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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2 22:20 수정 : 2008.11.12 22:20

왼쪽부터 후쿠오카 겐소나가하마야 앞모습, 실내모습.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후쿠오카 겐소나가하마야

이제부터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 맛집 기행을 시작하려 한다. 후쿠오카 시는 하카타만(博多灣)에 면한 현청 소재지로 규슈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맛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후쿠오카는 용이한 접근성 때문에도 요즘 우리나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금의 후쿠오카 시는 메이지시대에 후쿠오카와 하카타가 합병하여 탄생한 도시다. 당시 시의 이름을 후쿠오카로 하자는 쪽과 하카타로 하자는 쪽의 대립이 심각했다고 하는데 지금 하카타의 흔적은 하카타역과 하카타라멘에 남아 있다.


왼쪽부터 생강채, 라멘.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이 하카타라멘이다. 라멘은 중국의 라몐(拉麵)이 일본으로 건너가 자리 잡은 음식으로 그 역사가 100년 남짓밖에 안 되지만 지금은 소바와 함께 일본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기호음식이 되었다. 돼지뼈로 우려낸 진한 육수가 특징인 하카타의 돈코쓰라멘은 삿포로(札幌)의 미소라멘, 기타카타(喜多方)의 쇼유라멘과 함께 일본의 3대 라멘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오카에 수많은 라멘집이 있지만 입맛 좀 까다롭다는 이들이 제일로 치는 집은 역시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겐소나가하마야(元祖長浜屋)이다.

겐소나가하마야는 그 옥호처럼 명실 공히 나가하마라멘의 원조집이다. 나가하마(長浜)는 후쿠오카의 동네 이름으로 그곳이 과거 하카타에 속하는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까다롭게 따지는 이들은 이 집의 라멘을 하카타라멘이 아닌 나가하마라멘으로 따로 분류한다. 아무튼 나가하마야의 라멘은 맛있다. 돼지뼈를 오래 끓여 만든 진한 육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산뜻한 맛을 내며 가느다란 면은 생각보다 쫄깃한 것이 알덴테로 삶은 스파게티를 연상시킨다. 면의 익힌 정도와 기름의 양은 손님의 주문에 따라 조절해 주기도 한다. 메뉴는 400엔짜리 라멘 한 가지뿐이며, 면사리와 차슈(돼지고기)사리는 각각 100엔씩이다.

예종석의 맛있는 집
원래 이 지역은 어시장이 있던 곳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포장마차로 시작한 식당이라 값은 싸고 양은 푸짐하며 분위기도 아주 서민적이다. 최근 인근에서 영업을 하던 본점이 문을 닫자 이 지역의 언론이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시민들이 폐점 반대 서명운동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집이다. 내년에는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지점도 문을 닫는다는 설이 있으니 라멘 마니아들은 서둘러서 가봐야 할 것 같다. 주소는 중앙구 항 1-2-1(中央區 港1-2-1)이며 전화번호는 (092)711-8154이다. 연중무휴로 영업을 한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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