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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5 21:01 수정 : 2008.10.15 21:01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짬뽕, 탕수육, 냉채, 짜사이.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서울 서대문 목란

중국 음식은 지구상에서 가장 세계화된 음식이며 그 성공은 철저한 현지화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 진출한 중국식당들은 항상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개발해 낸다. 같은 광동(廣東)요리라도 맛이 홍콩과 뉴욕, 도쿄 등 도시마다 조금씩 다른 것은 그들이 현지의 재료를 써서 현지인 입맛에 음식을 맞추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짬뽕도 그런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에 자리 잡았다. 짬뽕은 원래 복건(福建)음식인 탕육사면(湯肉絲麵)을 19세기 말 일본 나가사키 사해루(四海樓)의 중국인 요리사 진평순(陳平順)이 일본인들 입맛에 맞게 변형해 ‘나가사키 짬뽕’으로 정착시켰고 그것이 뱃길을 따라 제물포로 건너와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물론 ‘나가사키 짬뽕’은 우리의 뻘건 짬뽕과는 사뭇 다르며, 오히려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파는 우동에 더 가깝다.

이 짬뽕을 잘 만드는 것으로 서울에서 이름난 사람이 바로 서대문에 있는 중국집 목란(木蘭)의 이연복(李連福) 주방장이다. 동네 중국집들의 짬뽕 맛이 날로 하향 평준화되어 가는 요즈음 싱싱한 제철 해산물과 채소만 써서 유난히 국물이 시원한 그의 짬뽕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사실 그가 잘 만드는 것은 짬뽕만이 아니다. 그는 3대째 중국식당을 경영하는 화교이자, 구 자유중국 대사관의 주방장 출신으로 다양한 중국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중국 대사의 만찬을 준비하던 그가 이제는 대중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대사의 식사건 서민의 식사건 그는 항상 최선을 다하며 재료의 신선함과 칼질을 중시하고 기름을 적게 써서 담백한 맛을 살린다. 지금도 모든 요리를 직접 하는 이 주방장은 주문이 들어와야 그때부터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목란의 음식은 ‘빨리빨리’ 나오지는 않지만 항상 산뜻하다.

골고루 맛있는 메뉴 중에서도 특히 게살 유산슬, 삼선 누룽지탕, 어향동구 등을 추천하며 전날 주문해야 하는 동파육이나 직접 만드는 군만두도 뛰어나다. 튀김요리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그의 탕수육과 유린기도 바삭한 것이 아주 특별한 맛이다. 흔한 짜사이도 간을 적당히 잘 뺀 것이 입에 착 붙어 식사하는 내내 자꾸만 손이 가게 한다.
목란의 다른 특징은 이런 요리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는 괜찮은 코스를 비교적 저렴한 값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1만5천원(점심만 가능)부터 2, 3, 4만원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다. 그러나 이 주방장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아쉬운 것은 그가 가격에 얽매여서 중국 대사를 탄복하게 하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대중적인 음식도 좋지만 언젠가는 한 번쯤 고급 재료를 마음껏 쓴 그의 정통 중국요리를 먹어보고 싶다. 강북삼성병원에서 교육청 쪽으로 올라가다 왼쪽 골목 안에 있으며, 전화번호는 (02)732-0054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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