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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2 04:59 수정 : 2019.12.12 06:56

[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 ④전문가 제언

공정트랙 소외된 비진학 청년 포용
생활안전망 구축 맞춤정책 필요
‘실패의 영역’ 분류하는 전문대학
일자리 안착·대안적 역할 주목해야

‘한국 청년이 100명이라면’이 전국에서 청년들을 만나며 주목한 것은 ‘분화’였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이 같은 ‘청년의 분화’에 주목해 청년 정책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청년 정책을 일자리나 복지 또는 인구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는 미래 사회 정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은 계층에 따라 수직적으로 분화된 동시에 대학 재학이냐 미취업이냐 등 자신의 현재 상태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수평적으로도 분화되어 있다”며 “이 같은 분화를 고려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배제된 청년 집단’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최근 청년들의 공정 이슈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공정 경쟁 트랙에 아예 접근하지 못하는 비진학 청년들의 목소리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불균형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청년들이 각종 문제를 바라보는 생각도 과거와 다르다. 가령 ‘안전망’을 이야기할 때는 흔히 경제적 소득을 중심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청년들의 경우 단순히 소득뿐 아니라 직장에서 상사에게 ‘갑질’을 당하지 않거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등을 원한다. 김 연구위원은 “일상적인 경제·사회 활동을 하는 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생활안전망’ 구축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이 학생들의 사회적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는 최성수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좀처럼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전문대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전문대 학생들의 첫 직장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패턴이 나타났다. 다른 분류 대학들과 다르게 노동시장에서 초기 성과가 점점 더 나아지는 추세인 유일한 집단”이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전문대에 가는 학생들이 다수지만, 직장 생활 등을 하다가 다시 전문대로 가기도 한다. 특정 직업에 포커싱한 교육을 하는 전문대가 삶의 다른 대안을 찾을 때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전문대를 대학 서열 체계 안에 욱여넣고 ‘실패의 영역’으로 분류한다. 최 교수는 “이제 사회적 상승 이동에만 주목하는 관성을 버려야 한다. 모두 서울 4년제 대학생들이 대기업 정규직이나 전문직을 할 기회가 줄었다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일부 청년을 과도하게 대표하는 것이다. 지금의 공정성 담론이 딱 그런 상황”이라며 “전문대를 내실화해서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돕고 경제적 안정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사회가 너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대학 문제는 도시와 일자리 문제 등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현재 한국에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은 수도권이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정도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데 부·울·경마저도 기술 고도화와 탈숙련이 이뤄지며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 울산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려면 직업훈련소에서 6개월 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공정 표준화와 기계화 등으로 하루나 이틀 교육을 받고도 차체 조립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줄고 임금이나 처우 역시 낮아지고 있다. 양 교수는 “지역별 특성을 살려 투자를 유치하고 지역 경제권역 자체를 넓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역 계획이 필요하다. 도시 계획과 청년 정책은 같이 가야 한다”며 “특히 중공업 도시의 경우 그나마 양질의 일자리는 남성 중심이다. 정부가 공공기관뿐 아니라 사기업에도 여성할당제를 적극 시행하도록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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