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루를 준비하는 아침풍경, 새조개 초밥, 학꽁치 초밥.
|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 서울 동부이촌동 기꾸
생선초밥의 맛은 샤리(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밥 위에 올라가는 네타(재료)와 고추냉이야 수준급의 초밥집에서는 좋은 것을 쓰게 마련이니까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밥만큼은 쌀의 선택과 밥 짓는 방식 및 식초양념의 비율에 따라 그 맛이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유명 초밥집중에는 니이가타현의 우오누마산 고시히까리 쌀만을 고집하며 아직까지 무쇠 솥에 장작불로 밥을 짓는 곳도 있고, 밥하는 양과 자기 집만의 양념비율을 극비에 부치는 곳도 흔하다. 국내의 초밥집에서 제일 불만스러운 것이 바로 이 밥이다. 미식가로 알려진 어느 대기업 회장은 단골 초밥집의 밥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일본에서 아밀로오스 함유량이 낮아 밥맛이 좋다는 바로 그 고시히까리 종자를 들여와, 자신의 농장에서 농사를 지어 초밥을 해먹었다는 일화를 남길 정도다. 동부이촌동 기꾸의 김태원 조리장은 이런 샤리를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그 동네에서 10년째 기꾸를 경영하는 그는 종종 샤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일본인 고객들에 자극받아 시행착오를 수 없이 겪으면서 연구를 거듭해 이제는 그들도 감탄해 마지않는 샤리를 만드는 경지에 이르렀다. 밥도 좋지만 그의 초밥은 재료가 다양해서 더욱 맛있다. “바다에서 나는 것 중에 초밥에 쓰지 못할 재료는 인어밖에 없다”는 농담을 즐기는 그는 광어나 도미 같은 흔한 생선에서부터 아지(전갱이), 아나고(붕장어), 가쓰오(가다랑어), 코끼리조개, 대게, 개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로 초밥을 쥐어준다. 특히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히카리모노(등 푸른 생선)를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다. 다양한 생선이 나는 겨울에야 말할 것도 없지만 요즘 같은 여름에도 농어나 민어, 가을이면 전어, 봄에는 도다리 같은 제철생선으로 손님들의 입을 즐겁게 해준다. 성품이 넉넉한 그는 항상 손님이 손사래를 칠 때까지 하나라도 더 대접하려고 애를 쓰기 때문에 가벼운 승강이가 벌어질 때도 많다.
예종석의 맛있는 집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