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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16 17:25 수정 : 2008.01.16 17:31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문지 같이 기다란 메뉴, 굴튀김, 굴과 조개.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 뉴욕 오이스터 바 앤 레스토랑

서양 사람들은 옛날부터 굴을 최고의 정력제로 여겨왔다. 해산물을 날 것으로 먹지 않는 서양 사람들이 유일하게 생으로 먹는 것이 굴이다. 유럽의 역사에 등장하는 굴 마니아는 수 없이 많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세네카는 매주 1200개 이상의 굴을 먹었다고 하고, 황제 비텔리우스는 한 끼에 1000개의 굴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프랑스의 앙리 4세는 식사하기 전에 전채로 300개의 굴을 해치웠다고 하고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굴을 끊이지 않고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문호 발자크도 한번에 144개의 굴을 먹었다는 기록을, 철혈재상으로 유명한 비스마르크는 한꺼번에 175개의 굴을 먹어치웠다는 일화를 남겼으며, 미식가로 유명한 브리야 사바랭은 자신의 명저 〈미각의 생리학>에서 서른다섯 다스의 굴을 먹은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굴 애호가 이야기의 백미는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이다.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카사노바는 매일 아침 여성과 욕조에 몸을 담근 채 50개씩의 생굴을 먹고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미국인들도 유럽사람 못지않게 굴을 좋아한다. 맨해튼 거리를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오이스터 바’라고 써 붙인 간판을 만나게 된다. 그런 오이스터 바들의 원조쯤 되는 곳이 42번가의 그랜드 센트럴 역 지하의 오이스터 바 앤 레스토랑(통칭 오이스터 바)이다. 1913년에 문을 연 오이스터 바는 윌슨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이 손님이었고 그중에서도 트루먼과 케네디 대통령은 단골이었을 정도로 유서 깊은 해산물 전문식당이다. 굴만 해도 미국 전역에서 공수해온 30여 가지를 항상 준비한다.
예종석의 맛있는 집
그 외에 신문지 같은 메뉴판을 가득 채우는 랍스터와 새우, 게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 요리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알찬 와인 리스트로도 유명하다. 스페인 출신 건축가 라파엘 구아스타비노가 발명한 테라코타 타일 아치로 장식된 실내는 식당으로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장엄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이트클럽 같이 넓은 식당에서 적당한 소음과 함께 각종 해산물과 와인을 즐기다 보면 어디 바닷가에라도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 감동적인 맛을 직접 설명하는 대신 일본의 저명한 작가 가이코 켄이 오래 전에 쓴 식당 탐방기 중 일부를 인용한다.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 구내에 있는 오이스터 바에서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구내식당이라 얕잡아 보았는데 메뉴를 보고 우선 놀라고 음식 맛을 보고 두 번 놀랐다. 며칠을 다니면서 굴·대합·게·랍스터 등을 모두 시식했는데 바다의 과즙으로 연출하는 미각의 마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감동을 안겨 주는 희한한 경험이었다.” 맨해튼 심장부에서 바다의 풍미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뉴욕의 명소인 그랜드 센트럴 역 구경을 겸해서 가보면 좋다. 전화번호는 212-490-6650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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