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09 15:22
수정 : 2007.07.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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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대 기업 겉과 속] ⑤ 국민은행 - 그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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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대 기업 겉과 속] ⑤ 국민은행
“형제 많은 집안을 보면, 평소는 따로따로이고 결속력이 강하진 않잖아요. 하지만 아버지가 실직하면 서로 의지하고 똘똘 뭉치는 힘이 생기지요. 한 지붕 여섯 가족인 국민은행이 비슷할 것 같아요. 리딩뱅크의 자부심도 있지만 요즘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도전받는다는 불안감도 큽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단결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구경희 개인영업추진부 차장)
무색무취. 국민은행 사람들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말이다. ‘꿀벌문화’를 내세웠던 옛 국민은행, 주택보급 국가정책을 뒷받침한 은행답게 공무원 인상을 풍겼던 옛 주택은행, 고임금에 서구식 기업문화로 ‘귀족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장기신용은행 등 6개사가 모여 통합 6년차를 맞은 국민은행의 이미지를 특정 짓기 힘들다는 뜻에서다. 마치 여러 색깔 물감을 한데 섞어놓으면 무채색이 되는 이치를 떠올리게 한다. 최인규 전략본부장은 “국민은행은 자기 색채를 찾아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평했다.
조직 속내 들여다보면
“서민·공무원 이미지에서 내실있는 프로돼야”
지난해 1000명 해외로…글로벌 마인드 연수
국민은행 조직문화의 전환점으로는 지난 2005년 강정원 행장 취임 직후부터 추진한 ‘아이비피’(IBP·국제적인 최고수준의 은행관행)를 꼽을 수 있다. 지점 청원경찰을 포함한 2만4천여명 전 직원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43일간 번갈아가며 교육에 참여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의식, 시스템, 영업형태의 변화를 추구해오고 있다. 전략본부의 한 임원은 “예컨대 과거엔 은행에 강도가 들었을 때 ‘맨손’으로 때려잡으면 용감한 직원으로 칭찬받았다”면서 “그러나 이는 고객위험을 초래하는 무책임한 행동이고, 선진금융기관의 관행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어찌 보면 ‘기본에 충실하자’는 캠페인에 적극적인 까닭은 2~3년 전 맞았던 위기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03년말 국민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3.59%로 시중은행 중 두 번째로 높았다. 2005년말에는 서울 양평동 오목교지점에서 850억원대의 양도성예금증서(CD) 횡령사건도 터졌다. 노동조합의 임정호 정책홍보국장은 “아이비피가 국민은행에 새로운 정체성을 심어주는 데까지 나가지는 못했지만, 은행원들의 윤리의식을 정립하는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평가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영업·심사·업무 등을 나누는 ‘영업점 업무 분리제도’(SOD)를 도입해 내부시스템을 국제기준에 맞춰 재편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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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입사한 국민은행 신입사원들이 신입사원교육 퇴소식날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국민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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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스템 선진화가 ‘국민은행맨’의 정체성을 설명해줄 수는 없다. 국민은행은 최근 비전, 핵심가치 등을 새로 정립하는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전략본부의 한 임원은 “프로정신, 사회공헌, 고객지향, 다양성존중, 개척정신 등의 영문 앞글자를 딴 ‘프라이드’(PRIDE)가 앞으로 국민은행의 인재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의 추격으로 예전만큼 ‘리딩뱅크’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일등 은행의 자부심을 지켜나가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마침 국민은행은 여의도 국회 앞과 증권거래소 뒤편, 그리고 명동 등에 흩어져있는 본점을 통합하기 위해 새 건물 입주도 서두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임원은 “김정태 행장과 강정원 행장의 통합 1~2기를 지내며 조직간 갈등을 없애느라 조심스러웠던 측면이 있다”면서 “은행권의 삼성문화라는 신한은행, 판례·경험중시형인 우리은행, 젊고 패기있는 하나은행 등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과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서민적이거나 공무원적인 모습을 띠었다면, 앞으로의 국민은행인은 바뀐 금융환경에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대응하는 외유내강형의 이미지가 돼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인사정책의 최근 화두 중 하나는 글로벌 인재육성이다. 올해 초 해외사업본부를 은행장 직속으로 신설하고 향후 동남아 국가에서 현지고객을 상대할 ‘지역전문가’ 제도를 마련해 내부공모까지 거쳤다. ‘글로벌 마인드 해외연수’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벌이는 이 은행 특유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지난해 모두 1000명이 동남아, 유럽, 미국 등을 7박8일간 다녀왔다. 선진국 상위 20위권 대학의 엠비에이를 비롯해 다양한 수준의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외국어학습 등을 지원하는 것도 대학생들이 국민은행 취업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은행의 인재상이 전문가인지 제네럴리스트(여러 문제에 두루 식견있는 인재)인지, 또 은행의 목표가 서민은행인지 고소득층의 은행인지를 두고 현장의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직이 방대한 만큼 최상층부의 목소리가 바닥까지 제대로 내려오지 않는 측면도 있고요. 하지만 통합은행간 갈등을 막기위해 인사카드 번호를 죄다 바꾸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끈끈한 유대’가 생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민은행 본점의 한 차장급 직원의 설명이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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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이 어울리는 무난한 여성 은행원
‘튀지 않는 대한민국 평균 여성 직장인’
학생들이 그린 ‘국민은행의 초상’은 161~165㎝의 키에 보통체형과 둥근형 얼굴을 가진 32살 안팎의 사무직 여성이었다. <한겨레>가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게 대학생 2193명한테 ‘10대기업 이미지 조사’를 벌여 나온 결과다.
국민은행에 대한 설문결과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성별 이미지에 대해서는 ‘여성’(60.5%)이라는 응답이 남성(39.5%)이라는 응답을 크게 앞질렀다. 키는 161~165㎝라고 답한 비율이 24.8%, 165~170㎝라는 응답이 24.0%였다. 그밖의 항목들에 대한 응답 빈도수 1위와 2위를 꼽아보면, 나이는 30~34살(24.0%)과 35~39살(17.1%), 얼굴형은 둥근형(30.2%)과 계란형(20.9%), 체형은 보통체형(39.5%)과 통통한형(17.8%), 옷차림은 유행을 타지 않는 정장차림(52.7%)과 유행에 민감한 정장차림(22.5%), 직업은 사무직(31.8%)과 행정관리직(24.0%) 등이다.
국민은행의 설문결과는 은행원에 대한 일반적인 인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다른 기업들과 비교할 때 정장차림이라는 응답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 얼굴형과 체형에서 ‘무난한 인상’을 풍기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조사대상 10대기업 중 유일하게 1순위 직업이미지가 사무직이었고, 2순위에 판매서비스를 제치고 행정관리직이 꼽힌 것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임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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