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07 22:17
수정 : 2008.05.0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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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노부 내부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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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뉴욕 노부
뉴욕의 맛집을 다루면서 일본 식당인 노부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그렇지만 지금 노부를 제외하고 맨해튼의 레스토랑을 논할 수 없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노부는 이미 뉴욕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식당의 자리에 등극해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어느 잡지에 노부의 창업자 마쓰히사 노부유키(일명, 노부)가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 다음으로 유명한 일본인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제는 단연코 노부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사람이다. 그는 요리 하나로 국제적인 명사 반열에 오른 인물이 되었다.
1949년 사이타마 현에서 태어난 노부는 도쿄에서 초밥을 배운 뒤 뜻한 바 있어 20대 중반의 나이에 남미로 떠난다. 페루와 아르헨티나 등지를 떠돌며 요리사 생활을 하던 그는 80년대 후반 엘에이에 자리를 잡고 ‘마쓰히사’라는 초밥집을 베벌리힐스의 유명한 식당거리 라 씨에네가에 열게 된다. 그곳에서 단골손님이던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의기투합한 그는 식당 경영의 귀재 드류 니포렌 등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식당 노부를 뉴욕에 열었다. 뉴욕 노부 성공에 힘입은 그들은 미국전역은 물론 런던·밀라노·도쿄 등 세계의 주요 도시에 연속적으로 지점을 열면서 식당 왕국을 일구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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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대구 된장구이(왼쪽)과 마츠히사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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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자신의 삶이라 믿으며 음식을 만들 때는 언제나 가장 특별한 재료인 마음을 담아낸다는 그는 일본 음식에 남미의 풍미를 결합해 독특한 노부 스타일의 요리 세계를 창조해 내었다. 음식을 문화이자 패션이라 생각하는 그를 일각에서는 너무 상업적이라고 폄훼하기도 하고 그의 음식이 일본 요리의 전통을 훼손했다는 비난도 하지만 누구도 그가 일본 음식의 세계화에 가장 크게 공헌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초밥을 먹자면 날생선이라고 손사래를 치던 미국인들이 일본 음식에 열광하게 된 데에는 노부가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이제 미국의 상류사회에서는 능숙한 젓가락질이 신분의 상징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그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요리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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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맛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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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베카에 자리 잡은 뉴욕 노부는 노부 함대의 기함 몫을 하는 곳이다. 데이비드 로크웰이 자작나무로 장식한 일본 전원풍의 실내는 형형색색 노부의 음식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로버트 드니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라는 은대구 된장구이(24달러), 노부 스타일 트라디토(17달러), 마늘소스의 오징어파스타(19달러), 할라피뇨를 곁들인 방어회(18달러), 캐비어를 얹은 참치뱃살 타르타르(30달러) 등이 대표 메뉴다. 그날그날 주방장이 구성하는 오마카세 코스는 100, 120, 150달러짜리가 있다. 운 좋은 날은 노부 마니아인 마돈나나 브루스 윌리스, 기네스 펠트로 같은 연예인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허드슨가 105번지(105 Hudson St.)에 있으며 전화번호는 212-219-0500이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에 앉기 힘들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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