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06 18:09
수정 : 2007.11.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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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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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칼럼
극우세력의 이론가를 자처하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올 2월 “이회창씨의 출마는 본인의 의지가 아닌 상황의 부름에 따르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11월까지 초연한 입장을 견지하다가 한나라당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회창씨는 마치 조씨와 각본이라도 짠듯, 10월 하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분위기를 띄운 뒤 오늘 출마선언을 한다.
당 총재와 두차례 대선 후보까지 맡아 ‘한나라당의 태조’나 마찬가지라는 그가, 치열한 경선을 거쳐 뽑힌 자당 후보를 두고 다시 대선 삼수에 도전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비판이 제기됐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비리 연루 의혹으로 지지층조차 불안해하는 후보를 내세워 이회창씨 쪽의 ‘스페어 후보론’의 빌미를 준 한나라당의 책임도 거론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두 차례 대선에서 석패한 유력 정치인이 스스로를 극우로 자리매김하고 극한적 이념대립을 조장하는 행태는 그저 넘길 일이 아니다. 이회창씨는 출마 움직임을 가시화한 첫 대중집회에서 “수구꼴통으로 몰릴까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가 “이 몸을 던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는 ‘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는 극우단체들이 조직했다.
물론 그가 극우에 기대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일 수 있다. 대북 문제에 비교적 유연한 자세를 보이며 중도보수를 자처하는 이명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려면 보수성향 유권자를 자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보수성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가장 지지가 높은 것은 그의 작전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 그의 목표가 대권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친북좌파 노선’이라 지칭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좀더 오른쪽으로 견인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여지도 있다.
그러나 조상의 묘까지 이장하면서 2년 넘게 대권 삼수를 준비해 온 게 사실이라면, 자신을 수구꼴통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중대한 패착이다. 김병로 서울대 교수가 통일연구원의 1994년 이후 국민여론 조사와 2007년 서울대 통일연구소의 통일의식 조사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북한을 경계·적대 대상보다는 협력·지원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꾸준히 높아져 왔다. 협력·지원 대상으로 보는 국민은 1995년 36.9%에서 2007년 78.4%로 는 반면, 적대·경계 대상으로 보는 비율은 59.6%에서 18.4%로 줄었다. 그가 핵심적인 출마의 변으로 내세우려는 ‘친북좌파 저지’에 공감할 비율은 기껏해야 20%도 안 되는 것이다.
이회창씨의 대북정책은 ‘압박을 통한 핵무기 철폐와 체제 변화 유도’로 요약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주장해 왔던, 그러나 오히려 북한의 핵실험이란 강경대응만 불러와 폐기될 수밖에 없었던 ‘대북압박 전략’과 ‘체제 전환론’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더 한심한 것은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상대로 이런 대북정책을 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인정하며 “탈북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북한으로 하여금 체제개혁의 긴박성을 절감하도록 하는 것” 정도를 대책이라고 내놓은 거다. 별다른 대안도 없이 수구꼴통들과 ‘좌파정권 종식’ 구호만 외친다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역사를 되돌아보면 미국 등 주변국이 관계개선 의지를 보일 때 북한도 개혁개방 움직임에 나섰음을 알 수 있다. 클린턴 정부 말기 김정일이 중국 배우기에 나섰던 것이나 최근 베트남을 배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국이 대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념대결을 조장하고 싶더라도 제대로 알고서 해야 하지 않을까.
권태선 편집인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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