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8 09:23
수정 : 2007.07.0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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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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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대 기업 ‘겉과 속’ ② 현대자동차
속도와 추진력 강조하는 ‘불도저 일꾼’
현대차의 조직문화를 말할 때 ‘저돌적’이라는 수식어가 곧잘 쓰인다. ‘밀어붙인다’는 약간 부정적인 뉘앙스가 들어있지만, 현대차 임직원들은 이를 ‘속도’와 ‘추진력’이란 관점에서 이해한다. 완성차 업체는 설비투자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타이밍’이 중요한데, 빠른 의사결정과 업무 집행력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입사 11년차인 손용 해외판촉팀 과장은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결정이 느려지는 경향이 많은데, 짧은 기간에 제품력을 높이고 수출을 늘려야 하는 입장에서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거나 ‘불가능하다’라는 말이 들어간 보고서는 퇴짜 맞기 일쑤다. 영업 부문에서 일했던 김아무개씨는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이 아니겠느냐”며 “실제로 네거티브한 보고를 올렸다가는 ‘다시 해보라’는 식으로 되돌아올 때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 출신의 중견기업 임원은 “현대의 모태가 된 건설 시절부터 싹튼 불도저 정신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증거”로 풀이했다.
그래서인지 현대차가 선호하는 인재상에는 ‘도전’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이들이 강조하는 도전 정신은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라도 해결책을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대차는 이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조직 속내 들여다보면 완성차업체 특성 탓 빠른 의사결정 중요…강력한 추진력 필요
설계에서 품질 중요성 체득시키기 까지…신입사원 ‘현장체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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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제주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수련대회에 참가한 신입사원들이 보트 경주를 통해 도전 정신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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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맨’의 정체성은 생산공장이 있는 현장에서부터 길러진다. 5주 동안의 신입사원 집합교육과 부서에 배치된 뒤 현업에서 이뤄지는 직무교육이 대표적이다. 신입사원 연수는 현대차 특유의 조직력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올해 초 홍보팀에 입사한 양승학씨는 “울산공장에서 직접 컨베이어에 올라 부품을 자동차에 조립해봤는데, ‘아, 내가 자동차 회사에 들어왔구나’하는 실감과 함께 강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분야의 신입사원들은 두달 동안 애프터서비스(A/S) 현장에서 체험교육을 받는다. 이는 설계 단계부터 품질의 중요성을 체득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한다. 남양연구소 연구개발팀의 김완승 사원은 “연구소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경험하기 때문에 최종 품질에 더 신경 쓰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자동차 기업의 특성상 다양한 현장 체험을 통해 회사의 현실과 자동차에 대해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입사 이후 전 직원들은 업무 특성과 직급에 따라 또 세분화된 교육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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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세타엔진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 사진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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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관리의 삼성’을 거론하며 현대차를 우직하고 느슨한 조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 이미지를 떠올릴 때는 ‘투박하지만 인간적이다’라는 말도 아직 심심찮게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는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치밀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과거 현대 특유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은 “내부 경쟁이 치열해져서인지 예전보다는 팍팍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회식 자리에선 소주잔이 아닌 큰 유리잔에 소주를 들이키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 곳도 현대차다.
현대차 직원들은 겉으론 대범해 보이지만, 삼성에 대해서 만큼은 미묘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빗대 ‘모래 팔아 돈버는 기업과 2만여개의 부품이 모인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 같을 수 있냐’는 식의 농담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다. 외형적으로는 삼성전자에 뒤처졌지만, 제조업 대표주자로서의 자존심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안에서는 요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고위 임원은 “과거 저돌적인 스피드 경영이 성장하는데 큰 구실을 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과 같은 복잡한 경영환경에서는 그것만 갖고는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점인 추진력을 잃지 않으면서 고도의 시스템에 의해 조직이 움직이도록 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큰 게 또 현대차”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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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람한 체격에 사각형 얼굴, 40대 초반 생산직 남성
현대자동차 이미지는 ‘제조업 생산직 남성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들은 현대자동차라는 이름에서 171~175㎝의 키에 우람한 체격과 사각형 얼굴인 40대 초반의 생산직 남성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는 <한겨레>가 최근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인 잡코리아와 함께 대학생 2193명을 대상으로 ‘10대 기업 이미지 조사’를 벌여 나온 결과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현대자동차는 이미지가 ‘남성’이라는 응답이 96.1%에 이르러 포스코·한전 등과 함께 남성적인 느낌이 가장 강한 기업 중 하나였다. 나이는 40~44살(25.6%)과 35~39살이라는 응답이 각각 25.6%와 18.6%였다. 그 밖의 항목들에 대한 응답 빈도수로 1순위와 2순위를 매겨보면, 얼굴형은 △사각형(48.1%) △둥근형(13.2%), 체형은 △뚱뚱한 형(34.1%) △근육질형(32.6%), 키는 △171~175㎝(33.3%) △176~180㎝(19.4%)였다. 또 옷차림은 △유행을 타지 않는 정장 차림(40.3%) △유행을 타지 않는 캐주얼 차림(24.8%), 직업은 △생산직(38.0%) △판매서비스직(26.4%) 등이다.
현대자동차는 1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직업 이미지가 ‘생산직’이라는 답변이 1순위로 나온 기업이었다. 옷차림과 얼굴형 등에 대한 응답도 현대자동차의 직업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산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능·기술인력으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중·장년층 남성의 모습을 떠올리는 응답자들이 많았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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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10대 기업 ‘겉과 속’] ‘삼성맨’은 완벽·실적주의에 ‘178㎝ 근육질’ 도회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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