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쥐 레미처럼 자기 혀를 계속 훈련시켜야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
[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13
<라따뚜이> 명장면처럼 대단한 요리는 나를 어디론가 데려간다네 <라따뚜이>를 봤어요. 난 이 영화가 아주 좋았어요. 요리에 대한 영화라는 것도 좋았지만 주제가 좋았어요. 내가 생각하는 <라따뚜이>의 주제는 ‘아웃사이더도 최고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거였어요.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록키>를 떠올렸어요. 감독도 아웃사이더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영화 곳곳에 그런 감정이 배어 있는 게 느껴졌어요. <라따뚜이>의 음식을 컨설팅했던 토머스 켈러(Thomas Keller) 역시 아웃사이더였어요. 그는 나파밸리에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라는 식당을, 뉴욕에 ‘퍼 세’(Per se)라는 식당을 가지고 있는데 둘 다 스리스타 식당이에요. 대단한 사람이죠. 아웃사이더일 수밖에 없어요. 미국 사람이 프랑스 요리에 도전했잖아요. 프랑스 사람은 자부심이 대단해요. 프랑스 사람만이 프랑스 요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토머스 켈러가 프랑스에 가서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겠어요. <라따뚜이> 컨설턴트 토머스 켈러의 유머 이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유머가 있다는 거예요. 몇 개 예를 들어볼까요? 메뉴 중에 ‘텅 앤 치크’(Tongue & Cheek)라는 게 있어요. 이건 영어로 ‘웃기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제목을 이렇게 붙여놓고 소혀와 소의 볼살로 요리를 만들어요. ‘캐럿 앤 피’(Carrot & Pea)라는 메뉴도 있어요. 이건 맛없는 음식을 이를 때 쓰는 말인데, 당근과 완두콩으로 아주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내요. 완두콩 팬케이크, 완두콩 잎사귀로 만든 샐러드, 당근주스 같은 걸 아주 맛있게 만들어요. ‘마카로니 앤 치즈’(macaroni & Cheese)라는 음식도 있어요. 토머스 켈러는 사람들이 아주 쉽게 생각하는 요리, 흔히 알고 있는 요리의 이름에서 시작해서 그 요리를 최고점까지 끌어올리는 거예요. 사람들은 토머스 켈러의 요리를 먹으면서 웃어요.영화 <라따뚜이>에 등장하는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주인공 레미가 마지막에 만드는 요리가 ‘라따뚜이’죠. 그건 아주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요리예요. 프랑스 식당의 주방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배우는 요리가 ‘라따뚜이’예요. 푸아그라(살찐 거위나 오리의 간으로 만든 프랑스 요리)나 캐비어 같은 게 들어가는 요리가 아니에요. 여러 가지 채소를 냄비에다 넣고 볶는 거예요. 영화 속에서는 볶은 채소를 아래에다 깔고 그 위에 얇게 썬 채소를 얹은 다음에 오븐에 굽는 걸로 나오죠. 그걸 ‘티안’(Tian)이라고도 해요. 왜 라따뚜이를 선택했을까요. 가장 단순한 재료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채소가 요리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에요. 1980년대부터 채소가 요리의 중심이 된 거예요. 그전엔 고기에 곁들여졌어요. 접시에 담긴 비율로 따지자면 고기가 90%, 채소가 10%였어요. 그러다가 고기 50%, 채소 50%의 접시가 나타났고, 이제 채소만 100%인 요리도 탄생하게 된 거예요. 토머스 켈러의 메뉴를 보면 세 가지 테이스팅 코스가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100% 채소로만 이뤄진 거예요. 그런데 가격은 똑같아요. 이걸 먹으면 고기를 먹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어요. 모든 채소를 자기가 직접 키운 거니까 그런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내가 생각하기엔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채소 요리예요. 이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요리사라고 생각해요. 주인공 레미는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자기 혀를 키웠잖아요. 영화 중에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맞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힘든 얘기에요.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지만 최고가 되긴 힘들어요. 레미처럼 자기 혀를 계속 훈련시켜야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어요. 음식은 그 사람의 인생까지 바꾼다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