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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2 21:53 수정 : 2018.05.11 16:28

타타대우자동차의 정규직 직원들과 비정규직 직원들이 지난 8일 오후 군산 공장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군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비정규직에 노조 가입 허용한 타타대우상용차

‘동반’ 고용불안 걱정하는 정규직 설득이 관건
금속노조 ‘맏형’ 현대차지회 참여할지 주목

지난 8일 전북 군산 군장산업단지에 있는 타타대우상용차를 찾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전북지부 타타대우상용차지회의 김근규 부지회장과 명창권 기획부장이 맞아 주었다. 4.5톤 이상의 대형 트럭을 생산하는 업체로, 3분의 1 가량은 국내에 팔고 나머지는 동남아, 중동 등에 수출한다. ‘대우’ 앞에 붙은 ‘타타’는 인도 자본이 인수했음을 말해 준다.

최근 이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34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지회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금속노조의 ‘1사 1조직 규약’에 따라 조합원 자격 조건을 비정규직에게도 개방했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비정규직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그러나 아직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익숙한 사례가 아니다. 1사 1조직에 비정규직도 간혹 의혹의 눈길을 보냈지만 무엇보다 정규직을 설득해야 했다. 지회의 조직확대위원회가 두 차례 내놓은 문답집에도 선연히 드러난다.

“질문: 비정규직을 모두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면 우리(정규직)의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 아닌가요?

답: 본질적으로 고용 악화 시 고용 문제는 비정규직의 조합 가입과는 상관없이 똑같은 상황입니다. 오히려 고용 불안 시 비정규직 조합원에게서 투쟁 전선이 먼저 형성되고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특히 다음 질문이 국외자의 눈길을 끌었다. “비정규직을 받아들이면 정규직도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규직의 60% 급여 수준임은 잘 알려진 일, 그런 비정규직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 고된 일도 도맡아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비정규직 철폐’가 구호에 머물고 있는 동안, 노동 현장은 직·간접 고용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 등 자본에 의한 노동 분할 통제에 익숙해졌다. 정규직들이 자본이 던져 주는 떡고물에 취해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에 눈을 감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부메랑으로 돌아온 예로 동희오토라는 업체가 있다. 기아자동차와 동희산업이 합자해 ‘모닝’ 차를 생산하는 이 업체의 생산직에는 정규직이 단 한 명도 없으며 최저시급으로 시작해야 한다. 오늘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자식들의 장래 모습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타타대우상용차지회는 건강한 지회다. 대구에 있는 삼우정밀처럼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껴안은 지회도 있고, 케피코처럼 식당, 경비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끌어안고 정규직화하는 곳도 있다. 기아자동차지부도 최근 비정규직을 받아들였다.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의 눈길이 현대자동차지부를 향하고 있다. 오는 15일 대의원대회가 열리고 1사 1조직 안건이 상정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이며 민주노조 운동의 맏형격인 현대자동차엔 정규직 노동자가 4만5천여명인데 비정규직이 2만명에 이른다. 비정규직 비율도 기아자동차의 3배를 넘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 대의원대회가 규칙을 개정해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인다면 1사 1조직은 대세로 굳혀질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에 미치지 못하지만, 실사구시적인 비정규직 연대운동의 초석이 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충남 서산 표지판이 보였다. 동희오토가 있는 곳이다. 민주노조가 없는 사업장, 비정규직은 그나마 비빌 언덕조차 없다. “어떻게 하면 되지요?” 동행한 금속노조 활동가에게 물었다. “하나뿐이죠. 저는 요즘 가는 곳마다 ‘모닝’ 불매 운동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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