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05 16:38
수정 : 2007.09.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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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맛있는 집 / 부산 구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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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 부산 구포집
한 고장의 음식 수준이라는 것이 결국은 좋은 재료의 조달 가능성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서 다양한 식자재의 집산지이다 보니 맛의 고장이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 환경 때문인지 부산에는 맛집이 많다. 부산의 그 많은 맛집 중에서 첫손에 꼽고 싶은 집이 부평동의 구포집이다. 일반적으로 맛있는 집 하면 대표메뉴 한 가지만 전문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포집에는 대표 메뉴가 여럿이고 그 음식들이 하나같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우선 구포집을 찾는 손님들이 가장 흔하게 찾는 식사 메뉴는 추어탕과 복국이다. 그러나 그 외에 회비빔밥도 아주 맛있고 안줏거리인 파전이나 생선회도 부산을 대표할 만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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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맛있는 집 / 부산 구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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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니 우선 생각나는 것이 추어탕이다. 구포집의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만드는 전형적인 경상도식 추어탕이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미꾸라지는 싱싱한 것만 골라서 쓰고 여기에 생선회를 뜨고 남은 서덜로 우려낸 육수를 섞어서 끓여 개운한 맛을 낸다. 우거지와 숙주나물, 토란줄기, 고사리 등 건더기도 푸짐하게 들어가며 집에서 담근 된장으로 간을 맞추어서 할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창업자인 신가매 할머니는 1958년 식당이 문을 연 이래 오늘날까지 반세기 동안을 매일같이 직접 시장에 나가 채소를 구입하며 된장도 손수 담근다.
추어탕과 쌍벽을 이루는 복국도 대단한 맛이다. 주로 밀복으로 끓이는 복국은 미나리, 콩나물, 새송이 등이 듬뿍 들어가서 국물이 정말 시원하다. 어느 해장국이 이 복국을 따라올 수 있을까. 같은 복으로 끓인 국이지만 복국은 일본식 복지리보다 그 산뜻함에서 분명히 한 수 위다. 요즘은 일본에까지 구포집 복국의 명성이 알려져서 비행기를 타고 복국을 먹으러 오는 손님이 다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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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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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요즘도 이 집에 가면 추어탕과 복국 중에서 식사를 고르는 일이 중국집에 갔을 때 자장면과 짬뽕 중에서 택일하는 것보다 어렵다. 그래서 가끔은 둘 다 맛보기 위해서 같이 간 일행의 식사 메뉴까지 마음대로 정해주는 만용(?)을 부리기도 한다.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 손에 이끌려서 드나들던 손님이 장성하여 자기 자식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흔하다. 추어탕 7천원, 복국 만원, 회비빔밥은 8천원이며, 생선회는 2만5천원, 파전은 만원 받는다. 전화번호는 (051)244-2146이고 부평동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뒷길 중간에 있다.
사족: 회비빔밥에는 추어탕이 국물로 딸려 나와서 일거양득이고, 복국에는 식초를 좀 쳐서 먹는 것이 개운함을 더해준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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