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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9 00:03 수정 : 2008.07.16 21:01

빙수야, 23년째 밀크팥빙수야~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밀탑

날씨가 예년보다 빨리 더워졌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많이 찾게 되는 것이 얼음이다. 요즘이야 냉장고 없는 집이 없어서 얼음이 흔해졌지만 옛날에 여름 얼음은 참으로 귀한 먹을거리였다. 여름에 물을 얼릴 재간이 없으니까 겨울에 얼음을 구해서 보관해 두었다 여름에 꺼내 먹었기 때문이다. 지혜로웠던 우리 조상님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기가 막히는 얼음 보관시설과 함께 여름을 났다. <삼국유사>에는 신라의 노례왕(서기 24∼57년) 때 이미 얼음 창고를 지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삼국사기>는 지증왕 6년(505년)에 얼음저장을 담당하는 빙고전(氷庫典)이라는 기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윤유의 <평양속지>에는 고려 때 석빙고라는 얼음 창고가 평양에 있었다고 하고 조선시대에는 창덕궁 안에는 내빙고, 궁 바깥에는 지금의 서빙고동에 서빙고가 옥수동에 동빙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한겨울의 얼음 채취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얼음을 캐서 빙고까지 나르느라 뽑힌 백성들이 굶주림과 추위 때문에 괴로움이 막심하다는 상소가 다 있을 정도였다니 말이다. 그렇게 간수한 얼음은 이듬해 봄부터 가을까지 왕실의 제사에 쓰거나 고관대작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당시의 종친과 고관들은 하사받은 귀한 얼음을 잘게 부수어 화채를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그 옛날에 얼음을 여름 내내 보관했던 선조들의 슬기도 경이롭지만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얼음을 흔하게 먹게 된 우리들의 요즘 살림살이도 새삼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얼음은 흔해졌지만 얼음을 먹는 방법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화채에서 빙수로밖에 발전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요즈음 많이 먹는 팥빙수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전파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에는 1869년 요코하마에 최초의 빙수가게가 문을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 아무튼 이런 역사를 가진 팥빙수를 주 메뉴로 23년째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는 집이 압구정동의 현대백화점 5층에 자리 잡은 ‘밀탑’이다. 커피팥빙수. 딸기팥빙수. 녹차빙수도 있고 과일빙수도 있지만 밀탑의 대표 메뉴는 밀크팥빙수다.


예종석의 맛있는 집
이 집의 밀크팥빙수는 여느 집의 빙수와는 모양새부터 다르다. 곱게 간 얼음 위에 올라간 토핑이라고는 삶은 팥과 조그만 찰떡 두 조각이 전부로 단출하다. 그러나 그 맛은 그리 간단치 않다. 자체 정수한 물로 얼려 재래식 기계로 갈았다는 얼음은 입자가 어찌나 고운지 씹을 틈을 주지 않고 솜사탕처럼 녹는다. 얼음을 얼리는 강도와 갈 때 살짝 녹이는 정도가 그 비결이라고 한다. 팥은 국산 팥을 매일같이 직접 삶아서 쓴다는데, 팥 속이 터지기 직전까지 삶는 것이 또다른 맛의 노하우란다. 찰떡도 아침마다 방앗간에서 뽑아오고 과일도 백화점 매장에서 하루에 두 번씩 사와서 쓴다. 빙수가격은 7000원으로 모두 같고, 팥과 찰떡은 더 달라면 더 준다. 전화번호는 (02)547-6800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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