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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0 20:17 수정 : 2007.10.11 11:16

파리 소르본느대학 부근 만남의 광장이 젊은이들과 시민들로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봄 프랑스 정부의 최초고용계약법 입법 추진에 맞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파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차별없는 노동 차별없는 사회 2부 대안을 찾아서
① 경제논리 이겨낸 공존의 사회

노동계 ‘연대정신’ 자본과 대등한 위치 유지하는 토대

지난해엔 ‘최초고용계약법’ 300만명 전국시위로 저지

“파리는 항상 이를 드러내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파리는 사회 불의에 맞서 으르렁대지 않으면 웃는다는 뜻이다. 2006년 봄 ‘최초고용 계약법’에 맞서 으르렁댔던 파리는 1년 반이 지난 지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웃고 있는 듯했다.

당시 두 달 동안 경찰이 출입을 통제했던 소르본 광장에서 만난 젊은 학생들은 승리로 끝난 에피소드를 상기하는 듯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프랑스 사회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최초고용 계약법은 한국적 현실에 비하면 사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26살 미만의 노동자를 처음 고용할 때에 한해 2년 동안 계약기간을 둘 수 있고, 그 기간 안에는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게 주된 내용이다. 그뿐이었다. 그렇지만 프랑스 젊은이들은 분노했다. 학생들은 동맹휴학에 들어갔고 거리시위에 나섰다. 대학생, 고등학생들이 앞장서고 노동자들이 가세했다. 시위 규모는 전국에서 300만명을 넘어섰다. 결국 정부는 굴복해 이미 의회를 통과한 법안을 스스로 철회했다.

비정규직 확대와 실업률 축소를 내걸었던 우파 정부의 의도를 좌절시킨 프랑스 사회와 노동계의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왔을까?


프랑스국영철도(SNCF)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스테판 롤랑은 “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함께 있던 그의 동료들도 “비정규직은 용인할 수 없는 비정상적 상태”라고 잘라 말했다. 차별만 없다면 비정규직을 상시적 고용방식의 하나로 보는 우리 사회의 반응과는 크게 달랐다.

사회 전반에 두텁게 구축된 이런 인식은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프랑스 노조들이 사업장이나 업종 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단체협약을 맺을 만큼 ‘자본가’와 대등한 위치에 서는 토대이기도 하다.

프랑스 최대 노조인 민주노동동맹(CDFT)의 열차식당지부 총비서 질다 르 귀벨로는 “노조 조직률은 비록 10%지만, 노조 선거엔 모든 노동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고, 그 중 80% 가량이 한 표를 행사한다”며 ‘프랑스식 참여’를 설명했다. 또 이는 노동총동맹(CGT), 민주노동동맹(CDFT), 자주노조연합(UNSA) 등 전국 단위의 복수 노조들이 비정규직처럼 열악한 처지에 놓인 비노조원들까지 경쟁적으로 보호하는 ‘순기능’을 낳고 있다고 귀벨로는 말했다.

애초 최초고용 계약법 입법을 내건 프랑스 정부에는 실업률이 23%에 이른 청년 실업을 극복하겠다는 명분도 있었다. 이 때문에 올해 선거에서 재집권한 우파 정권이 유사한 방식으로 고용 유연성의 강화를 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최초고용 계약법은) 선배들의 위대한 투쟁으로 얻은 권리를 희생시키는 법안”이라고 했던 청년 학생들이나, ‘새로운 사회적 권리를 위해 공세를 취하지는 못하지만 이미 획득한 권리는 지킨다’는 프랑스 시민사회가 건재하는 한 뜻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파리/홍세화 기획위원,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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