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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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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끝내 강행한 <드라마시티>폐지에 분노
<온에어>의 노골적인 대사엔 아슬아슬
지난 30일 ‘돈꽃’을 마지막 회로 한국방송의 단막극 <드라마시티>가 막을 내렸다. 피디들과 드라마 작가들이 폐지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내고 시청자들 역시 게시판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공영방송에서 단막극을 볼 기회는 이제 연휴 특집 편성이 아니면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한국방송이 말하던 ‘수신료의 가치’는 광고 수입의 가치보다 하찮은 걸까.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최지은 기자가 한국방송의 이번 결정을 최악의 선택으로 꼽았다. 먼저 이제 중반에 도달한 에스비에스 <온에어>의 아슬아슬한 위치에 대해서 짚어봤다.
백은하 지금까지 방송사를 무대로 하거나 소재로 삼은 드라마는 꽤 있었지만 작정하고 방송사의 생리나 속살에 대해 작정하고 깊숙이 들어간 건 <온에어>가 처음이다. 물론 과장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인사이더 처지에서 시청자들이 몰랐던 드라마 제작의 현실에 메스를 들이대니 시청자로서는 새롭고 흥미롭다.
최지은 이전에 방송사 배경의 드라마는 자유롭고 밝고 화려하다는, 바깥 사람들의 방송사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 부응했는데 오히려 어둡고 칙칙한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면서 그게 제대로 먹힌 것 같다. 드라마 제작이라면 우르르 몰려가서 후딱 찍고 보람찬 표정으로 뒤풀이하고, 이런 식의 피상적 스케치만 방송에서 다뤄졌지만 사실 드라마 제작이야말로 엄청난 돈이 오가면서 수많은 갈등과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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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에어〉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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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반영적인 솔직함, 면죄부는 아닌가
백 드라마 관련해 시청자들이 듣는 정보는 어떤 배우가 몇 천 받았다더라 이 정도인데, 기획사(매니지먼트사)가 30억원을 투자하고 그러면서 주인공 캐스팅 권한을 가져오는 이런 메커니즘이 까발려지는 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다. 사실 십년 전만 해도 방송사 피디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는데 지금은 드라마 제작 규모도 엄청나게 커지고 기획사와 외주 제작사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나. 또 수십억원짜리 한류 상품을 만드는 상황에서 여기에 낀 사람들에 대한 선악의 판단도 옛날처럼 단순하지가 않게 됐다.
최 서영은(송윤아) 작가와 오승아(김하늘)가 싸울 때 피피엘(PPL: 드라마나 영화 화면에 특정기업의 제품을 노출시켜 홍보하는 것)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는 드라마 속 피피엘 보면서 빤한 장삿속이라고 쉽게 욕하면 끝났는데 드라마 주인공들이 늘어나고 개런티도 급상승하는 현실이 대사 속에 구체적으로 들어가면서 돈 들어간 티가 나는 화면을 보려면 이런 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는 거다. 마찬가지로 사이코 작가 서영은에게는 그 나름의 고뇌가 있고, 사이코 배우 오승아에게는 또 나름대로 인간적인 면모가 있으니 판단이 쉽지 않은 거지. 그나마 기획사 사장 이형철 정도가 악인이랄까.
백 기획사가 소속 배우들에게 노출 화보 촬영시키는 건 부도덕한 일인데 상품가치로서 투자 대비 산출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또 잔인한 세상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런 게 재미있었는데, 8회는 네 주인공의 본격적인 러브라인 형성에 대한 예고편 같아서 좀 걱정도 된다. 평범한 멜로 드라마로 선회하지 않을까 하는.
최 아버지가 8회 보다가 저렇게 연애 시작하면 재미없겠구나 하던데, 50대 남자 시청자가 알아차릴 정도로 좀 심하게 노골적이었다.
백 사실 러브라인보다 좀더 우려되는 건 작가나 배우나 모든 캐릭터가 자기반영적인 성격이 강한데 이게 솔직하다는 이유로 일종의 면죄부를 스스로 부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점이다. 피피엘 부분만 해도 저런 게 현실이야,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시청자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과 대사로 직접 ‘저건 어쩔 수 없는 거다’라고 하는 건 굉장히 다른 거다. 가끔 김은숙 작가의 목소리가 드라마 밖으로 튀어나올 때 ‘우린 이렇다’는 변명을 듣는 것 같아서 영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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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시티〉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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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도 단막극으로 시작했다오
최 뭐랄까, 들을 때는 아 그렇구나 하다가 다 보고 나서 속았구나 이런 느낌도 드는 거지.
백 시청률만 좇는다는 평가에 대해 서영은 작가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를테면 아들한테 ‘엄마 드라마 보지 마’라고 하면서 아이 입을 통해 ‘엄마 드라마 좋았어’ 하는 순간,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거다.(웃음) 특히 한국에서 가장 히트 친 드라마 이야기하면서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파리의 연인>이나 <프라하의 연인>을 포스터를 보여주는 건 과하다. 이 드라마의 특성상 진짜 현실과 드라마 속의 현실이 섞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드라마 속의 현실이 진짜 현실을 옹호하는 건 문제다.
최 김은숙 작가가 전작들에 비해 다른 시도를 한다는 게 신선했는데 정말 자기 영역을 넓히려면 전작들과 새 작품을 분리해서 좀더 쿨한 태도로 몇 발짝 떨어져 가야 하지 않나 싶다. 특히나 서영은 작가처럼 명백히 자기반영적인 캐릭터를 그릴 때는 한번 더 자기 부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백 드라마 제작에 들어가는 돈이 점점 늘어나고, 한 회 방송으로 끝나기보다 상품으로서 가치가 갈수록 더 중요해지면서 드라마를 보는 관점도 갈수록 상업성에 치우친다. 한국방송의 <드라마시티> 폐지 결정과 시트콤과 일일극 확충 방안은 그 단적인 사례다. 산업이 건강하게 흘러가기 위해서는 <연인> 시리즈와 <온에어>의 김은숙 작가-신우철 피디처럼 산업의 최전선에서 정확한 매뉴얼을 가지고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씨앗을 키우는 인큐베이터도 필요하다.
최 산업을 중요시한다면서 투자는 안 하고 결과만 얻겠다는 생각인데,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결단인 거다. 게다가 공영방송임을 늘 강조하는 한국방송이었기 때문에 뒤통수를 때린 것 같다.
백 5년 10년을 내다본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시청률이 낮은 데 어쩔 거냐라고 한다면 진짜 할 말 없는 거다. 단막극을 통해 훈련했던 사람들이 결국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지금은 대작가가 된 노희경 작가도 단막극으로 시작했다. 인력과 재능을 키우는 게 아니라면 방송국에서도 피디를 뽑지 말아야 한다. 사실 지금 외주 제작사에 소속된 스타 피디들만 돌려도 1년 편성할 드라마는 만든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우리는 늘 똑같은 드라마만 봐야겠지만. 방송국은 제작을 포기하고 송출자로서 정체성을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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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시티〉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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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없애고 대중소설만 쓰라는 얘기
최 <드라마시티>는 젊은 인력들의 훈련터라는 것과 함께 다른 드라마들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를 보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마지막 회였던 ‘돈꽃’도 남편한테 맞아서 실명된 부인이 고생하다가 복권에 당첨되고 여기에 달려드는 가족들 이야기인데, 이런 걸 어떻게 일일 드라마나 미니 시리즈에서 보겠나. 소설에 비교하자면 순수문학과 같은 거다. 결국 이상 문학상 같은 걸 없애고 대중소설만 쓰라는 이야기와 같다.
백 시청자 편에서도 순진하게 보존해 달라는 건 아니다. 단막극은 일종의 기간산업 같은 거다. 그걸 흔들면서 한류 기금을 조성하는 건 뿌리를 잘라 가지에 비료를 만들어주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산업적 논리를 지금처럼 1차원적으로 적용한다면 일드나 미드를 방영하는 게 가장 남는 장사 아닌가.
최 한국방송에서는 제작비용 증가를 이야기하는데 수십억원, 수백억원짜리 드라마들도 숱하게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단막극 지키는 데 드는 연간 비용은 새 발의 피다. 구차한 변명인 거다. 지금이야말로 한국방송은 자신들이 말하던 수신료의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할 시점이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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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현명한 선택
<온에어>로 홈런 친 에스비에스
“최근 1, 2년 동안 에스비에스 드라마가 신문 사회면을 좇아가는 느낌이었는데, 다른 방송사와 자신을 스스럼없이 비교하는 대범한 자기반영적 드라마로 오랜만에 기분 좋은 히트 상품을 만들었다.”(백은하)
“김은숙 작가-신우철 피디는 에스비에스의 구원투수 같은 존재다. 한동안 에스비에스 드라마를 건성건성 봤는데 내버려두니까 크게 한 건 하는구나.”(최지은)
■ 최악의 멍청한 선택
한국방송의 <드라마시티> 폐지
“문화방송보다 방송 때깔 떨어지고, 에스비에스보다 기민하지 못해도 한국방송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좋은 드라마를 만들려고 했던 사람들에게는 이제 무엇이 남을까?”(최지은)
“달디단 사탕은 아니었지만 밥처럼 든든했던 한국방송 드라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크다. 드라마 팬으로 한국방송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전체에 금이 갔다.”(백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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