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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안 입구, 덴동, 소바, 가께소바.(왼쪽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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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예종석의 맛있는 집/ 오무라안
우리나라의 메밀국수에 관한 기록은 1600년대 말 경상북도 영양군에 살던 장씨 부인이 쓴 요리책 <음식디미방>에 처음 등장한다. 이즈음 우리 선조들은 메밀국수 만드는 법을 일본에도 전파한 모양인데, 모토야마 테기슈가 쓴 <음식사전>은 에도시대(1603∼1867) 초엽에 조선의 원진 스님이 남도 동대사에 건너가서 연결제로 밀가루를 메밀가루에 섞는 법을 가르침으로써 일본에 메밀국수가 보급되었다는 설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 요리 문화사를 집필한 이성우 교수는 중국의 옛 문헌과 시 구절을 근거로, 중국 원나라 때의 기록에 등장하는 메밀국수도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아무튼 중국에서 건너온 메밀이 우리나라에서는 냉면과 막국수로 자리를 잡았고 일본으로 가서는 소바가 되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메밀을 생산하는 나라지만 지금의 중국 사람들은 메밀국수를 거의 먹지 않는다. 내가 이 지면에 일본의 소바집을 소개한 뒤 지인들에게서 일본까지 가지 않고 서울에서 일본식 소바를 먹을 곳은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마침 다행스럽게 서울에도 제대로 된 일본식 소바를 하는 식당이 있다. 역삼동에 있는 ‘오무라안’(大村庵)이 바로 그 집이다. 주인 이노 유키오씨는 그의 아버지가 1950년 동경의 니시아자부에 소바집 문을 연 이래 지금의 서울 오무라안에 이르기까지 57년째 가업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그의 아들이 일본에서 와 식당일을 배우니 3대째 가업을 잇는 셈이다. 오무라안의 소바는 봉평메밀만 쓴다. 메밀가루와 밀가루의 비율은 이노씨가 오랜 소바 외길 인생에서 터득했다는 7:3을 고집한다. 이노씨로부터 소바 만드는 비법을 전수 받은 장도훈 점장은 이 7:3의 비율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다. 그 비율로 만든 반죽이라야 최고의 식감이 느껴지는 면을 뽑아낸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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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맛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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