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고 싶은 단단하되 귀여운 소녀, <우생순>의 장보람 역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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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도대체 누구야?
스무 살이 되고 싶은 단단하되 귀여운 소녀, <우생순>의 장보람 역 민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을 보다가 짧은 커트 머리를 한 핸드볼팀의 막내 장보람(18·민지)이 등장했을 때 ‘소녀’라는 단어가 퍼뜩 떠올랐다. 소녀, 소녀라 …. 귀여운 소녀, 섹시한 소녀, 불량한 소녀들이 광고와 드라마와 쇼에 나오고, ‘어머나’를 외치는 소녀들이 뭇 남성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 시대와 왜 갑자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단어가 툭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까. 엄마가 아는 공익의 사촌의 매니지먼트로… 훤칠한 키에 쌍꺼풀이 없는 민지의 얼굴은 몹시 귀엽지도, 조숙한 여성미를 풍기지도, ‘엄마가 뭘 알아’라고 말하는 듯한 새침한 반항기를 보이지도 않는다. 대신 어른들이 미리 짜놓은 어떤 페이스에도 말려들 것 같지 않은 단단함이 느껴진다.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헤드폰을 목에 건 한보람이 대표팀 연습장으로 처음 걸어올 때, 자신을 다그치는 선배에게 툭 내뱉듯 “요새 누가 맞으면서 운동해요”라고 말했을 때 느껴지는 인상도 이런 단단함이었다.“배우들하고 진짜 선수들하고 연습도, 촬영도 같이 했는데 다들 제가 진짜 핸드볼 선수인 줄 알더라구요.” 통통한 양 볼에 보조개가 쏙 패면서, 소녀와 세상 사이에 놓여 있는 빗장이 스르르 열리는 기분이다. “실은 오디션 다음날 체력테스트에서 4명 중에 3등을 했거든요. 그래서 캐스팅도 안 될 줄 알았어요.” <우생순>은 민지의 첫 장편 도전작이다. 사실 민지는 이 영화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이 영화의 기획을 기사로 읽은 매니저가 장보람 역이 너무 탐나서 여러 번 프로필 사진을 보냈지만 거절당했다가 ‘한 번만 실제 모습을 봐 달라’는 장문의 편지를 제작사에 보낸 뒤 오디션 기회가 왔다. 그렇게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앞두고 “집에서 싸구려 공을 가지고 연습을 하다가 막상 테스트 장에서 너무 좋은 공으로 하려니 계속 실수를 연발했다”니 만약 떨어졌다면 두고두고 속 상할 뻔했다. 스크린 속에서 무표정한 장보람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얼굴이지만, 민지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배우는 아니다. 중3때 데뷔해 올해로 고3에 올라간다. 초등학교 때부터 다닌 발레학원의 선생님과 함께 교육방송 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게 인연이 됐다.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피디 선생님이 괜찮을 거 같다고 사진 한번 찍어보라고 해서 고모가 운영하는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딱히 뭘 하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엄마가 그 사진을 가지고 다니다가 근무지에서 같이 일하던 공익근무요원의 사촌이 매니지먼트를 해서 ….”
민지가 전도유망한 핸드볼 선수로 출연하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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