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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6 19:58 수정 : 2008.02.26 19:58

권태선 편집인

권태선칼럼

이명박 대통령을 표지인물로 다룬 <뉴스위크> 최근호는 그를 ‘한국의 사르코지’로 명명했다. 대미관계와 영어, 그리고 재벌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로서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유사점을 찾았다.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교육에서 경쟁과 자율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경제 대통령을 자임한 것이 그렇다.

유사점은 정책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서울을 ‘봉헌’하겠다고 해 물의를 빚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가 철저한 세속주의를 택하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가톨릭 문화, 가톨릭 전통, 가톨릭 신앙 속에서 살아온 가톨릭 교회의 일원”이라며 자신의 종교를 내세운다. 재산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부자(물론 집 한 채를 제외한 전재산을 헌납하겠다고 약속했지만)인 이 대통령처럼 사르코지도 새 아내에게 디오르 약혼반지를 사 줄 정도의 재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대통령 재임 9개월 성적표를 보면 아무리 비슷한 점이 많은 이 대통령이라도 ‘한국의 사르코지’란 별명을 반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5월 대통령에 취임한 사르코지는 한때 프랑스의 대처로 불리며 우파 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나폴레옹 이래 가장 적극적인 개혁가라고 칭송됐고, 한국의 한 언론에서는 임기 시작 몇 달도 안 된 상태에서 연임은 떼 놓은 당상이라는 성급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9개월 사이 모든 것은 변했다. 9월 64%였던 지지율은 올 2월 36%로 주저앉았다. 3월 지방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되는 집권당 후보들은 사르코지와 거리 두기에 골몰한다. 요란하게 경제개혁을 외쳤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2007년 프랑스의 성장률은 2006년보다 낮은 1.8%에 머물렀고, 각종 개혁은 벌써부터 반대에 밀려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구매력 대통령’이란 핵심 공약도 지킬 수 없다고 시인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르코지는 총리나 내각과 상의 없이 불쑥 정책을 제안하는 등 제왕처럼 군림하다가 반대가 들끓으면 뒷걸음치기를 반복했고, 이혼과 재혼 등 사생활의 과도한 노출로 국민의 빈축을 샀다.

전문가들은 그의 추락은 공약 불이행과 제왕적 정치행태, 일관성 없는 정책 및 지나친 사생활 노출이 화학작용을 일으킨 결과라고 분석한다. 핵심 공약을 달성하지 못한데다 처신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한 탓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사생활 소동을 제외한 사르코지의 문제점이 이 대통령의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 자신도 인정했듯이 국내외의 경제 여건은 7·4·7이란 장밋빛 공약 실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기대만큼 경제적 과실을 주기 어렵다면 다른 부분에서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개혁을 추동할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인수위 활동이나 각료 인선을 통해 이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설익은 정책으로 비판을 불렀음에도 비판의견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매도했다. 국민성금을 통한 숭례문 복원안처럼 즉흥적 제안을 내놓았다가 물리기도 했다. 더 나아가 국민의 1%나 공감할까 말까 한 이들을 각료로 인선했다. 그 결과 당선 후 두 달 남짓 사이 노명박, 고소영 에스라인, 강부자 등의 냉소적 표현이 확산되며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이 한국의 사르코지를 넘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은 아직 넓게 열려 있다. 이제 시작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좀더 귀를 열어 사회 각 부문과 소통하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모습을 보인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잘못된 인사를 시정하는 일이 그 첫출발이 될 수 있다.


권태선 편집인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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