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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8 19:28 수정 : 2019.12.09 14:43

이자스민 전 의원이 2015년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이자스민 전 의원이 2015년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이자스민. 잊혔던 그 이름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새누리당 비례대표였던 이자스민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나와 정의당에 입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초이자 유일한 ‘이주민 대표 국회의원’으로서 보수·진보 온라인 커뮤니티 양쪽에서 배척당하고, 유례없는 ‘마녀사냥’에 시달렸습니다. 가혹한 차별을 받았던 이 전 의원은 왜 다시 여의도에 돌아왔을까요? 그 과정을 살펴본 <한겨레> 정치팀 이지혜입니다.

우선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정의당은 김종대 의원을 통로로 이 전 의원과 접촉면을 키워왔습니다. 지난달에는 심 대표가 수차례 이 전 의원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며 입당을 설득했고요. 영입 과정을 지켜본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가 얼마나 험한지 잘 아는 사람이 다시 정치로 돌아올 때, 심지어 당을 바꿔 돌아올 때는 보통 결심이 아닌 거다. 이 전 의원이 오랜 고민을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 의원이 복귀를 결심한 이유를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묻자 대부분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말했습니다. 흑색선전에 시달릴 때도 이 전 의원은 이주민을 대표한다는 책임의식으로 다시 힘을 내던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를 19대 국회 때부터 지켜본 한 보좌관은 “이 전 의원은 ‘당신 아니면 누가 싸우냐’는 말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의원이 배지 한번 더 달려고 당적을 옮겼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이런 영입 과정을 들어보면 그리 해석될 여지는 적어 보입니다. 실제로 정의당의 입당 제안 전까지 이 전 의원은 출마를 목표로 한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는 11일 정식 입당 기자회견을 앞둔 이 전 의원은 언론과 일절 접촉하지 않고 있습니다. 두번째 도전에 임하는 신중함이 느껴지는 대목인데요. 19대 의원으로 활동할 때 겪은 고충을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2014년 이 전 의원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을 위해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을 발의한 뒤 우익단체의 공격을 받았지만, 새누리당의 ‘보호’는 받지 못했습니다. 한 이주민 인권 운동가는 “어차피 본회의 통과도 안 될 다문화 정책이라 여겼는지 새누리당은 이 전 의원을 돕지도 방해하지도 않았다. 어찌 보면 무관심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당시 이 전 의원과 함께 상임위 활동을 했던 의원들은 그를 “늘 고군분투하던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주변에 그를 평가절하하려는 이들이 많았다”는 증언도 있고요.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이 전 의원의 능력을 의심하며 말끝마다 “이해하셨나요?”라고 물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전국 270여곳의 시민사회단체가 선정한 헌정대상을 받을 만큼 능력 있는 국회의원이었는데도 말이죠. 허위에 근거한 세간의 공격도 심했지만, 정·관계 내부의 ‘진입장벽’도 만만찮았던 겁니다.

2012년 이 전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과정을 돌아보면 우리나라 소수자 정치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는 2008년부터 한국여성정치연구소의 ‘이주여성 정치인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각 정당에 비례대표 후보 이력서를 냈지만, 당시 새누리당에서만 응답을 받았습니다. 다른 당들은 ‘시기상조’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누리당은 이 전 의원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카드였지만 평소 이주민 문제에 관심이 없던 정당인 터라 그의 공천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았습니다. 기성 보수정당이 이주여성을 ‘이미지 쇄신을 위한 카드’로 이용한다는 것이었죠.

정의당 당적을 달고 돌아온 이번에도 ‘기성정치의 액세서리’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지난 4일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으로서, 배제된 사회적 약자에게 마이크와 연단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그동안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 이주민 등을 대표할 당사자를 영입하는 데 주력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의당이 앞서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노조 지부장,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영화감독, 동성 배우자와 결혼한 김조광수 영화감독 등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정의당은 당원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합니다. 섣불리 이 전 의원의 향후 계획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출마든 아니든 이 전 의원이 ‘보수정당의 총선용 카드’ 딱지를 떼고 정치활동 2막을 어떻게 열어갈지 주목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지혜 정치팀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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