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종석의 맛있는 집 / 도쿄 렌가테이(煉瓦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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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 도쿄 렌가테이(煉瓦亭)
일본의 음식 분류에는 ‘양식’이라고 하는 장르가 있다. 여기서 양식이란 서양 요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는 서양 음식이지만 일본에 가서 현지화된 음식을 뜻한다. 흔히 일본의 3대 양식이라고 하는 돈가스와 카레라이스, 고로케를 비롯해 함박스테이크, 오므라이스, 하야시라이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음식은 본고장에는 없거나 있더라도 아주 다른 모습으로 있는 음식들이다. 1868년의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일본에는 다양한 서양 음식 재료와 조리법이 들어왔고 그것이 일본 고유의 조리법과 접목되어 양식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음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메이지 시대 초기에 귀족의 음식으로 서양 요리를 숭배하기 시작한 일본인들이 메이지 중기의 흡수, 동화 과정을 거쳐 말기에는 일양(日洋) 절충 요리를 만들었고 다이쇼(1912~1926), 쇼와(1926~1989) 시대에는 이를 서민의 음식으로 보급하기에 이른 것이다. 일본 사람들의 절충 능력은 대단한 데가 있어서 나중에는 돈가스와 카레를 합해 가스카레까지 만들어낼 정도다. 1898년에 출간된 <일본 요리법 대전>에는 이미 가쓰레쓰(커틀렛)와 비프스테이크, 프라이, 고로케, 카레라이스 등이 일본 요리로 당당히 올라 있다.
일본과 가까이 있고 같은 젓가락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나 중국이-시기적으로는 좀 차이가 있지만-서양 음식을 보고도 생활 속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과 비교해 볼 때, 외래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일본인들의 기질은 상당히 흥미로운 데가 있다. 이에 대해 이시게 나오미치는 그의 저서 <식사의 문명론>에서 “일본의 전통적인 요리 기술은 육류와 기름을 쓰지 않았는데, 그 공백을 메우고자 양식과 중국 요리가 일본의 식생활에 도입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식탁을 국적 없는 식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덧붙여 <돈가스의 탄생>의 저자 오카다 데쓰는 “일본인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잡식성이 강한데다 음식에 대한 주체성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음식을 흡수하고 동화해서 향유하는 기술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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