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5.18 14:22 수정 : 2007.05.18 14:28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 서울 잠원동 진동횟집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운 일이지만 맛있는 식당을 추천하는 일은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다. 공개적으로 소개를 할 정도가 되려면 우선 음식 맛이 뛰어나야겠고 오랜 세월 그 맛을 일정하게 유지해온 집이라야 하며 ‘가격 대비 음식맛’의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아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그런 식당이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손님이 많아져서 북적거리거나 또 그로 인해서 음식 맛이 변하지 않을까하는 기우 때문에 숨겨두고 즐기는 식당을 공개하는 것도 그렇게 내키는 일은 아니다.

얼마 전 도쿄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도쿄 감동 요리점’이라는 책을 발견한 적이 있다. 음식장르별로 최고의 식당들을 추천한 책이었다. ‘極私的 名店案內’(극히 사적인 명식당 안내)라는 부제가 붙어있었는데, 그렇고 그런 음식점 추천 책들과는 다른 그야말로 최고의 식당리스트였다. 추천된 식당 중 3분의 1정도는 개인적으로도 가본 곳이라 그 선택의 엄격함이 피부로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식의 식당추천은 여건상 불가능하다. 체질에도 맞지 않는다. 음식은 생활의 일부이다. 일상의 밥 먹는 일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승화시켜 불편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그저 철마다 나는 신선한 식재로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동은 충분하다. 그런 식당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제철 재료에 정성 버무린 ‘착한 가격’이면 오케이
회 보다 더 맛난 초고추장과 양념장…‘궁극의 맛’ 극찬

요즘 서울에서 생선회를 먹자면 여러 가지로 부담스럽다. 우선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웬만한 수입의 가장으로서는 가족과 일식집에 가서 회를 먹는다는 건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흔히 먹는 도미니 광어니 하는 생선들은 대부분 양식된 것들이다. 요즘은 복어나 다금바리는 물론 심지어는 참치까지도 양식이 가능하다고 하니 자연산 생선을 맛보는 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잠원동의 진동횟집에서는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양식을 하지 않는 멸치, 학꽁치, 꼬시락, 놀래미 등의 잡어를 주로 쓰고 가격도 적당하기 때문이다. 잡어를 국어사전에는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물고기’라고 풀이하지만 요즘의 잡어는 자연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귀족대우를 받을만하다. 진동횟집의 밥상에는 봄에는 도다리, 멸치, 가을에는 전어 등 그때그때의 제철 생선과 해삼, 개불등 어패류가 다양하게 오른다. 생선과 밑반찬들은 이정한 사장의 노모와 동생이 남해안의 진동에서 매일같이 고속버스 편으로 올려 보낸다.

서덜을 넣고 끓인 미역국이나 고등어조림도 일품이며 방아를 넣은 부침개도 풍미가 독특하다. 이집의 초고추장과 양념장은 언젠가 안내했던 일본의 유명미식가가 ‘궁극의 맛’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전어밤젓이나 멸치젓이 듬뿍 들어간 김치에서도 남도의 곰삭은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식사로 나오는 해물된장찌개나 미더덕찜, 아구찜, 장어탕등도 전문점의 솜씨보다 한수 위이다. 7호선 논현역 6번 출구 근처 논현 웨딩홀 골목 안에 있다. 전화 (02)544-2179.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예종석의 맛있는 집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