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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8 19:20 수정 : 2008.01.08 19:20

권태선 편집인

권태선칼럼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면서 버락 오바마 돌풍이 일고 있다. 2005년에야 상원에 처음 진출한 워싱턴 정치의 신출내기가 아이오와 당원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여세를 몰아 오늘 치르는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크게 앞설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가 전국적 지지율에서도 클린턴의 우세를 무너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소수계인 흑인이란 약점을 가진 버락 오바마가 주류 백인들의 표를 흡수하며 선전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은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연상시키는 유려한 연설을 통해 변화에 대한 희망을 유권자들에게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이라크 전쟁 속에 빈곤층이 확대되고 있는 현재의 정치 지형을, 베트남 전쟁과 빈부격차의 확대가 큰 쟁점이 됐던 1968년 선거 당시와 견주며, 오바마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와 환호를 당시 로버트 케네디에게 젊은층이 결집했던 것과 비교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변화와 함께 그가 내세운 통합과 단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학자들은 우리나라를 공화당 주와 민주당 주로 나누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민주당 주 사람들도 신을 경배하며, 공화당 주 사람들도 연방요원들이 도서관을 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애국자도, 찬성하는 애국자도 있다. 우리는 모두 미합중국을 수호할 하나의 국민이다”라고 선언했던 그는 이후 한결같이 국민 통합과 단결을 강조해 왔다. 대립과 갈등을 불러일으킬지라도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을 결집시켜야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해 온 부시 정권을 창출해낸 칼 로브식 정치공학을 배격하는 그의 호소는, 지난 8년 동안 미국을 분열시키고 나아가 세계를 분열시킴으로써 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켜 온 부시 정권에 진절머리를 내는 유권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 그동안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던 무당파들이나 젊은층이 그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까닭이다.

오바마가 한국 정치에 주는 교훈은 바로 이 점이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 역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겪어 왔다. 혹자는 그 책임을 노무현 정부와 그 정권에 참여한 386세대에 돌리고, 다른 이들은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를 일삼은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언론에 돌린다. 누가 더 큰 책임이 있느냐를 따지기 전에 국민들은 그 갈등과 대립에 지쳤다. 분열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줄 새로운 리더십에 목말라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의 모든 것을 다 잘못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을 때 지난 5년과 다른 정치가 이뤄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잠시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과 정권 인수위의 이후 행보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과거 정권의 반성문을 받으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여론에 아랑곳없이 경부운하를 밀어붙일 뜻을 분명히하고 있다. 기업 친화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며 각종 친재벌 정책은 쏟아내지만 일자리 창출의 중심이 될 중소기업을 고려하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기업가와 함께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소리 대신, 법질서 준수 등 70∼80년대식 낡은 유성기판만 돌고 있다. 이래서는 국민들이 정치에 희망을 갖기 어렵다.

이 당선인도, 한나라당도, 그리고 대선 참패의 늪에서 아직도 허우적거리는 통합신당 등도 다름 속에서도 공통점을 찾아 국민을 단합시키려 하는 오바마의 메시지가 갖는 힘의 의미를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권태선 편집인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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