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21 18:52
수정 : 2007.09.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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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으로 일하던 여성들이 스카프나 공예품을 생산·판매하는 공동체인 ‘에티오피아 여성나무꾼 출신들의 모임’ 공장에서 한 여성이 아이를 업은 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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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희망 찾기⑤ 억압의 사슬을 끊고-에티오피아
안개가 자욱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새벽, 구비구비 이어진 산길로 여성 나무꾼들이 줄을 지어 내려왔다. 커다라 나무 등짐으로 허리가 굽은 그들의 모습은 ‘물음표(?)’를 닮아 보였다.
하루 10시간 산을 오르내리며 나뭇짐을 실어나른 뒤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4비르(약 415원)다. 2천m가 넘는 고원지대인 아디스아바바의 주민 대부분은 나무를 때 추위를 녹인다. 그렇지만, 땔감 수집은 불법이다. 발각되면 산림감시원에게서 처벌과 구타, 심할 땐 성폭력을 당한다.
생활고에 ‘불법’ 나무 채취
하루 10시간노동 단돈 415원
성매매 내몰리기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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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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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서 땔감을 구해오는 것은 물을 긷거나 밥을 하는 것처럼 주로 여성들의 일이다. 이 도시에서만 1만5천여명이 나무꾼으로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어린 소녀들도 많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보고서에서 “10~15살 나무꾼의 평균 몸무게가 38㎏, 이들이 지는 나뭇짐의 무게는 35㎏”라며 “이들은 여성인권이 세계 최악 수준인 에티오피아에서도 가장 비참하게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시골 출신으로, 아이들을 평균 4~5명 이상의 키우는 이들 여성은 하나같이 자식들이 공무원이나 의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들의 공통된 또다른 소망은 ‘에티오피아 여성나무꾼 출신들의 모임’의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이 모임은 불법인 땔감 수집에만 기대고 있는 에티오피아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1988년 여성 나무꾼 200명이 모여 만든 단체다. 현재 여성들에게 먹고 살 기술을 가르치고, 안정된 소득을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이 단체는 현재 아디스아바바 시내 4곳에 공장을 두고 스카프와 나무 공예품을 생산해 직영 가게를 통해 판매한다. 모임 회장인 에테네시 아옐레(38) 또한 땔감을 나르던 나무꾼 출신이다. 그는 “땔감을 나른다는 게 부끄러워 이웃의 눈을 피해 새벽에 나무를 하러 가곤 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단체 설립의 결정적 계기는 여성 나무꾼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온 에티오피아 학자 페케르테 하일레의 보고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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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외곽 산길에서 한 여성이 커다란 나뭇짐을 진 채 내려오고 있다. 아디스아바바에서만 1만5천명으로 추산되는 여성들이 구타와 성폭행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하루 10여 시간씩 산길을 헤매며 땔감을 구한다. 아디스아바바/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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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모임에 참여했던 나지아 아드시(40)는 “하루 한두개의 목도리를 짜며, 7비르 가량을 번다”며 “힘들게 목도리를 짜는 법을 익혔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전통 문양의 목도리는 디자인이 뛰어나고 품질도 좋아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아드시는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나를 존중한다는 것”이라며 “이전에는 나한테 단돈 1비르도 믿고 빌려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제 나는 어엿한 가장”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아이를 들쳐업은 채 일을 했으며, 나중에는 집에 베틀을 가져가서까지 꾸준히 돈을 벌어 아이들을 대학에 진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비참한 가난 수렁 벗어나자’
1988년 ‘자활’ 공장·가게 첫발
목도리·공예품 생산판매 쏠쏠
이 단체의 운영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위기도 적지 않았다. 1990년대 외부의 지원이 끊긴 뒤 찾아온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품질 개선 노력,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를 통한 판로 개척으로 간신히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현재 함께 일하는 여성은 300명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함께 일하고 싶다’며 모임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은 여성들이 5천명을 넘는다. 이 모임이 에티오피아 빈곤 여성들의 대안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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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여성 나무꾼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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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 평균 30㎞를 걷는 나무꾼 일은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다. 그래서 10년 이상 하는 사례는 드물다. 상당수 여성 나무꾼들은 성매매로 흘러들어간다. 도시 북쪽 판자촌에서 만난 15살 소녀 아마렛치는 “한달 내내 나뭇일을 해도 음식값은커녕 집세를 댈 수도 없었다. 몸을 파는 일이 너무 싫다. 중동으로 건너가 가정부로 일하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독자적 말과 글, 달력을 쓰는 유일한 나라로, 국민들의 자부심이 높다. 하지만 이 나라의 각종 여성 인권지수는 꼴찌권을 맴돈다. 메다니트 에트웰레 에티오피아 여성 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외부의 적들과 싸우며 견고해진 자부심은 도리어 우리 내부의 적들을 돌아보지 못하게 해왔다”며 “나무꾼 출신 모임같은 단체들이 빈곤층 여성들의 가장 큰 희망”이라고 말했다.
아디스아바바/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여성 성기 절제’ 악습 줄고는 있지만…
10명중 7명꼴 음핵 잘라…5~10%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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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기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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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비명을 지르고,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는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매정한 면도날은 아이의 아랫도리를 향한다.
에티오피아 국립 박물관에는 ‘여성성기절제’(사진)라는 그림이 걸려 있다. 여성의 성기를 절제하는 행위(Female genital mutilation·FGM)는 남쪽 탄자니아부터 북쪽 이집트에서까지 아프리카 전역에서 자행된다. 그 가운데서도 에티오피아가 자리잡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가장 심하다.
음핵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제거하는 FGM은 대부분 여아가 4~8살 때 실시된다. 소독약이나 마취제를 쓰지 않은 상태로 수술이 진행되며, 이를 업으로 삼는 마을 여성이 ‘집도’한다. 치사율은 5~10%로 추산된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여성은 성적 쾌감을 잃고, 성인이 된 뒤 출산 과정에서 아기를 잃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음핵 제거가 정숙함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를 거부하기란 극도로 어렵다.
1990년 90%로 집계된 에티오피아의 FGM 비율은 2005년 74%까지로 내려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사면위원회 등이 에티오피아 지역사회에서 캠페인을 꾸준히 벌여온 결과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이 FGM을 전통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계몽보다는 주민들 스스로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했다. 이런 방법은 도시지역에서 특히 효과적이었다. 중국 정부가 전족을 금지한 것처럼, 여성성기절제 역시 강력히 단속해야 근절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실제 처벌은 쉽지 않았다. 대학생 키다니 물게타(20)는 “FGM을 하지 않은 여성은 결혼 지참금을 받지 못하는 등 여성 구실을 못한다고 보기에, 어머니들이 앞장서 딸들을 시골로 보내 수술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아디스아바바/서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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