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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5 21:31 수정 : 2007.07.30 14:11

[한국 10대 기업 겉과 속] ⑥ 한국전력공사 - 그림 김영훈 기자

[한국 10대 기업 겉과 속] ⑥한국전력공사

구닥다리 냄새나는 유머 한가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한전 과장에게 시킨다.” 한국전력이 ‘막강한 힘’을 가졌다고 회자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창구에서 일하다보면 거친 말을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너희는 국민 세금을 받아먹고 편하게 지내면서 서민들 전기를 끊는다고요. 그분들에겐 한전이 곧 정부죠. 시골에선 방 안의 형광등이 나갔다고 전화하는 분들도 계셨고요.” 15년째 근무하는 한 직원의 말마따나 한전은 준정부기관으로 인식돼왔다. 실제로 경쟁 의식이 덜하고 구조조정 걱정도 없다. 평균 근속연수(17년)나 직원들 평균연령(42살)도 일반 민간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달라진 외부환경이 ‘공룡’으로 불렸던 한전을 바뀌도록 압박했다. 우선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이다. “우리동네에 전기가 들어온다”며 환호하던 예전 소비자들과 달리, 이제는 근처에 전봇대 하나 설치하는 데도 거세게 반발하는 시대다. 전기요금을 꼼꼼히 분석해 따지는 사람들도 늘었다. 또 하나는 전력시장의 성장 둔화다. 1887년 3월6일 경복궁 건청궁의 전등 세 쌍에 불이 들어온 지 110년째인 올해엔 최대전력수요가 6000만㎾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4% 수준에서 2010년엔 1%대, 2015년 이후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또 2001년 발전 자회사 분리 등으로 시작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한전에 ‘경쟁과 효율의 미덕’을 전파시켰다. 권오형 경영지원본부장은 “해외사업은 한전의 미래발전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2015년까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글로벌인재들을 최소 2천명 이상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100~200명씩 외국에 연수를 내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접 소비자와 대면하는 창구서비스의 경우 “금융기관 못지않게 나아졌다”고 자부한다.

대표 공기업인 탓에 최고경영자가 자주 바뀌는 문제가 있지만, 거꾸로 특정 인물에 휘둘리지 않고 탄탄한 조직력을 유지시켜주는 기업문화가 한전에겐 있다. 한전의 직원들은 이를 ‘인화’와 ‘서로 배려하는 문화’라고 말한다. 전체 직원 2만명, 전국 500여곳에 사업소가 있음에도 ‘가족공동체’ 같다는 것이다. 사내결혼도 유난히 많다. 노조의 최용혁 교육선전국장은 “경쟁을 하되 서로 적대시하기 보다 같이 어울려가는 게 특징”이라 말한다. 대형 광고회사에 다니다 한전의 신입사원으로 다시 들어온 박주홍씨는 “회사 사람들이 ‘정말 회사를 진심에서 우러나 위하는구나’라는 걸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안정성 높아 ‘선망의 직장’…인사적체는 심한 편
국내전력 시장 성장 정체…국외사업에 미래 걸어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성 대신 인사적체는 심하다. 의사결정체계가 복잡해서 조직의 속도가 느리다. 보수적 사풍 덕(?)인지, 여성에 대한 ‘배려’와 ‘차별’이 혼재한다. 전체 신입의 22%, 행정·사무직의 신입은 45%까지 여성의 비율이 늘었고, 지난해부터 과장 승진자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매달 6일을 ‘육아데이’로 정해 여직원들을 일찍 퇴근시키고 육아휴직도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한 여직원은 “여성에 대한 배려가 지나쳐서인지 진취적인 일을 잘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기회의 차별’을 느끼는 이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전력의 신입사원들이 지난 6월 문경새재에서 국토순례 및 팀워크 강화훈련을 받고 있다. 한전 제공

그래도 한전은 취업준비생들에겐 ‘선망의 직장’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입사단계에서부터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다. 한전 직원들 스스로 “지방출신 장남 직장”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외환위기 이후엔 ‘일자리의 안정성’이 부각되며 한전의 인기는 급상승했고, 요즘의 인터넷 카페엔 ‘한전취업 준비모임’까지 우후죽순 생겼다. 2005년부터 신입사원 채용에 학력·연령제한을 철폐한 뒤, 이전엔 4년제 대졸만 들어오던 6급(갑) 직종에 전문대졸, 주부, 38살의 고령자까지 들어오게 됐다.

한전은 ‘에너지산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디슨대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데서 보듯이, 품질 좋은 전기를 값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에선 세계 최고수준이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입사한 유성희씨는 “솔직히 결혼뒤 편하게 직장생활해보자는 마음에 왔는데, 신입사원 교육 때 세계 최초 건립된 서해안 해상철탑 보면서 정말 내가 ‘큰’ 회사에 들어왔다는 마음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박주홍씨 역시 “무엇보다 포부를 펼칠 수 있는 ‘큰’ 조직이라는 데 끌렸고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는 직장”이라고 자랑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유행과 무관한 옷차림의 중년남성

‘공무원처럼 보이는 40대 남성.’

대학생들이 그린 한국전력공사 직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직군으로는 행정관리직이며, 166~170㎝의 키에 뚱뚱한 체형과 사각형 얼굴을 지닌 40대 초반의 남성 이미지다. 이는 <한겨레>가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대학생 2193명을 대상으로 ‘10대기업 이미지 조사’를 벌여 나온 결과다.

설문 항목별로 나눠보면, 한전의 이미지는 10대 기업 중 남성 이미지가 가장 강하고, 연령대도 높은 편이었다. 한전 이미지로 나타난 성별은 남성이라는 응답비율이 96.9%로 여성이라는 응답비율(3.1%)을 압도했다. 나이는 40~44살이라는 응답이 17.1%, 35~39살이라는 응답이 16.3%였다.

그밖의 항목들에 대한 응답빈도 1위와 2위를 보면, 얼굴형은 사각형(36.4%)과 긴형(20.2%), 체형은 뚱뚱한형(29.5%)과 근육질형(23.3%), 키는 166~170㎝(24.0%)와 171~175㎝(19.4%), 옷차림은 ‘유행을 타지 않는 정장차림’(57.4%)과 ‘유행을 타지 않는 캐쥬얼차림’(28.7%), 직업은 행정관리직(27.6%)과 전문직(26.6%) 등이다.

학생들이 한전의 이름에서 날렵해 보이지 않는 체형과 유행과 무관한 옷차림을 한 중년 남성을 떠올렸다. 이런 기업이미지에는 업종의 특수성과 공기업이라는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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