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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0 16:28 수정 : 2008.01.20 19:56

동서양 고전지도 한눈에 쏙

글쓰기 필독서/ [난이도=고등]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1~8>
(김명호 등 지음. 휴머니스트)

<동양의 고전을 읽는다 1~4>
(권중달 등 지음. 휴머니스트)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1~4>
(강순전 등 지음. 휴머니스트)

“미래에 대해 상상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 미래를 지배하는 힘은 읽고 생각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국을 방문해 젊은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했다는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을 ‘독서기계’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남보다 먼저 보고, 깊이 보고, 다르게 표현하려면 읽는 내용의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궁극적으로는 글쓰기의 품격도 달라질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종이에 잉크로 새겨진 인쇄매체보다는 인터넷 모니터로 읽는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들이 읽는 정보와 지식은 파편화돼 있고 분절화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번 읽고 마는 정보는 정리되지 않기 때문에 글쓰기에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접하는 정보와 지식은 잡다한데 정작 글쓰기를 하게 되면 제대로 써먹을 재료가 없다면 자신의 지식·정보 섭취 스타일을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고전은 흔히 ‘지혜의 보고’라거나 ‘사고의 샘’으로 비유되지만, 사실 그것을 단지 수사학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장의 쓸모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효용성과 눈앞의 이익을 우선하는 실용주의적 접근법으로 보면 고전 읽기야말로 ‘시간 낭비’라고 치부될 법도 하다. 그러나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고전이 인간과 세계의 근원성과 고유성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자나 의사, 연구자들을 보면 대부분이 상당한 수준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컴퓨터 보안업계의 사업가 안철수씨를 꼽을 수 있다. 그 역시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사회를 꿰뚫는 힘을 갖추지 못한 테크노크라트는 ‘훌륭한 기능인’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휴머니스트의 <고전을 읽는다> 시리즈는 모두 16권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함이 세계를 여는 시대인 21세기에 오늘의 눈으로 세계의 고전을 읽는다”는 취지로 시작된 이 기획은 한국의 고전을 비롯해 동·서양의 고전을 망라한 시리즈물이다. 거론된 고전이 모두 262권에 이르고, 저자로 참여한 이들이 215명일 정도로 방대한 작업이어서 기획 주체들은 “고전의 지도를 그렸다”고 자평한다.

262권을 다시 분류해보면 서양 고전 68종, 동양 고전 72종, 한국 고전 122종이다. 동양과 한국의 고전 비중이 높은 것은 “균형잡힌 고전 선정의 원칙을 내세웠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전 시대 우리 사회의 고전 읽기가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이었다는 얘기다.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여덟 권 가운데 여섯 권에는 한국 문학의 고갱이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고전문학에는 신화·만담·여행기·옛노래·옛소설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돼 있다. 성·사랑·일상 등 내용별로 나눈 대목도 눈에 띈다. 나머지 2권에는 역사·정치·문화·사상 분야의 논픽션 글들이 모여있다. 유명한 역사서인 <삼국사기> <고려사>와 함께 유네스크 세계기록문화 유산인 <조선왕조실록> 등은 ‘왕조의 기록’편에 포함돼 있고, <경국대전> <성학집요> <지봉유설> 등은 ‘국가제도와 시스템 개혁’ 편에서 다뤄지는 식이다.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네 권은 각각 ‘인문·자연’(1권), ‘정치·사회’(2권), ‘문학 상·하’(3~4권)로 이뤄져 있고, 각 권별로 서양사상사에서 반드시 짚어봐야 할 인물과 그들의 저서를 소개한다. ‘고전이 응축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현재 한국사회에 어떻게 적용해볼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쓰여진 글들이어서 읽으며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식 대화의 진정한 의미는 ‘자비의 원리’에 있는데, 이는 상대도 옳다는 전제 아래 더 합리적이고 올바른 대안을 찾는 자세를 일컫는다고 하면서 ‘합의의 문화’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 현실을 빗대는 식이다.

<동양의 고전을 읽는다> 네 권 역시 논픽션 두 권과 픽션 두 권으로 구성돼 있다. ‘역사·정치’ 분야를 다룬 1권에는 <서경> <사기> <자치통감> 등 고대의 고전에서부터 마오쩌퉁의 <실천론>과 <모순론>이나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 정치사상사 연구>와 같은 현대의 고전까지도 소개돼 있다. 2권 사상은 ‘평화를 위한 목소리’ ‘인격과 사회적 책임’ ‘자유와 비판의 지성’ ‘영혼의 각성과 순례’라는 범주로 나눠 고전들을 분류해놓았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타 내일을 보려는 이들은 한국의 지성들이 집대성한 이 시리즈물에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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