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19 19:45
수정 : 2007.09.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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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콩고인 은쿠무 프레이 룽굴라 박사가 콩고 마딤바 인근에 세운 새마을운동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카메라를 향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마딤바/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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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희망 찾기 ③ 거듭나는 자원대국-콩고
풍부한 자원 노린 제국 수탈에 ‘신음’…물가 세계 2위
정국 안정 뒤 외국 투자 몰려 광업 호황 ‘탈빈곤’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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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말 찾은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의 수도 킨샤사. 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밟던 외국인들은 얼굴을 붉혔다. 짐 분실이 잦은데다, 출입국 관리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사자처럼 달려들어 온갖 트집을 잡아 돈을 뜯기 때문이다. 공항을 나서니 황량한 거리가 펼쳐졌다. 도로는 곳곳이 패여 달 표면처럼 울퉁불퉁했다. 도로 옆에는 칠이 벗겨지고 부서진 1~2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800만명이 사는 킨샤사에 대중교통 수단은 거의 없었다. 4인용 승용차에 6~8명씩 타고, 트럭이나 승합차 지붕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치안 불안으로 호텔·외국 공관·부잣집은 두꺼운 철제 대문과 3m 높이의 전기철조망을 친 담, 무장한 사설경비원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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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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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가난한데도 물가는 턱없이 비쌌다. 킨샤사 주민인 은쿠무 프레이 룽굴라 박사(47)는 “생필품 값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비싸다”며 한숨을 지었다. 지난해 12월 국제연합(UN) 파견 직원이 소비지출을 반영해 작성한 ‘소매물가지수’에는, 콩고가 세계 173개국 가운데 2위로 나타났다. 인구의 71%가 기아로 영양실조 상태다. 킨샤사 주민의 5%만이 규칙적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갖고 있다. 6천만명에 가까운 인구 가운데 3700만명이 하루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30%만 안전한 식수를 구할 수 있다.
콩고를 절대적 가난으로 몰아넣은 게 바로 내전이다. 지난 3월말 총성이 멎기 직전까지 킨샤사에선 대포까지 동원된 무력충돌이 빚어졌다. 그 상흔은 짙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온 평화는 황량한 땅에 재생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 개입으로 콩고 정국이 안정을 찾아가자 외국인 투자가 몰리고 시작했다. ‘천연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콩고의 광업은 말 그대로 초호황을 맞고 있다.
8월초 찾아간 콩고 동남쪽 카탕기주 리카시 콜로웨이지 광산에선 활기가 넘쳐났다. 국영광산업체인 제카민 소유인 이 광산은 세계 최대의 구리 매장량으로 유명한 잠비아·콩고 국경의 ‘구리 띠’(커퍼벨트) 가운데 있다. 노천광의 백두산 천지 크기 물웅덩이 주변에 남루한 옷차림의 인부들이 개미처럼 붙어서 곡갱이로 땅을 파고 있었다. 또다른 인부들은 캐낸 구리·코발트 등을 들것으로 나르고 물로 씻느라 분주했다. 탄광의 단순 노무자 월급은 100달러 수준으로, 콩고에서는 꽤 많은 축에 든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광산업체 케이엔엘(KNL)메탈의 권성기 사장은 “좀 과장하면, 콜로웨이지 지역은 어느 곳을 파더라도 상업적으로 쓸 만한 구리가 나온다”며 “구리·코발트 같은 원자재는 대체 불가능하므로, 자원전쟁 시대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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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킨샤사의 다이아몬드 검사소 직원이 품질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킨샤사/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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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거대 기업들도 콩고의 정치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의 구리·금업체인 프리포트맥모건이 6억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최대 광산회사 비에이치피(BHP) 빌리턴과 세계 3위 금 채광업체인 남아공의 앵글로골드 아샨티는 투자를 계획 중이다. 콩고 제2의 도시이자 광업중심지인 루붐바시에서 만난 오스트레일리아 광산기술자 마이크는 “미국과 유럽 기술자, 기업인들이 출장을 많이 오는 광산 지역은 1년 전에 호텔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킨샤사에서 호텔 방 구하기는 서울에서 명절 귀성 열차표 구하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콩고의 대표적 광물로는 다이아몬드(매장량 세계 3위), 금(10위), 구리(20위), 코발트(5위) 등이 있다. 또 수력발전 잠재력(4위), 산림자원(2위)도 세계적 수준이다. 매듀 야마바 라프파 콩고국립광물검사평가소 국장은 “자원은 콩고의 자존심이자, 발전전략의 원동력”이라며 “콩고는 아프리카 개발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콩고가 발전하면 아프리카 전체로 파급효과가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전이 격화되기 전인 1960년대 남아공 못지 않은 경제적 풍요를 누리던 콩고가 이제 막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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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내전 중 부상을 입은 주민들이 수도 킨샤사의 상업지역인 곰베 인근 뒷골목에 모여 있다. 킨샤사/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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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내전이란
2차 세계대전뒤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지역 분쟁은 베트남 전쟁이나 한국 전쟁이 아니라 콩고 내전이다. 1998~2003년 내전기간 인종청소, 고문, 학살, 질병 등으로 4백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난민 2500만명이 발생했다.
콩고 내전은 1965년부터 32년 동안 독재정권을 유지해 온 모부투 정권과 이에 대항한 로랑 카빌라 반군 세력의 정권 쟁탈전에서 비롯했다. 카빌라는 1997년 5월 승리한 이후 나라 이름을 자이르에서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바꾸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1998년 카빌라 반대 세력이 대통령 축출을 꾀하면서 내전이 본격화했다. 아프리카 8개 나라가 5년 동안 콩고 땅에서 전쟁을 치렀다. 짐바브웨·앙골라·나미비아·수단·잠비아가 정부군, 르완다·우간다·부룬디가 반군 쪽에 섰다. 때문에 콩고 내전은 ‘아프리카판 1차 세계대전’으로 불린다. 내전에는 △종족간 정권 다툼 △금·다이아몬드 등 자원을 둘러싼 외세의 이해관계와 외국 기업의 개입이 뒤엉켜 극렬 양상을 보였다. 2003년 유엔의 중재로 총성이 멎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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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딤바·킨샤사/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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