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20 21:24
수정 : 2007.09.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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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만년 전에 형성된 세계에서 가장 큰 분화구인 탄자니아 응고롱고로에 물소들이 모여 있다. 응고롱고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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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희망 찾기 ④ 지속 가능한 관광-탄자니아·케냐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에서 100㎞ 남짓 떨어진 마을 ‘음토와음보’는 스와힐리말로 ‘모기가 사는 강’이라는 뜻이다. 마을에서 서쪽으로 한참을 달리면 세계 최대 야생동물 서식지인 세렝게티 평원이 펼쳐지고, 동쪽에는 사계절 설경을 자랑하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가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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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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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면적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세렝게티는 계절에 따라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초식동물들로 유명하다. 해마다 전세계에서 수백만명이 사자·코끼리·들소·얼룩말·기린 등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지속 가능한 관광’을 취재하러 왔지만, 야생동물과 조우할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여기 사는 초식동물만 200만마리라니!
탄자니아인 가이드 조나단은 사파리 초보인 우리 일행에게 “치타나 사자는 의외로 순하니 무서워 말라”며 동물들의 습성을 자세히 설명했다. 오히려 위험한 동물은 150~200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며 ‘조폭처럼’ 사람을 공격하는 개코원숭이다. 이곳은 워낙 지역이 넓어 한국의 에버랜드같이 동물들을 한꺼번에 보기란 불가능하다.
이웃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버스로 울퉁불퉁한 길을 8시간 이상 달려 겨우 도착한 ‘모기마을’은 특별히 아름답지도, 풍요롭지도 않았다. 개울 곳곳에는 마을 이름에 걸맞게 벌레가 날아다녔고, 주민들 대부분은 흙바닥에서 생활했다. 이 곳에서 오후 내내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체험 관광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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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응고롱고로 고원지대 분화구에 구름이 걸려 쉬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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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들이켜요.” 촌로들이 바나나술을 강권했다. 수십번 사양한 끝에 마신 몇잔에 얼굴이 발그레해진 우리 일행은 여러 집을 다녔다. 까만 얼굴에 새하얀 이를 드러낸 어린이들은 ‘음중구’(스와힐리어로 ‘백인’, 아시아인도 백인으로 여긴 것임)를 외치며 따라다녔다. 외국인에게 구걸하지 않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이 지역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우간다 출신 에테시 할머니는 30가지 바나나잎을 엮어 알록달록한 나무 도시락을 만들고 있었다. “취미삼아 만들었는데, 여기 놀러와 이걸 본 미국 여학생이 ‘사파리에서 누구나 도시락을 먹으니 호텔에 납품해보시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도시락이 인기를 끌자, 인근 호텔들은 사파리를 떠나는 손님에게 건네는 도시락을 일회용 종이 도시락에서 ‘할머니표’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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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북부 음토와음보 마을의 고아원에서 아이들이 전등 하나만을 의지한 채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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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지 관광에 익숙한 여행객들은 낯선 곳에 갈 때마다 ‘일상 체험’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이름 모를 마을의 작은 집을 볼 때면 안방은 어떻게 꾸몄는지, 밥은 뭘 먹는지 등이 항상 궁금하다.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이름이 붙은 체험 관광은 이런 갈증을 충족시켜준다. 동시에 마을 주민들의 실질적 소득을 올려주는 효과도 낳는다.
세계 10대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탄자니아는 온 국토가 관광지나 다름없다. 주로 돈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사파리 관광에는 전문 가이드 겸 운전사, 요리사, 4륜구동 자동차 등이 필수이므로 1인당 평균 여행비용은 비행기 값을 빼고도 1천달러를 훨씬 넘는다. 문제는 그 수입의 대부분이 외국 여행사나 도시 사람들에게 빠져나가고, 현지 주민들은 혜택을 누리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 해결책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지속가능한 관광이다. 모기마을에는 1998년 체험 관광이 시작된 이후 1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이 마을에선 함께 살고 있는 12개 부족의 다양한 문화가 ‘관광자원’이 됐다. 마을길을 안내한 마을 청년 음토이는 “우리도 여행객들이 사자나 치타 등 야생 동물을 보는 데만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7년 동안 번 돈 2억실링(약 1억4600만원)을 학교와 병원, 고아원 등 공동시설에 투자해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고 자랑했다.
모기마을처럼 지역 주민들이 직접 관광을 기획하고, 마을 사람들이 그 수익을 나누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풍부하다. 동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수는 해마다 10% 이상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저녁 식사 때 가이드 조나단한테서 이곳 젊은이들의 삶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품격 있는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가난한 짐꾼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킬리만자로에서 관광객들의 짐을 나르며 영어를 배웠다. 10년 넘게 변변한 등산화조차 없이 산을 타다 최근에야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업가라는 자신의 꿈을 풀어놓는 동안 조나단의 눈빛은 새카만 하늘을 무수히 수놓은 별처럼 초롱초롱 빛났다. “일단은 아루샤에 있는 전문대에 갈 겁니다. 그 다음에 나처럼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유치원을 만들 겁니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할테니 여행사 일도 열심히 할 겁니다. 당신 같은 여행객들이 소규모 지역 업체들을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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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여행자’ 되기 / 아프리카 ‘지속가능한 여행’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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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한 관광
영어의 ‘sustainable tourism’을 직역한 말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방문하는 지역의 문화와 정치를 알고 △현지 문화와 풍습을 존중하며 △문화간 이해와 관용에 기여하고 △지역 토박이 기업들과의 거래로 지역 문화를 보호하고 △지역에 기반을 둔 소상인들과 거래해 지역 경제를 도우며 △친환경적 기업을 이용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여행 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위 개념으로는 자연에 중점을 두는‘생태관광’(eco tourism),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는 ‘윤리적 관광’(ethical tourism)이 있다. 세계관광기구는 2005년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빈곤 퇴치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지속 가능한 관광을 통한 빈곤퇴치 재단’(스텝재단)을 설립했다. 본부는 서울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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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토와음보·아루샤·응고롱고로
글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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