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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0 18:18 수정 : 2007.05.30 23:27

뮤지컬 배우 정성화씨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 뮤지컬 배우 정성화
<맨 오브 라만차>에서 주연 맡은 개그맨 출신 뮤지컬 배우 정성화

당신의 관심사 또는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물음 하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8월3일 개막)에 조승우와 함께 돈키호테로 나오는 정성화(32)는 누구일까요? “와, 정성화 이제 완전 떴네!” 하고 말한다면 당신은 그가 출연한 <아이 러브 유> <올 슉 업> 등 히트작들을 섭렵한 뮤지컬 애호가다. “정성화가 도대체 누구지?”란다면 옆의 사진을 보시라. “아, <카이스트>에서 실없는 대학원생으로 나왔던 탤런트?”라고 말한다면 진득한 드라마 시청자, “틴틴파이브의 그 개그맨이잖아”라고 한다면 1990년대 중반부터 코미디 프로그램을 열심히 챙겨본 연륜 있는 코미디팬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십년 넘게 텔레비전, 문화생활과 담쌓고 살아온 고시생일 가능성이 높다.

‘절대지존’조승우와 어깨 나란히

이 밖에도 그에게는 <황산벌> <도마뱀>에 출연한 영화배우, 지금까지 인터넷에 떠돌 정도로 대박을 쳤던 라디오 드라마 <배철수의 고우영 삼국지>에서 장비역과 함께 각종 효과음까지 도맡았던 성우까지 다양한 직함이 있다. 이 모든 역할의 공통점은 웃음을 주었다는 것이다. “저도 나름 산전수전 다 겪었어요.(웃음) 14년이나 활동했으니까 익숙한 얼굴이지만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니 무명과 다름없었죠.”

현재 뮤지컬계의 절대지존이라 할 만한 조승우와 나란히 어깨를 겨루면서 뮤지컬 배우로 톱 클래스에 이름을 올린 그이지만 먼 길을 돌아온 것이라 생각한다면 틀렸다. “중고등학교 때 성가대에 참가하면서 노래연습도 많이 했지만 가수나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적은 없어요. 오락부장 출신들이 대개 그렇듯 개그맨을 하고 싶었고,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간 것도 유명한 개그 동아리가 있어서였거든요.” 대학교 2학년 때 개그맨이 됐고, 순풍에 돛단듯 개그맨을 하다가 군대를 다녀왔을 때 예능 피디 출신으로 <카이스트>를 연출했던 주병대 감독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다. “안부 인사하고 며칠 지났는데 <카이스트>를 같이 해 보자고 하셔서 너무 좋았어요. 그때 마침 코미디 스타일이 지금의 <개그 콘서트>처럼 스탠딩 개그 형식으로 바뀌는 중이었는데, 저는 극 형식이 더 맞았거든요.”

그렇게 드라마를 하다가 틴틴파이브를 함께 했던 표인봉의 추천으로 연극 <아일랜드>를 했고, 그 작품을 본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의 제안을 받아 <아이 러브 유>까지 달려가게 된 것. “겁이 없었죠.(웃음) 이런저런 무대 경험이 많아서 사실 두렵거나 고민이 되지는 않았어요. 또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기회가 오면 놓치지 싶지 않았어요!”
뮤지컬 배우 정성화씨

2년이나 공연한 <아이 러브 유>는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한다. “똑같은 공연을 매일 하다보면 정말 지겹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같이 한 남경주 선배가 물어보는 거예요. 니가 만약 화학회사 직원이라면 얼마나 많은 전문지식이 있어야 할까? 많이 알아야 겠죠, 대답하니까 그럼 배우로서 너는 어떤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니? 그러는 거예요. 그때 문득 내가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책도 많이 보게 됐고 매일 하는 연기도 늘 새롭게 배우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를 비롯해 개그맨 출신으로 뮤지컬 연기를 한 배우들이 적지 않다. 그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가 많은 것”을 개그맨 출신의 장점으로 꼽는다. 단점이라고 없겠나. “촉수가 많다보니까 작은 것에도 연연해요. 공연을 하고 있는데 저쪽에 비(B)열 53번 관객이 아까부터 웃지 않는 거예요. 그럼 왜 안 웃지? 내가 재미없나? 이러면서 그 사람을 웃기는 데 매진해요. 그렇게 신경을 쓰다보면 상대 배우의 몫까지 빼앗아 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그는 뮤지컬 무대나 정극 진출을 꿈꾸는 많은 개그맨 후배들에게 “극 속에 철저하게 섞여야지 튀려고 하는 순간 모든 걸 망친다”고 당부한다.

희극 극작가 꿈꾸며 대본 쓰는 중

이번에 연기하는 <맨 오브 라만차>에서 그에게 본래 주어진 역은 돈키호테가 아니라 산초였다. 그가 돈키호테를 하고 싶다고 제작진에게 말했다. “물론 제가 하겠다고 해서 주어지는 건 아니죠. 돈키호테를 하고 싶으면 오디션을 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오디션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유달리 경쟁이 치열해던 오디션이 화제가 되기던 했던 터라 떨리지 않았냐니까 “오디션 전날 마신 술이 안 깨서 떨지는 않았다”고 너스레를 떤다. 남들은 ‘진지한 캐릭터로 변신’ 운운하지만 그는 “희극배우로서 해볼 만한 또 하나의 도전”이라고 말한다.

“내가 희극배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희극배우 말고 다른 욕심이 있다면 희극 극작가 정도?” 그러지 않아도 지난해부터 후배와 함께 사무실을 내서 대본을 쓰고 있다. “대극장용 코미디를 써보는 게 꿈이에요. 쓴 거요? 많죠. 무대로 올릴 만한게 하나도 없어서 그렇지!(웃음) 생각이 무르익으면 잠시 배우 일을 접고 쓰는 게 매진해 볼 생각이에요. 이삼년 안으로요. ”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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