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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4 21:55 수정 : 2008.09.24 21:55

르 버나딘 내부 모습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 뉴욕 해산물 레스토랑 르 버나딘

르 버나딘은 뉴욕 최고의 해산물(시푸드) 레스토랑이다. 흔히들 시푸드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좀 시끌벅적하고 적당히 불친절한 바닷가의 대중적인 식당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르 버나딘은 음식은 물론 서비스나 분위기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그동안 받은 상을 일일이 언급할 필요 없이 <미슐랭 가이드>가 음식의 수도 뉴욕에서 단 네 곳에만 지정한 별 셋 식당 중 하나라는 사실만으로도 그 수준은 쉽게 짐작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영국의 <레스토랑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의 50대 식당 중 2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왼쪽부터 해산물 샐러드, 캐비어.
거슬러 올라가면 르 버나딘의 역사는 프랑스에서 시작된다. 브리타니에서 호텔과 식당을 경영하는 집안의 일원으로 성장한 매기 르 코즈와 길버트 르 코즈 남매는 1972년 파리에 르 버나딘을 오픈하여 성공시키고 10년 후 <미슐랭 가이드> 별 둘을 획득한다. 1986년, 청운의 꿈을 안고 르 버나딘을 맨해튼으로 옮겨온 그들은 불과 석 달 후에 <뉴욕 타임스> 별 넷을 얻으며 정상 자리에 오르게 된다. 1994년 길버트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매기는 에리크 리페르를 조리장으로 영입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리페르 역시 프랑스 출신으로 전설적인 요리사들인 조엘 로부숑과 장루이 팔라댕 휘하에서 기량을 닦았으며, 4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라 투르 다르장과 자맹 등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뛰어난 요리사다. 요리에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그는 해산물을 다룰 때 가능한 한 조리과정을 짧게 한다. 르 버나딘의 메뉴는 거의 날것, 살짝 요리한 것, 가볍게 요리한 것과 해산물을 못 먹는 손님을 위한 주문식단의 네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해산물을 못 먹는다면 굳이 이곳을 찾을 필요가 없으련만 아무튼 그런 손님도 철저하게 배려하는 것이 르 버나딘의 완벽한 서비스 정신이다.

생굴에서부터 캐비어, 성게 알, 랍스터 등 각종 해산물은 물론 다양한 생선요리와 페루 스타일의 생선회인 세비체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맛이지만 르 버나딘 음식의 진수를 골고루 맛보려면 점심에는 66달러, 저녁에는 135달러, 185달러 받는 코스 메뉴가 제격이다. 올해 세계 소믈리에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알도 솜이 구성한 페어링 와인은 리페르의 음식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예종석의 맛있는 집
르 버나딘의 와인셀러에는 12개국 와인 1만5천여 병이 저장되어 있으며, 특히 부르고뉴 와인의 실렉션이 출중하다.

빼어난 페이스트리 셰프인 마이클 러스코니스가 준비한 디저트도 훌륭하며, 화려한 꽃으로 장식된 우아한 실내도 음식 맛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가격이 만만찮은 식당이라 여행자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지만 뉴욕에 가서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한 번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주소는 서 51번가(West 51st street)이며 전화번호는 212-489-1515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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