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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4 18:56 수정 : 2009.10.16 09:31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엠넷 <슈퍼스타 K>의 ‘K’가 드디어 뽑혔다. 한국판 <아메이칸 아이돌>이라고 불렸던 <슈퍼스타 K>는 우승자 서인국뿐 아니라 조문근, 길학미 등을 예비 스타로 만들고 막을 내렸다. 예비 스타는 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도 있다. 슈퍼 아이돌 그룹 ‘에이.엔.젤’의 새로운 보컬로 낙점된 남장여자 고미녀(박신혜)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한국형 리얼리티쇼로 성공한 <슈퍼스타 K>와 순정만화 같은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들여다봤다.

‘대학가요제’보다 아마추어 매력 물씬…다음엔 실력 평가도 엄정히
성장드라마의 규칙 잘 지키는 ‘미남이시네요’, 음악도 신경 써주길


정석희(이하 정) <슈퍼스타 K>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으로 시작해서 전국민을 심사위원으로 만들고 끝났다. 현장에 있는 심사위원 점수가 10%밖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끝까지 문제였다. 심사위원 점수가 낮으면 안타까워서 표를 더 주고, 심사위원 점수가 높으면 그에 반발해서 투표를 하지 않는 현상도 생겨났다. 모양새는 <아메리칸 아이돌>이었지만 속내는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인정에 호소하고 <인간극장> 식의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엔 그런 게 먹히더라.

인간적인 매력에 말리는 기분도

케이블 티브이 7%의 시청률을 돌파한 엠넷 <슈퍼스타 K>(위 사진)와 순정만화적인 설정으로 눈길을 끄는 에스비에스 <미남이시네요>. 엠넷·에스비에스 제공

차우진(이하 차) 이 프로그램에서 스타라는 건 노래만 잘하고 외모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도 가족사가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심사위원의 평가가 중요하다. <슈퍼스타 K>는 처음에 수만명이 오디션을 보고 그중에 10명을 추려내는 과정에서는 시청자의 참여가 중요했다. 그렇지만 실력 차이가 거의 없는 톱10부터의 관문에서는 섬세하게 평가하고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심사위원의 점수가 더 중요한데 선정 방식상 그게 불가능했다. 실력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회가 거듭될수록 팬클럽 등의 외적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해 결국 인기투표 정도의 의미밖에 없었다. 선정 방식이 중간에 바뀌어야 했다.

음악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가수들이 많으니까 대중과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가수가 선정되는 게 결국 <슈퍼스타 K>의 방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외국 리얼리티쇼에서는 항상 악역이 있는데 <슈퍼스타 K>에는 악역이 없었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매회 출연자들의 갈등구조를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악역을 하려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 운명이 달린 거니까 아마 타협할 사람이 없었을 것 같다. 어느 누구도 모험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전한 구조로 가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미만 강조한 나머지 남자친구 얘기나 학교 얘기는 없고 매번 가족 얘기만 나왔다. ‘가족’이라는 부제가 붙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서인국은 부모님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발전하는 과정을 보고 더 응원하고 싶어졌다. 편집상 그런 게 강조되기도 했다. 서인국은 뭔가를 계속 해내고 있고 그 안에서 최대한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성격이 좋다는 생각마저 들어서 이 프로그램에 말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조문근은 거의 프로급이니까 1억원은 받지 못했어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인국이 우승자로 결정되긴 했지만 정말 빼어난 인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건 지금은 톱스타가 된 이들의 오디션 모습을 보면 어설퍼 보이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승한 서인국뿐 아니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두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기회는 똑같이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슈퍼스타 K>가 방송되고 있는 중간에 <대학가요제>를 했다. 요즘에는 <대학가요제>를 보면서 어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그랬다. 음악 스타일이나 노래가 기존 가요와 크게 다르지 않고 어설프게 가수를 따라한다. <대학가요제>를 보면서 불편했던 것은 참가자들이 홍대의 어느 밴드와 닮았거나 지금 잘나가는 스타를 닮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슈퍼스타 K> 참가자들처럼 자기 이름을 먼저 보여주는 게 낫다. <슈퍼스타 K> 마지막회에서 10명이 함께 무대에 나와서 손을 잡고 같이 노래하는데 그 장면이 훈훈해서인지 오히려 <대학가요제>보다 더 <대학가요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형 리얼리티쇼로 자리를 굳혔다. 앞으로 이런 형식의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 때 <슈퍼스타 K>가 모델이 될 것 같다.

순정만화의 매력을 총망라

출연자와 시청자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필요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 다음 <슈퍼스타 K>가 기다려진다. 지난주에 방송을 시작한 <미남이시네요> 역시 스타가 소재인 드라마다. 첫 장면을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시작했다. 박신혜의 대사가 뮤지컬 대사처럼 들렸다.

예비 수녀가 스타가 된다는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설정이다. 앞으로 펼쳐질 내용이 그려질 정도로 순정만화의 느낌이 강하다.

순정만화 설정을 갖고 들어가는 게 오히려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하는 거다. 처음부터 순정만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되니까. 중간에 밴드 멤버 넷이 누워 있는 장면은 만화의 한 컷 같았다. 밴드 멤버 넷의 캐릭터가 배우와 잘 맞는 것도 장점이다.

공항에서 박신혜가 계속 도망다니는 장면은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너무 길었다. 1회까지 큰 기대 없이 봤는데 2회를 보고 놀랐다. 박신혜가 남장을 하고 있는 게 2회 만에 발각되자 재미있어졌다. <선덕여왕> 덕만이처럼 몇 년 동안 같이 지내도 여자인 걸 모른다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설정이다.

박신혜가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와 많이 비교가 되는데 박신혜는 윤은혜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보이시한 여성에 대한 끌림은 그 옛날 이상은에서부터 요즘 에프엑스의 앰버라는 멤버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드라마도 그런 요소를 이용하고 있다. 박신혜가 하는 고미녀라는 캐릭터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남장여자인 박신혜와 그때까지는 박신혜를 남자로 알고 있던 장근석의 키스신도 나왔다. 동성 키스까지 순정만화의 요소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강신우 역의 정용화는 벌써 엄청난 팬을 모으고 있다. 캐릭터의 매력이 있다. 순정만화 드라마답게 스킨십도 진도가 많이 나가기보다는 손목을 살짝 잡거나 가벼운 포옹을 하는 등 감칠맛 있게 보여준다. 여심을 사로잡기에 딱 좋다. 뻔한 듯 특이한 점도 있다. 예의가 바른 드라마라는 점이다. 매니저 김인권이 예비 수녀인 박신혜와 단둘이 있을 때에는 존댓말을 쓴다. 장근석은 간호사나 수녀님에게는 깍듯하게 하고 힘이 있는 사람에게는 까칠하게 군다. 전형적인 나쁜 남자 캐릭터인데 잘 잡고 가는 것 같다.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알고 보면 예의 바르고 착한 사람이라는 거다. 그런 사람이 정에 호소하면 마음을 확 주는 스타일인데.(웃음)

이들이 기획사 아이돌 그룹이지만 기획사와 동등한 관계에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사장에게 ‘님’자를 안 붙인다.

실제 기획사 사장과 그룹 멤버의 관계와는 많이 다르다. 숙소도 지금의 아이돌과는 다르게 그려진다. 10원 인세에 10년 노예계약도 아니다. 집도 다 잘사는 아이들로 나오고 사장과 같은 위치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음악이다. 음악이 별로다. 처음에는 밴드로 나왔다가 중간에 장근석이 만든 노래로는 갑자기 발라드가 나오고 갑자기 박신혜는 춤 연습을 하면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음악이 들어가는 드라마나 영화라면 음악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룹 멤버들이 주인공인 만큼 이 드라마의 이러저러한 갈등이 끝날 때에 드라마의 대단원은 이 그룹이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밴드라는 설정에도, 그런 무대에서 음악이 별로라면 얘기가 설득력이 없어진다.

<아이리스>에 밀리지 않기를 응원해

장근석의 엄마인 김성령과 고미남·고미녀 쌍둥이의 고모인 최란이 갖고 있는 듯한 출생의 비밀도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이 드라마는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보면 되는 드라마인데 얘기를 꼬아놓으면 점점 보기 싫어진다. 그런 갈등구조는 조금만 보여준 다음에 풀어버리고 편안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성장드라마의 규칙을 잘 지키고 있다. 그래서 좋다. <아이리스>와 붙어도 의외로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슈퍼스타 K’의 슈퍼스타

“이효리. 심사위원이면서 동시에 프로그램 전체를 끌고 가는 힘이었다. 프로그램의 줄을 잡고 있는 사람이랄까. 출연자에게 힘이 되어 준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정석희)

“연출자. 시청률 7%라는 대업을 이뤘다. 최근 괜찮은 리얼리티쇼를 만들고 있는 엠넷에서도 탁월했던 프로그램이었다. 독하고 막장인 리얼리티쇼가 아니라 따뜻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차우진)

‘미남이시네요’의 기대주

“박신혜. <베스트극장>에서 처음 봤던 중학생 박신혜는 어려 보이는데 어딘가 여자의 느낌이 났다. 기본기가 잘 되어 있는 박신혜가 이 드라마로 주연급 연기자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차우진)

“장근석.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에게 눌려 있던 장근석이 이번에는 자기 색을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았다. 항상 이름값을 하는 배우다. 이번에도 기대가 된다.”(정석희)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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