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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08 21:45 수정 : 2007.08.08 21:49

마늘을 주제로 한 ‘메드 포 갈릭’ 마포점. 손님 중엔 유독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많았다.

[매거진 Esc] 요리사 X와 김중혁의 음식잡담
마늘범벅에 고기맛이 가려지는 아쉬움, 가격은 거의 청담동 수준이네

■ ‘매드 포 갈릭’ 마포점

김: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 자주 가세요?

X: 아이가 있으니까 가끔 가게 되지. 지난주에도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어.

김: 오늘은 매드포갈릭 마포점입니다. 마늘을 주제로 한 식당이죠. 마포점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입구에 ‘이탤리언 와인 비스트로’라고 써놨네요.

정이 가지 않는 대형식당 서비스


X: 와인리스트가 좀 이상하네. 나라별로 해놓은 것도 아니고, 지역별로 해놓은 것도 아니고 ….

김: 가격 차례인 것 같은데요. 제일 싼 것부터 제일 비싼 것까지 순서대로 늘어놓았는데, 이렇게 정리해 둔 건 처음 봐요. 경제사정에 맞게 골라먹으라는 얘긴가 봐요.

X: 햇수(빈티지)가 적혀 있질 않잖아. 본사에서 한꺼번에 공급하는 리스트인가본데 빈티지가 없으면 가격이 무슨 소용이야. 샤토 탈보 같은 건 빈티지에 따라서 가격이 2만∼3만원 차이 나기도 하는데. 그리고 전체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네. 저녁때 할인을 해주긴 하지만. 일단 음식부터 주문하자. 지난번 왔을 때 받은 피자 쿠폰 있다고 했지? 그럼 살라미 스파이시 피자, 시푸드 파스타, 홍합찜, 갈릭 스테이크!

김: 나는 대형 식당의 서비스에 정이 가질 않아요. 겉으로는 인사도 잘하고 친절한 듯한데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질 않는 거 있죠. 예전에 어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을 땐 직원이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데 정말 어찌나 황공하던지 …. 내가 직원을 일으켜 세우고 “이러시지 마세요”라고 얘기하고 싶더라니까요.

X: 여긴 테이블에다 포크 나이프를 그냥 쌓아뒀네. 알아서 챙겨 먹으란 소리네.

김: 와인을 따라주는 것도 아니고, 세탁하는 탁자보를 쓰는 것도 아니고, 식탁 위에다 포크 나이프를 놔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음식값이 너무 비싸요.

X: 홍합찜 나왔다. 먹어 봐라.

김: 예전에 집에서 홍합찜 많이 해먹었어요. 요리가 쉽잖아요. 마늘 양파 볶다가 홍합 넣고 화이트 와인 붓고 끓이다가 신선한 파슬리 넣으면 끝.

X: 겨울에 홍합을 많이 먹는데 오히려 여름이 더 맛있어. 먹이 활동도 활발하고 홍합이 크잖아. 겨울 홍합은 너무 작아서 먹을 게 없어.

김: 이 집 홍합찜은 홍합향이 확 올라오질 않네요.

X: 국물 버리지 않고 짭짤하게 먹어야 맛있는데 어찌 이리 싱겁나. 여기 소금 좀 주세요!

김: 지난번에도 느낀 건데 이 집 음식은 다 너무 싱거워요.

젊은 여성 입맛에 잘 맞는가보다

X: 요리의 7할이 소금간이야. 음식의 마지막에 화룡점정을 하는 건 소금이야. 마지막에 향을 끌어올리고 촉각과 미각을 완성시키는 거지. 그런데 한국에선 소금간 쓰기가 쉽지 않아. 음식이 짜면 손님들이 항의하거든. 싱거운 건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음식점으로서는 고민이 많지.

김: 시푸드 파스타 나왔어요. 여기 얹힌 게 뭐예요?

X: 크레송을 얹었네. 크레송은 막 올리면 안 돼. 이 줄기 한번 먹어봐. 아리지? 봄철 겨울철에는 덜하지만 여름철에 크레송을 줄기째 내놓으면 아려서 못 먹어. 이 파스타도 소금간을 너무 안했다. 소금 좀 팍팍 쳐서 먹어라.

김: 우리나라 사람들 소금에 너무 예민한 거 아니에요? 김치 담글 때는 소금을 그렇게 팍팍 넣으면서.

X: 전체적으로 보자면 외국 사람들의 소금 섭취량이 훨씬 적지. 사람의 혀에도 습관이 있어서 낮은 염도를 지속적으로 섭취할 때는 별 반응이 없지만 높은 염도가 입 속으로 갑자기 들어오면 놀랄 수밖에 없어.

김: 명색이 시푸드인데, 바다에서 온 애들 종류가 너무 적은데요. 홍합·새우·조개·오징어 …. 그러려니 하고 먹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1만6800원이면 너무 심했다. 여기에다 10퍼센트 더 붙으면 ….

마늘범벅에 고기맛이 가려지는 아쉬움…
X: 갈릭 스테이크에는 마늘이 엄청 많다. 유럽 애들 1년치 먹는 마늘 양을 하루에 다 먹을 수 있겠다.

김: 이 집이 인기를 끈 게 마늘 덕분이었을 거예요. 이름도 ‘매드 포 갈릭’이니까. 손님 중에 유독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가격이 아주 싼 집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젊은 여성 입맛에 잘 맞기도 하고, 그만큼 여럿이 모여 갈 만한 레스토랑이 적다는 얘기일 수도 있어요.

X: 갈릭 스테이크는 아쉽다. 고기 상태는 나쁘지 않은데 마늘로 범벅을 해놓으니까 고기맛을 느낄 수가 없어. 그리고 좋은 올리브기름으로 튀긴 마늘이 얼마나 맛있는데 ….

김: 이탈리아 몬탈치노에 갔을 때 생각이 나요. 안초비를 올리브기름에 푹 담가서 내놓았는데 얼마나 맛이 상쾌하던지 …. 좋은 올리브기름은 그냥 마셔도 맛있더라고요. 커피로 입가심하죠? 여기 커피 차림표 좀 주세요.

(종업원이 와서 음료 차림표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음료를 마시려면 메뉴와 가격을 보고 주문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차림표가 없을 수가 있어요? 그냥 차림표에 몇 줄 써넣기만 하면 될 텐데 …. 이해가 되질 않네.

가격 못 내리면 양이라도 늘려주지

X: 이 집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너무 비싸. 거의 청담동 수준이다. 가격은 이렇게 비싼데 테이블세팅이나 직원들의 서비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김: 언뜻 친절한 것 같지만 쓸 데 없는 부분에서만 친절해요. 손님을 위한 친절이 아니고 눈에 보이기 위한 친절 같아요. 손님이 음식을 먹는 속도는 전혀 배려하지 않고 음식이 완성되는 순서대로 그냥 가져오잖아요.

X: 과도한 친절하니까 생각나는데 나는 삼겹살 집의 친절도 힘들어. 삼겹살 시키면 불판이 달아오르지도 않았는데 아줌마가 와서 고기를 확 갖다 부어버리잖아. 달아오른 뒤에 고기를 올리고 딱 한 번 뒤집어야 고기가 맛있는데 말이야. 친절이 고기를 망치는 거야.

김: 이 집은 가격에 비해서 양도 너무 적어요. 젊은 여자들에게는 딱 맞는 양이겠지만 저한테는 너무 적어요. 에스프레소 양은 많긴 한데 …. 맛은 없네요.

X: 네 위가 너무 커서 그래.(웃음)

김: 아직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좀더 지켜보죠. 가격이야 바뀌지 않겠지만 양이라도 좀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정리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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