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주제로 한 ‘메드 포 갈릭’ 마포점. 손님 중엔 유독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많았다.
|
[매거진 Esc] 요리사 X와 김중혁의 음식잡담
마늘범벅에 고기맛이 가려지는 아쉬움, 가격은 거의 청담동 수준이네
■ ‘매드 포 갈릭’ 마포점
김: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 자주 가세요?
X: 아이가 있으니까 가끔 가게 되지. 지난주에도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어.
김: 오늘은 매드포갈릭 마포점입니다. 마늘을 주제로 한 식당이죠. 마포점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입구에 ‘이탤리언 와인 비스트로’라고 써놨네요.
정이 가지 않는 대형식당 서비스
X: 와인리스트가 좀 이상하네. 나라별로 해놓은 것도 아니고, 지역별로 해놓은 것도 아니고 …. 김: 가격 차례인 것 같은데요. 제일 싼 것부터 제일 비싼 것까지 순서대로 늘어놓았는데, 이렇게 정리해 둔 건 처음 봐요. 경제사정에 맞게 골라먹으라는 얘긴가 봐요. X: 햇수(빈티지)가 적혀 있질 않잖아. 본사에서 한꺼번에 공급하는 리스트인가본데 빈티지가 없으면 가격이 무슨 소용이야. 샤토 탈보 같은 건 빈티지에 따라서 가격이 2만∼3만원 차이 나기도 하는데. 그리고 전체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네. 저녁때 할인을 해주긴 하지만. 일단 음식부터 주문하자. 지난번 왔을 때 받은 피자 쿠폰 있다고 했지? 그럼 살라미 스파이시 피자, 시푸드 파스타, 홍합찜, 갈릭 스테이크! 김: 나는 대형 식당의 서비스에 정이 가질 않아요. 겉으로는 인사도 잘하고 친절한 듯한데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질 않는 거 있죠. 예전에 어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을 땐 직원이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데 정말 어찌나 황공하던지 …. 내가 직원을 일으켜 세우고 “이러시지 마세요”라고 얘기하고 싶더라니까요. X: 여긴 테이블에다 포크 나이프를 그냥 쌓아뒀네. 알아서 챙겨 먹으란 소리네. 김: 와인을 따라주는 것도 아니고, 세탁하는 탁자보를 쓰는 것도 아니고, 식탁 위에다 포크 나이프를 놔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음식값이 너무 비싸요. X: 홍합찜 나왔다. 먹어 봐라. 김: 예전에 집에서 홍합찜 많이 해먹었어요. 요리가 쉽잖아요. 마늘 양파 볶다가 홍합 넣고 화이트 와인 붓고 끓이다가 신선한 파슬리 넣으면 끝. X: 겨울에 홍합을 많이 먹는데 오히려 여름이 더 맛있어. 먹이 활동도 활발하고 홍합이 크잖아. 겨울 홍합은 너무 작아서 먹을 게 없어. 김: 이 집 홍합찜은 홍합향이 확 올라오질 않네요. X: 국물 버리지 않고 짭짤하게 먹어야 맛있는데 어찌 이리 싱겁나. 여기 소금 좀 주세요! 김: 지난번에도 느낀 건데 이 집 음식은 다 너무 싱거워요. 젊은 여성 입맛에 잘 맞는가보다 X: 요리의 7할이 소금간이야. 음식의 마지막에 화룡점정을 하는 건 소금이야. 마지막에 향을 끌어올리고 촉각과 미각을 완성시키는 거지. 그런데 한국에선 소금간 쓰기가 쉽지 않아. 음식이 짜면 손님들이 항의하거든. 싱거운 건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음식점으로서는 고민이 많지. 김: 시푸드 파스타 나왔어요. 여기 얹힌 게 뭐예요? X: 크레송을 얹었네. 크레송은 막 올리면 안 돼. 이 줄기 한번 먹어봐. 아리지? 봄철 겨울철에는 덜하지만 여름철에 크레송을 줄기째 내놓으면 아려서 못 먹어. 이 파스타도 소금간을 너무 안했다. 소금 좀 팍팍 쳐서 먹어라. 김: 우리나라 사람들 소금에 너무 예민한 거 아니에요? 김치 담글 때는 소금을 그렇게 팍팍 넣으면서. X: 전체적으로 보자면 외국 사람들의 소금 섭취량이 훨씬 적지. 사람의 혀에도 습관이 있어서 낮은 염도를 지속적으로 섭취할 때는 별 반응이 없지만 높은 염도가 입 속으로 갑자기 들어오면 놀랄 수밖에 없어. 김: 명색이 시푸드인데, 바다에서 온 애들 종류가 너무 적은데요. 홍합·새우·조개·오징어 …. 그러려니 하고 먹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1만6800원이면 너무 심했다. 여기에다 10퍼센트 더 붙으면 ….
마늘범벅에 고기맛이 가려지는 아쉬움…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