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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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생각을 빌려보자면 글쓰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노력만으로는 잘 쓸 수 없는 문학적 글쓰기와 노력을 통해 잘 쓸 수 있는 실용적 글쓰기가 그것이다. 여태까지 우리는 문학적 글쓰기의 함정에 빠져서 실용적 글쓰기를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써야 하는 글은 대부분 실용적 글쓰기인데도 괜히 문학적 글쓰기를 흉내내려 하다보니 글쓰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글을 좌지우지하는 게 문장력이라고 보는 견해도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낡은 관념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면 저절로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다독과 다상량이라는 빛은 ‘구성’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지 않으면 무지개 색깔을 내는 글로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글을 구성하는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 서론과 결론은 서비스 차원에서 두는 것뿐이고 진짜로 중요한 것은 몸통인 본론을 어떻게 쓰느냐는 것이며, 그 몸통을 논증의 형식으로 꾸미는 것이 글쓰기의 핵심이라는 저자의 주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쓰기가 실용적 도구라는, 저자의 쿨한 태도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름철 소낙비 같은 구실을 한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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