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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6 22:09 수정 : 2008.03.29 13:42

‘친구’ 유상무가 개그계 입문 부추기고 김병만이 결정타 “준근아, 넌 왜 그리 느끼하냐?”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친구’ 유상무가 개그계 입문 부추기고 김병만이 결정타 “준근아, 넌 왜 그리 느끼하냐?”

그는 준 교수가 아니다. “아즈, 아즈, 아즈우우우우나” 교수다. 그를 따라 코평수를 넓히고 “아즈, 아즈”를 길게 따라 하다 보면 어떤 환각 상태에 빠진다. 걸쭉하게 녹은 버터의 바다에 빠져 유유히 배영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느끼함의 절정에 오는 쾌감, ‘준 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그렇다. 그건 시작일 뿐이다. 자주 비교되는 리마리오를 비롯해 긴 머리를 휘날리는 느끼남들은 개그 프로그램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봤던 캐릭터다. 준교수가 스키니진의 에스라인 엉덩이를 힘껏 내밀고 팔을 뻗어 “오! 준 릴렉스, 컴다운, 렛스 고!”라고 외칠 때 파도처럼 출렁이는 아랫배와 다소 심하게 짧은 다리로 만들어지는 저질 실루엣은 준 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한층 고양시킨다. 그리고 “우쥬 플리즈 닥쳐 줄래?”라고 짧은 영어를 과시할 때 빛나는 자아도취적 카리스마는 준 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완성시킨다.

‘우쥬 플리즈 닥쳐 줄래’에 숨은 영어 실력

그런데 영어를 써먹는 개그들과 <개그 콘서트> ‘준 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확연히 다른 점 하나가 있다. 준 교수의 영어 발음은 꽤 정확하다. ‘저게 그냥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데’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준 교수 송준근(28)은 토익 특기생으로 경희대 국제경영학부에 합격한 실력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미국에서도 살았다. 실제 영어 실력은 어떻냐고 물었더니 “우쥬 플리즈 닥쳐 줄래” 수준이라고 겸손을 떤다.

티브이 영어 강좌를 보면서 개그 연구를 하지만 송준근의 영어 실력이 준 교수를 탄생시킨 건 아니다. 그건 역시나 어머니도 좀처럼 “3초 동안 마주치지 못한다”는 3㎝ 두께의 쌍꺼풀이었다. “준교수를 함께 하는 동기들인 장효인, 허미영과 아이디어를 짜고 있을 때였어요. 김병만 선배가 툭 치면서 ‘넌 왜 이렇게 느끼하게 생겼냐’고 말하며 지나가는데, 그때 섬광이 비쳤다고 할까요?(웃음)” 머리 뒤로 후광이 생기고 새들이 날아가며 태어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느끼해” “느끼해” “느끼해”가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메아리치는 순간 준 교수가 태어난 것이다.


안 그래도 리마리오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해 ‘소박한’ 몸매를 십분 활용해 자신의 늘어진 배나 빈약한 엉덩이와 대화를 나누는 4차원 개그를 개발했다. “처음 아이디어 검사받으러 갔을 때, 가발 쓰고 까만 쫄티에 까만 스키니진을 입고 작가실에 들어갔어요. 김석윤 감독님이 절 보고 픽 웃으시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평소 네 이미지와 달라서 내가 웃을 수도 있는 거니까, 작두 한번 타보자’고 말씀하셨죠. 그런데 첫주부터 반응이 빨리 와서 깜짝 놀랐어요.” 조용조용하고 고분고분하던 그의 ‘거친’ 변신에 가장 많이 놀란 건 이처럼 주변의 동료와 선배들이었다. 시청자들 중에서는 아직도 “김덕뱀다”(‘집중토론’)의 그 김덕배가 이 준 교수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개그콘서트〉에서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송준근.
송준근은 지난해 한국방송 개그맨 공채로 들어왔다. ‘조선왕조부록’의 박지선, ‘내 인생 작업걸었네’의 김원효 등이 동기다. 그런데 그의 개그맨 데뷔는 꽤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아마추어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사냥>으로 데뷔해 <폭소클럽>을 거쳐 <개그 콘서트>에서 얼굴을 비췄다. 이 모든 게 다 고등학교 때 짝이었던 선배 개그맨 유상무로부터 시작됐다. “학창 시절에 유상무 선배는 튀고, 좌중을 압도하는 응원단장 스타일이었던 반면, 저는 반 안에서 마니아층을 몰고 다녔다고 할까요?(웃음) 암튼 서로 많이 웃겼는데 전 딱히 개그맨을 할 생각은 없었죠.” 제대 후 연기를 하고 싶어 학원 등을 기웃거리며 ‘시간 낭비를 하다가’ 유상무의 적극적인 권유를 받았다. “해보고는 싶은데 자신이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니까 어떻게 고등학교 때 동창 한 친구를 데려와 팀을 만들어줬어요. 7년 만에 만나서 한 팀을 이룬 거죠.” 그 친구는 다시 돌아가고 송준근은 남았다. 그때 이런저런 코너를 거치고 이 사람, 저 사람과 팀을 짜서 계속 준비한 게 “지금 결과물로 나온 거 같아 흐뭇하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송준근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젊은 개그맨들의 에너지와 조바심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코너가 중도하차했거나 아니면 끝나고 한두 달 쉬는 시간을 농반 진반으로 “암울한 시절”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매주 아이디어 싸움이 경쟁이고 전쟁이다. 한번 시작하면 최소한 몇 달은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배우에 비하면 개그맨은 일희일비가 너무나 뚜렷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그래서 선배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저 같은 초짜들은 그주 그주 아이디어 짜는 데도 허덕이거든요. 그런데 선배들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코너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뿐 아니라 두세 개씩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개발하고 있어요. 나는 언제쯤 저 경지에 오르나, 까마득하죠.” 일주일에 6일을 아이디어 회의하고, 쉬는 하루는 영화나 티브이를 보면서 쓸 만한 자료를 뒤적거리는 요즘이지만 준교수는 요새 그의 버터맛 발음만큼이나 미끄럽게 쭉쭉 나가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개그맨을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꿈이었던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좋아하는 배우는 짐 캐리. 준교수의 4차원 개그에 영감을 준 <에이스 벤추라>의 짐 캐리처럼 ‘부담이 매력’인 배우 송준근도 재법 괜찮을 것 같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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