이 아니라 수사 기관이다. 따라서 피의자인 김경준씨의 혐의 내용을 확인해 기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김경준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는 쉽지 않다. 그 다음 단계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김백준, 이진영, 이상은, 김재정씨 등 이 후보 쪽 사람들이 검찰의 조사에 순순히 응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선거 전에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을 명백히 가려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건 검찰 생각이다. 책임 회피를 위해 미리 ‘엄살’을 떠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국민들은 김경준씨 사법처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명박 후보 연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를 검찰이 마냥 외면할 수 있을까?

김경준씨가 귀국한 뒤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는 곧바로 밖으로 알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이면 이 후보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수도 있다. 김경준씨는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한나라당 경선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표 쪽과 접촉을 한 일이 있다. 자료 제공 의사를 밝히며 ‘대가’를 요구했다고 한다. ‘위험한 거래’라고 판단한 박 전 대표 쪽이 거절했다.

김경준씨 귀국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지금 당장은 이명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안에는 이명박 후보의 ‘낙마’나 최소한 ‘후보 단일화’에 대비해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강재섭 대표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에 그때 가서 보는 것이고 저는 당 대표로서 할 일만 정도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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