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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9 19:34 수정 : 2008.03.19 19:34

‘제철음식 왕자’ 도다리쑥국 압권.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통영 분소식당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다도해로 유명한 통영의 봄소식은 쑥이 제일 먼저 전한다. 동장군이 채 물러가기도 전인 정월대보름께만 되면 통영의 쑥은 아직 녹지 않은 언 땅을 뚫고 그 이름처럼 쑥쑥 올라오기 시작한다. 쑥은 단군신화에 등장할 뿐 아니라 예로부터 악귀를 물리치고 액운을 없애준다고 알려져 우리네 생활과 밀접한 인연을 맺어 왔다. <동국세시기>를 보면, 삼월삼짇날이나 단옷날에 쑥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하고, 또 단오에는 쑥을 지붕에 얹어 두거나 아녀자들이 머리에 꽂기도 하고 쑥물에 목욕을 했다고도 한다. 아무튼 쌉싸래한 맛과 독특한 향은 식욕 떨어지는 봄에 입맛을 당기게 해주는데다 무기질과 비타민 함량이 풍부해 몸에도 좋다.

쑥이 파릇파릇 돋아날 때쯤이면 통영 연안 청정해역에 사는 도다리들도 산란기를 끝내고 살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즈음의 도다리는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이다. 이 둘이 만난 것이 바로 통영의 명물인 도다리쑥국이다. 육지와 바다에서 나는 제철 먹거리들을 합해서 국을 끓여먹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쑥은 향으로 먹고 도다리는 맛으로 먹는다. 살이 부드럽고 뼈도 연한 봄도다리와 양지바른 곳에서 캐낸 향긋하고 야들야들한 어린 쑥을 넣고 끓인 도다리쑥국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제철음식의 왕자다. 예전의 통영 어머니들은 이런 도다리쑥국을 보양식이라고 믿어 봄이면 싫어하는 아이들은 매질까지 해가며 꼭 몇 그릇씩 챙겨먹였다고 한다. 하긴 보약이 별건가 제철음식이 보약이지.


시계방향으로 밑반찬류, 도다리 회, 멸치젓.
통영 서호시장에 자리잡은 분소식당은 허름한 시장밥집이지만 도다리쑥국으로 40년 넘게 이름을 떨치는 집이다. 일반적으로는 사철 내내 하는 졸복국으로 더 알려져 있고 다른 계절에는 삼벵이매운탕이나 쑤기미매운탕, 장어국과 물메기탕도 하지만 봄에는 도다리쑥국이 단연코 압권이다. 국 한 숟갈을 떠먹으면 입안에 봄기운이 가득해지는 것이 부러울 게 없다. 어머니가 하던 식당을 대물림해 운영하는 김명숙 사장은 지금도 노지쑥만을 고집하고 싱싱한 도다리가 아니면 쓰지를 않는다. 김 사장은 국맛은 물론 밑반찬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써서 전어밤젓이나 파래무침, 멸치볶음 등이 다 맛깔스럽고 정결하다. 도다리쑥국은 만원 받으며 나머지 메뉴들도 8천원에서 만원 사이다. 여객선터미널 앞 도로변에 있으며 전화번호는 (055)644-0495이다.


예종석의 맛있는 집
봄을 통째 맛볼 수 있는 도다리쑥국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라도 통영은 가볼 만한 곳이지만 그 외에도 통영에는 먹을 것, 볼 것이 너무나도 많다. 서호시장이나 중앙시장을 잠시 둘러보면 통영이 해산물의 보고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의 절경을 내려다보면 통영을 왜 동양의 나폴리라고 하는지를 단박에 안다. 서호식당의 도다리쑥국을 한 그릇 비우고 통영 유람에 나서 보자. 봄을 만끽할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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