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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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대 기업 ‘겉과 속’] ⑦ 포스코
쇳물의 뜨거움과 강철의 단단함 어우러진 남성적 이미지
불덩이 같은 쇳물, 거대한 기계설비들의 굉음, 안전모·작업복 차림에 고글을 쓴 남성들. 용광로 제철소의 풍경이다. 포스코의 전통적 이미지 역시 남성적 힘, 규율, 군대문화 같은 쪽에 쏠려있었다. 전 직원 1만7384명 가운데 여성이 371명(2.1%)에 불과하고, 기술직이 1만5918명으로 91.6%를 차지하니 그럴만도 하다.
포스코(옛 포항제철)는 1968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육군사관학교 후배인 박태준 현 명예회장이 설립했다. 철강입국의 신화와 개발독재의 그림자가 겹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까지는 강력한 추진력과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필수적이었다. 입사 17년차인 김아무개씨는 “10여년 전까지도 모든 승진 대상자들은 포항 인재개발원에서 오전 6시 기상점호와 구보로 하루를 시작해 밤 10시 취침으로 하루를 마치는 2주 양성교육을 받았다”고 되돌아봤다.
포스코의 기업문화는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 크게 달라졌다. 1999년 아이아르(IR·기업설명)팀을 신설하고, 업무체계와 경영관리를 전산화하는 피아이(PI·프로세스 혁신)를 추진해 경쟁력 강화의 바닥을 다졌다. 2002년부터는 전 직원이 생산현장의 업무방식을 개선하는 ‘식스 시그마’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신입사원 교육을 포함한 모든 사내교육도 ‘이(e)-러닝’이라는 사이버교육으로 이뤄진다. ‘제철보국’의 기치를 든 산업역군에서 ‘아이티(IT)로 무장한 글로벌 대장장이’로 변신한 것이다.
포스코가 텔레비전에 이미지 광고를 시작한 것도 2000년부터다. 자전거, 첼로줄 등 생활 속의 철을 소재로 삼아 자연의 푸근함과 사람의 온기를 감성적으로 채색했다. 지난해부터는 마무리 내레이션을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에서 “세상은 함께 움직이는 것입니다”로 바꿔 상생과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지난해 포스코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글로벌 포스코 챌린지 액티비트(포스코 현장을 체험하는 행군)’ 도중 파이넥스 설비 앞을 지나고 있다. 포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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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이후 기업문화 변신 속 동반성장 강조
호감도·경영실적 급성장…이면엔 무노조 철학 포스코의 인재상은 세계인, 전문인, 디지털인이다. 이에 더해 이구택 포스코회장은 최근 들어 △도전의식과 열정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강조한다. 공윤찬 인재개발원장(상무)은 ‘면책시행’을 그 단적인 사례이자 의지로 꼽았다. “업무 수행의 실수나 잘못한 사례를 공개하면, 담당자의 책임을 묻지 않고 집단토의를 거쳐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제도입니다.” 직원들이 선뜻 잘못을 밝힐까? 지난 해 9월과 올해 1월 두차례 시행에서 모두 479건의 ‘고백’이 쏟아져나왔다. 실력 있는 ‘철의 여성’들도 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창사 39년만에 광양제철소에서 여성 공장장 1호가 탄생했고, 7월초에는 포스코 사상 첫 여성 기능장이 나왔다. 오지은 광양제철소 1도금공장장은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고, 품질 관리와 마케팅 등 여성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면서 후배들의 적극적 도전을 권했다. 박한용 인력자원실장(전무)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차원에서도 여성인력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2010년까지 여직원 비율을 3%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내년 창립 40돌을 앞두고 ‘새로운 성공신화를 향하여(Creating another success story)’라는 비전과, 고객지향·도전추구·실행중시·인간존중·윤리준수 등 5대 핵심가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설립 때부터 이어온 ‘무노조 경영철학’은 포스코 기업문화의 또다른 단면이기도 하다. 1990년 노조 결성 당시만 해도 조합원이 2만명을 헤아렸지만 회사쪽은 곧바로 노조 순화 작업을 폈고, 노조는 사실상 와해되고 말았다. 지금은 ‘노경 협의회’라는 조직이 노조 구실을 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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