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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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엄윤숙 지음, 포럼 펴냄) ‘글은 하루 아침에 쌓을 수 있는 잔재주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좇아 글을 짓지 말라’, ‘글을 쓸 때는 먼저 미루어 생각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 ‘글을 쓸 때는 진부한 말을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말이 빠진 문장은 피해야 한다’ ‘짧은 글일지라도 다시 다듬고 고쳐라’ ‘간략하되 뼈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상세하되 살찌지 않아야 한다.’ 중요하게 언급되는 글쓰기의 원칙들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런 원칙을 말한 이들이 조선시대 사대부들이라는 점이다.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는 글쓰기의 법칙이나 원칙이 시대를 초월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박지원·이덕무·이수광·이익·정약용·홍길주·홍석주·허균 등 조선시대에 가장 이름난 문장가들이 글쓰기와 관련해 책에 남긴 내용들이 정리돼 있다. 고전의 대중화를 내건 ‘고전연구회 사암’이 쓴 이 책의 결론은 “독서와 사색과 글쓰기는 하나”라는 메시지다. 또한 조선시대의 명문장가들도 “글쓰기는 아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고 꾸준하게 닦은 ‘공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글쓰기의 공력은 “두루 다니며 보고 듣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데서 자연스레 쌓이는 것”이다. 명나라와 송나라 대문장가들의 글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을 가장 큰 금기로 삼고, 고전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지 않아야 논리적이고 창의적 글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조선시대 문장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은 현재 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보인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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