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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09 22:33 수정 : 2010.03.10 10:35

권태선 논설위원





청년층 가운데 공부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쉬고 있는 사람을 니트족이라 부릅니다. 통계청은 최근 15~34살의 청년층 가운데 니트족이 5년 사이 10만명이나 늘어 43만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국형 니트족’이 113만명에 달한다는 전경련의 보고서도 있었습니다. 괜찮은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장기간 취업준비 상태에 머물면서 적극적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15~29살 청년층의 수가 그 정도라는 것입니다.

두 수치는 우리나라 청년문제, 그 가운데서도 고용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얼마나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청년실업 대책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하지만 이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발언을 보면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대통령은 “기대 수준에 맞지 않는 데 가느니 차라리 취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보다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자활 노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청년실업의 본질인 사회구조적 문제와 정부의 정책 오류에는 눈감고 문제를 청년 개인의 탓으로 돌리려는 태도입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청년실업은 고도산업사회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미숙련노동을 중심으로 한 청년노동시장은 파괴됐습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청년들은 더 오래 교육받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학부모들의 교육열까지 가세해 고등학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러나 대학 문을 나온 그들 앞에 펼쳐진 것은 극도로 불안정한 고용환경입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일자리의 안정성도 사라졌습니다. 한번 불안정 고용의 덫에 빠지면 ‘실업과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니 이 대통령의 말처럼 눈높이를 낮추고 싶어도 낮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수십번 수백번 원서를 쓰고 몇년씩 공무원시험에 매달려도 일자리를 얻을 수 없게 된 젊은이들로선 니트족이 되는 길밖엔 없습니다. 자립을 지원해주는 공적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길은 부모에게 기대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네 부모를 착취하라”는 말이 청년들 사이의 유행어가 될 정도라니 참 씁쓸한 일입니다.

청년들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가정 차원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입니다. 교육받은 엘리트 청년층을 주류에서 배제해 아웃사이더로 남게 만드니까요. 20대의 낮은 투표율과 사회에 대한 희박한 관심 등은 그 징표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보다 오랫동안 청년실업 문제를 고민해온 유럽 나라들의 정책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유럽 청년정책의 방점은 청년들을 사회에 통합시키는 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또 일자리 확충 못지않게 젊은이들의 창조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을 강조합니다.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 맞서려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조적·비판적 사고와 함께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시선은 아직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오는 13일 출범 예정인 청년유니온 등 청년실업 문제를 쟁점화한 청년단체의 등장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더이상 부모를 착취하며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남기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제기하는 비판적 시민으로 살겠다는 선언인 까닭입니다.

권태선 논설위원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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